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활동하다 국내로 역진입?
박시후 재기 시점에 대해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준필 기자
6월 1일 일본에서 박시후 주연의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가 개봉했다. 박시후가 지난해 주연을 맡았던 스릴러 영화로 국내 개봉 당시 270만 명의 관객을 모아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예정대로라면 일본 개봉을 앞두고 현지에서는 박시후가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모션이 진행됐어야 하지만 지난 2월 갑자기 터진 성폭행 사건 탓에 영화의 공식적인 홍보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일본에서 ‘살인의 고백’이란 제목으로 개봉한 <내가 살인범이다>는 일단 도쿄의 두 개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했다. 개봉 후 현지 관객 반응을 살피면서 최대 30여 개까지 상영관을 늘리는 게 목표다.
<내가 살인범이다>의 일본 개봉을 20일여 앞둔 5월 10일. 박시후는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성폭행 혐의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박시후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그를 고소한 A 씨가 소 취소장을 검찰에 제출했고, 곧이어 박시후 역시 A 씨를 상대로 제기했던 무고죄 고소를 취하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하던 양측의 공방은 마무리됐다.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검찰은 “강간죄는 친고죄로 고소 취소장이 접수된 만큼 공소장이 없다”고 밝히면서 박시후와 A 씨 사이에서 80여 일 동안 오간 ‘진흙탕’ 공방이 끝났다고 알렸다.
박시후는 A 씨와의 다툼은 마무리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법적 공방을 깨끗이 털어낸 상태는 아니다. 박시후가 A 씨와 갈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한 전 소속사 대표 B 씨와의 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다. 박시후는 A 씨와 문제를 해결하면서 법적 대리인을 통해 B 씨에게도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합의보다 땅에 떨어진 명예회복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B 씨는 박시후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박시후는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고, 양측은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일부에서는 “박시후가 고소를 취하했을 뿐 완벽하게 ‘무혐의’를 받지 않은 점은 향후 연예 활동을 재개할 때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박시후는 “A 씨와 합의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모종의 합의 없이는 무고죄 취하는 있을 수 없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시후가 무혐의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A 씨를 상대로 낸 무고죄는 끝까지 갖고 갔어야 한다는 의미다. 박시후가 ‘무혐의’를 받지 않은 이상 대중의 불신이 쉽게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무혐의를 받아야지 연기자로 복귀할 때 부담을 덜 수 있는데도 고소를 취하한 건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으로 보인다”며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만으로도 박시후가 입은 이미지 타격은 상당하기 때문”이라며 연예계 복귀에 ‘비관론’을 내놓았다.
박시후는 당분간 자숙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박시후에게 작품을 제의할 곳이 없을뿐더러 박시후 역시도 ‘일’을 생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시후 측의 한 관계자는 “연예 활동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아끼며 “내년쯤 여러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박시후와 친분을 나눠왔던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박시후가 당분간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조용하게 지내며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확실히 결정을 한 건 아니다. 어쨌든 지금은 여러 마음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박시후가 ‘예상보다’ 빨리 연예계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그 근거는 해외에서 얻고 있는 박시후의 높은 인기다. 박시후는 2년 전 출연한 KBS 2TV 드라마 <공주의 남자>로, 특히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자주 일본을 오가며 팬들과 만나왔다. 일본에서 인지도가 빠르게 오르면서 국내 드라마 출연료까지 급등했다. 올해 1월에 박시후가 출연한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서 그가 받은 회당 출연료는 1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의 일본 판매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톱스타들에게만 적용되는 특급 대우를 받은 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박시후가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먼저 활동을 시작해 국내로 역진입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본 팬들의 특성상 스타를 향한 충성도가 상당히 오래 유지되는 데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가 현지에서 흥행에 성공한다면 박시후를 향한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경우 박시후에게 활동의 문은 더 열려있다. 박시후는 최근까지도 중국 드라마와 영화 출연 제의를 수없이 받아왔다. 그럴 때마다 “한국과 일본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거절해왔던 상황.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당장 국내서 연예 활동이 불가능한 현재 중국 등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것도 방법으로 보인다”며 “특히 중국에서 박시후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온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