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짜가 되라 티끌이 태산된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흔히들 ‘먹고 죽을 돈도 없는데 무슨 재테크냐’는 말도 자주 듣게 된다. 보통사람들은 이러한 연유로 재테크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갖기도 하고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보유 자산에 대한 가치를 높이고 재산증식의 방법을 찾는 모든 행동을 재테크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답은 쉽게 나온다. 그러니 작은 금액이라도 자신의 재산증식을 위한 방법과 기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10층짜리 건물의 설비기사로 근무하는 A 씨는 작은 돈이지만 제대로 잘 저축한 사례다. 그는 올해 55세로 건물 기관실에 근무한 지 20년 가까이 된다. 그는 과거 사무직도 해보았으나 나이가 들어도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자격증을 취득, 기술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중소형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에 다니다 보니 급여가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어 젊은 사람들을 따라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평소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는 A 씨는 얼마 전 결혼하는 딸의 혼수비용으로 5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내놓았다. 가족들은 언제 이렇게 많은 돈을 모았느냐며 놀랐다고 한다. 급여는 전부 부인에게 맡기는데 한 달 용돈 20만 원으로 이렇게 큰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들은 그러나 A 씨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 숙연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A 씨의 저축방법이나 노력을 듣고 모두들 가장의 책임감과 성실함에 고개를 숙였던 것이다.
A 씨는 우선 24시간 교대 근무라는 직업의 특성상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집에서 직장까지는 대략 1시간 남짓 걸린다. 중간에 버스와 지하철로 환승해 이동한다. 그래서 가족들 몰래 버려진 자전거를 한 대 구해서 수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하철을 제외한 구간은 자전거를 이용했다고 한다. 식사는 도시락이나 직접 간단하게 취사를 해서 해결했다.
남들이 보면 구질구질하다고 할지 몰라도 본인은 그렇게 먹는 것이 편했단다. 집에서 쌀과 간단한 반찬을 가지고 와서 간단히 취사를 했다는데 아마도 그것은 직업이나 직장의 특성상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가급적이면 모든 경비를 줄이고 한 달 용돈 중에 절반 이상을 저축했다고 한다. 그는 가까운 새마을금고에 월 2만~3만 원씩 적금을 부었다. 이렇게 해서 모은 돈의 일부를 딸의 결혼식비용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A 씨는 현재 얼마나 모았는지는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혹시라도 본인이 계획한 일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자녀들이 모두 출가하고 부인과 살게 되면 비상금이 필요할 텐데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녀의 학자금 마련으로 발을 동동 구른 적도 있으나 그때도 절대로 내색을 하지 않았던 그였다. 결국 가족들은 아무도 얼마나 모았는지 묻지 않기로 했다. A 씨는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계속해서 자녀들에게 기대지 않고 노후 준비도 하는 자신만의 재테크를 하고 있는 것이다.
B 씨는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사실 말이 장사지 요즘 같아서는 정말 죽을 맛이다. 그래도 그는 만만찮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작지만 내 집이 있고 은행 예금도 상당하다. B 씨는 재테크를 위해 매일 하는 예금을 택했다. 시장 주변에 있는 새마을금고의 일일적금을 이용한 것이다. 흔히들 사채에서 ‘일수’ 하면 목돈을 대출하고 매일 일정금액을 상환하는 것은 알지만 사실 일일적금은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새마을금고 같은 경우는 자영업자를 위한 일일적금 상품이 있다. 그것도 방문하지 못하는 상인, 특히 시장 상인을 위해 직접 방문해 돈을 받아가는 파출수납을 이용하면 시장상인들 같은 경우엔 매우 편리하다. B 씨도 이런 방법으로 저축을 한 것이다. 그는 소액이지만 자신이 정한 목표금액을 매일 저축했다고 한다. 본인이 가게를 비우고 직접 가지 않아도 되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와서 받아주니 계획적으로 저축하는 습관이 들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저축했는지 말하지는 않지만 B 씨는 “남들에게 빚지지 않고 살았으니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자녀들에게도 매일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교육해봤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어린이들의 경우 저금통에 하는 것보다는 매일 직접 통장에 일정금액을 저축하는 습관을 가지는 게 좋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그는 특히 “샐러리맨도 이런 습관을 가지면 자신이 쓰는 용돈이나 경비를 줄이려는 습관 자체가 몸에 배게 돼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목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 중반의 직장여성 C 씨의 이야기다. 지방대학 출신인 그녀는 홀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그녀는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일과는 다르게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디자인 직종을 해보고 싶었던 그녀는 꽤 오랫동안 방황하기도 했다. C 씨가 회사에서 받는 연봉은 20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자리가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싶어서 열심히 일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 박봉이어서 생활하기가 힘들다.
그런 C 씨가 최근 이사를 했다. 그동안에는 사실 월세로 살아서 급여를 받아도 월세를 내고 나면 저축하기가 빠듯했다. 그러나 최근 은행을 방문해서 생각을 바꾸었다고 한다. 월세를 내는 것보다 오히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으로 전환하면 저축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다행히 그녀는 자격조건이 돼 전셋집으로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C 씨에게 절약 방법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녀는 회사에서 지급되는 식대도 저축하기로 하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 이제 날이 풀리면 주 3일 정도는 집까지 걸어서 퇴근하려고 한다. 운동과 교통비 절약, 일석이조라서 지난해에도 봄부터 가을까지 실천했다. 집을 옮기고 절약을 통해 한 달 30만 원 정도의 적금을 추가로 가입한 그녀는 “연봉이 300만 원 정도는 더 오른 것 같다”면서 즐거워했다.
적은 돈을 크게 불리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100만 원의 10%라면 10만 원이지만 1억 원의 10%는 1000만 원이다. 이래서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없는 사람들이 돈을 불리는 일이 그리 녹록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노력이 필요하고 돈은 노력의 대가만큼 대답을 한다. 절약하면 그만큼 불어나지만 절약하지 않으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빨리 불어나지 않는다고 절대로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저축도 일정 수준을 넘어 가속이 붙으면 처음보다도 불어나는 속도가 두 배, 세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빨라지는 법이다.
한치호 재테크전문 기고가
hanchi10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