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서 ‘을의 눈물’ 닦아줄 것”
‘강한 야당’을 외친 전병헌 원내대표는 내부 전열을 가다듬고 6월 임시국회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원내대표의 역할은 교섭과 협상이다. 여야 강대강 구조가 됐다. 여야 소통에 임하는 자세는?
“단호하게 견제하고 치열하게 협상하며 전략적으로 타협해 나갈 것이다. 민주당의 기준과 원칙은 ‘국민생활’, ‘국민의 눈높이’에 있다. 우리의 기준과 원칙이 지켜진다면 큰마음으로 협상하고, 양보하며 협력할 것이다. 강대강의 충돌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다. 이런 야당의 진정성에 여당도 뜻을 같이 해주실 거라 믿는다.”
― 6월 임시국회를 앞둔 지금 민주당은 ‘을을 위한 정당’ 새누리당은 ‘갑을상생’을 주장하고 있다. 접점이 있나?
“‘을을 위한 정당’과 ‘갑을상생’은 큰 차이가 있다. 을이 고통 받고 급기야 생명까지 포기하는 사태는 그만큼 갑을의 관계가 반칙적이고 편법적이었다는 이야기다. 갑과 을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노력 전에 ‘갑과 을의 상생’이니 ‘갑이 살아야 을이 산다’는 논리를 가져오는 것은 수직적인 갑을관계를 유지시키려고 하는 구실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 전 대표 주장이라면, 6월 임시국회에서 ‘갑을 문제’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갑을 망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다. 갑은 을에 대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왔다. 이런 잘못된 관계를 정리해서 평등한 관계로 시정하자는 것이다. 이런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갑의 입장에서도 좋은 것이다. 갑이 정상적인 관계 속에서 정상적인 이익과 정상적인 경영을 할 때 보다 더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편법과 반칙을 기본으로 해서 성장한 기업은 사상누각이다.”
― 6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처리를 앞두고 있다. 여야가 법안처리의 속도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서 밀어내기, 프랜차이즈의 갑을관계, 일감몰아주기, 전속고발권과 관련한 법안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이 공약한 것 중 공통과제 83개를 추린 법안들이 대부분이다. 여당 쪽에서 지금 속도조절이니 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을의 눈물 닦아주기’는 시대정신이다. 시간끌기보다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통상임금은 1980년대부터 대법원에 판례가 누적되어 있다. 법이 미비한 부분을 대법원 판례가 채워준다. 새누리당은 이것을 노사정 틀로 가져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의 판례를 축소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위축시키는 노사정 협의는 안된다. 새누리당에서 주장하는 ‘노사정 대타협’의 구조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확대하겠다거나 일부추가변형하기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래야 구실과 명분이 된다. 그러나 판례보다 축소시키는 내용으로 단지 법제화하기 위해 노사정 협의를 하자고 하면 하지말자는 얘기랑 똑같지 않나. 또한 지금까지 노동과 임금의 문제를 노조에게 전담시켜 놓다시피 했다. 이에 노동과 임금의 문제가 노조만의 문제나 이데올로기 문제처럼 됐다. 노동과 임금은 일반 사업장의 전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이자 보편적인 생활의제다.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끌어올리겠다.”
― ‘윤창중 성추문사태’와 관련해서 최경환 원내대표는 청문회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대응 방안은?
“전적으로 청와대가 어떻게 하는지에 달려있다. ‘윤창중 사태’는 국격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정치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유야무야 넘어갈 일은 아니다. 한 사람이 책임지고 끝날 일인가. 윤창중 전 대변인이 허겁지겁 탈출하듯 했는데 혼자 단독으로 한 것인지, 누구의 도움은 없었는지, 청와대 조직은 관련 없는지 청와대에서 신속하고 투명한 처리과정을 가져야 한다. 이는 미국 수사와는 상관없는 부분이다.”
― 안철수 의원이 최장집 교수를 영입하면서 독자세력 구축에 나서고 있다. 10월 재보선을 앞둔 시점에서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10월 재보선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과의 경쟁이 아니라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변화를 견인할 국민적 선언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안철수 의원의 독자세력 구축은 국회 바깥의 일이고 이와 관련한 경쟁관계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국회 내에서 안철수 의원은 1인의 무소속 의원이다. 의정활동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당과 함께 상생하고, 같이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지금 안철수 의원 측과의 경쟁보다는 127명 의원들 각자가 자기 혁신과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과는 협력적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시대정신인 경제민주화, 복지확대 등 안철수 의원이 지향하는 가치와 노선, 정책적 입장은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 얼마 전 <뉴스타파>에서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재계인사 명단을 발표했다. 재계 인사들의 탈법 방지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우리사회의 대표적 ‘갑’인 대기업 대주주 일가의 행태를 접하고,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다. 드러난 사실에는 우리 민주당이 지적하여 왔던 ‘대기업 대주주’의 불공정 거래 행위가 총망라되어 있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과 관리는 기업자금 횡령, 법인세와 소득세 및 증여세 탈루 등 범법행위로서, 현행 법률로 모두 처벌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 입법이 꼭 필요하다.”
― 5·18을 기점으로 ‘일간베스트’(일명 일베)라는 사이트의 폐쇄론이 대두했는데?
“특별한 사이트를 대상으로 ‘폐쇄다 아니다’를 얘기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시대에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는 지켜주되 그 표현이 우리사회의 상식을 넘어서는 부분이 있다면 대처해야 한다. 원내대표 차원에서 선진국에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어떤 활로를 찾고 대처를 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