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가 그에겐 기회
재계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이 현재 자격정지 중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활동을 재개해 내년 2월 캐나다 밴쿠버동계올림픽 후원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활동에 나서면서 대외행보를 늘릴 가능성에 주목한다. 삼성SDS BW 저가발행 의혹 사건 파기환송 재판 일정에 따라 이 전 회장이 밴쿠버올림픽을 앞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특별사면을 받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이 전 회장의 IOC 위원 자격정지는 IOC집행위원회의 징계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이 전 회장 측이 지난해 6월 IOC 집행위원회에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위원자격을 일시정지 해달라”고 스스로 요청해 현재까지 IOC 활동이 중단돼 있다. 지난해 7월 이 전 회장이 삼성특검 재판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8월 베이징올림픽에 앞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징계가 예상됐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이렇게 밴쿠버올림픽 개최 이전에 사면 등으로 족쇄가 풀릴 경우 IOC 복귀를 통한 이 전 회장의 대외활동 재개 가능성이 있다.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을 향한 여론이 좋아진다는 전제하에 이 전 회장의 명예회장 복귀까지 점치기도 한다. 물론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절대 가능성 없는 일”이라고 못 박는다. 지난해 4·22 삼성쇄신안 발표 당시 이 전 회장이 “내가 다 안고 가겠습니다”라고 밝힌 그대로라는 것이다. “이 전 회장 복귀를 위해 여론을 상대로 삼성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지 않겠느냐”라며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이재용 전무 승계와 이부진 전무 등의 분가 등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이 전 회장의 ‘상징성’이 꼭 필요할 것이라 보는 인사들은 이 전 회장 복귀 가능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이 전 회장의 에버랜드 지분율은 3.72%. 25.10%를 보유한 이재용 전무는 물론 지분율 8.37%의 이부진 전무와 비교해도 훨씬 적다. 그러나 이 전 회장 앞에서 지분율은 그저 ‘숫자’일 뿐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