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가두면 안돼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박은숙 기자
그러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친노파의 몰락’이라는 표현에 대해 “벌써 노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다. 이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기념사업과 정치적인 부분은 조금씩 분리돼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친노’라는 표현은 결국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두 가지 의미의 친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광범위한 의미로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을 지지하고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다. 그런데 민주당 강령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적시돼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민주당 전체가 친노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른 하나는 과거 참여정부에 몸 담았거나, 노 전 대통령과 가깝게 일했던 정치 세력을 지칭한다. 이 경우에는 친노와 비친노로 나뉠 수 있지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도대체 친노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결국 친노는 정치적 프레임에 가두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변했다.
특히 그는 친노, 비노 계파의 갈등에 대해서도 “정치적 프레임으로서의 친노는 지난 대선과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이미 유명무실해졌다. 이제 친노는 사실상 의미 없는 구분인데, 친노와 비노를 구분지어서 갈등과 대립을 부추겨 반사이득을 얻는 세력이 아직도 존재해 친노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이다”라며 “명계남 씨처럼 스스로 친노라고 말하는 이들의 경우는 정치적 프레임이 아닌 정말 노 전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목소리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노 전 대통령이 공격받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따라서 정치적 프레임으로서의 친노가 없어진다면 명계남 씨와 같은 친노 세력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노무현재단이 생각하는 노무현 정신은 무엇일까. 김 본부장은 “서거 4주기를 맞이해 추모의 집에 노 전 대통령의 어록으로 손 글씨 전시회를 하고 있다. 그 어록에 노무현 정신이 다 녹아있는데, 나는 그중 ‘원칙이 상식이지, 그릇된 관행이 상식이 아닙니다’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노 전 대통령은 정말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고, 아이들에게 ‘불의에 저항하고 정의롭게 살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회다. 그런 의미에서 노 전 대통령의 가치와 정치 프레임은 구분해야 한다. 대통령의 가치는 특정세력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게 어떻게 특정세력의 것이 될 수 있나. 노무현 정신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당연한 방향이다. 추모기념사업도 그러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김 본부장은 오히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려는 인사들은 친노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되고 새로운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철학과 정신을 내용적으로 구현할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 누가 이어받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누가 실천하고 이룰 수 있느냐다. 노무현 정신은 보수부터 진보진영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에 집중을 해야지 친노와 노무현 정신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가두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