얇은 귀가 얇은 지갑 만들더라
주식투자를 하는 직장인 A 씨. 그가 지금까지 손해를 본 금액은 거의 3년치 연봉에 해당한다. 문제가 뭘까. A 씨는 우선 주변 정보에 매우 민감하다. 정보가 들어오면 어떻게 해서든 투자를 감행한다. 가끔 가족의 돈을 끌어들이는 과감성(?)도 보이고, 이거다 싶으면 투자금액도 커진다. 그러나 주식 정보라는 것이 아무리 베테랑 정보통들이라고 해도 매번 맞히기는 힘들다. 시장참여자들 각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것이라서 작전세력이라고 해도 자기들 마음대로 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A 씨는 최근에도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주식에 돈을 넣었다가 현재 -20% 정도 손실을 보고 있다. 그런 그가 하도 딱해서 필자는 손절매를 권유했지만 아직 버티고 있다. A 씨에게 정보를 준 인사가 “아직도 작전을 준비하는 세력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니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 후광에 힘입어 조그만 건자재 납품업을 하는 30대 B 씨는 더 답답한 경우다. 그의 귀가 얼마나 얇은지 주변에서 무심코 한 이야기에도 거액을 들여 주식을 사버리고 마는 습성이 있다.
2년 가까이 지난 일이다. 그는 친분이 있는 기자가 정보를 준 종목이라고 해서 거래처의 결제대금 3억 원을 ‘몰빵’했다. 물론 결제기일이 20여 일 남아 있기는 했지만 그건 횡령에 가까운 범죄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그런데도 B 씨가 들어간 주식은 오르기는커녕 바로 하한가를 맞는 통에 결국 반 토막 난 채 매도를 해야 했다. 당연히 집에서는 난리가 나고 B 씨는 회사의 자금운영권을 박탈당했다. 게다가 B 씨는 ‘오너’인 아버지에게 완전히 신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지금도 그는 그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에 나타난 공통된 문제점은 우선 욕심을 많이 부렸다는 것이다. 실패를 했으면 그것을 거울삼아서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투자를 감행하는, 분수에 넘치는 무모한 행동을 했다. 그 다음은 귀가 얇다는 것이다. 재테크에 있어서 남의 이야기에 현혹되거나 무모한 투자를 하는 것은 정말 불속에 화약을 지고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는 비단 주식에서뿐만 아니다. 필자는 며칠 전 한 신문 독자투고란을 보다가 깜작 놀랐다. 이야기는 이렇다. 친정아버지가 정기예금을 하러 갔다가 은행창구 직원의 끈질긴 추천으로 펀드 2개와 정기예금 1개를 가입했다는 것이다. 현재 두 펀드는 각각 원금의 20%, 62%만 남아서 이익을 내는 건 체념한 상태인데 최근에 은행에서 정기예금을 정리하자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은행에서는 금리 6%인 정기예금을 해약하고 확정금리 7.3%인 회사채를 사라며 추천했다는 것이다. 정기예금의 해약손실이 있지만 회사채가 이율이 더 높다면서 구입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아무리 비올 때 우산을 빼앗아 가는 금융기관이라지만 노인들에게까지 이렇게 무리하게 상품의 가입이나 해약을 권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금리가 1%라도 더 높다는 이야기로 판단 능력이 낮은 투자자를 현혹시키려 하는 것은 문제다. 투자자들도 이런 사탕발림에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데 투자를 권유한다든지 상품을 갈아타라고 하는 것에는 반드시 권유하는 쪽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그러니 아예 무시하는 것이 좋다. 고성능 귀마개를 장만하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