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계가족 최대 ‘3000억+α’
1996년 2월 24일 12·12 및 5·18사건과 관련해 경찰병원에 수감중인 전두환 씨를 면회온 이순자 씨와 아들 3형제. 왼쪽부터 장남 재국, 차남 재용, 삼남 재만 씨. 연합뉴스
형 기환과 동생 경환은 전두환 정권 때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 검은 부를 축적했다가 5공비리 청문회 등에서 그 일단이 드러나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그 뒤에도 전두환의 자식들이 아버지의 비자금을 시드머니로 ‘무일푼’에서 수백억대의 재산가로 성장했다. 전두환 일가의 재산은 정상적인 사업을 통해 마련한 것이 아닌 전두환의 ‘빽’과 ‘비자금’이 발판이 되었다. <일요신문>에서는 전두환 일가의 직계 가족을 중심으로 축적한 재산 상황을 자세히 짚어봤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가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장남 재국 씨다. (주)시공사 회장이자 대표이사인 재국 씨는 지난 1999년 단돈 1000만 원으로 시공사를 인수해 현재 50.5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메이저 출판사로 손꼽히는 시공사는 지난 2012년 44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업계 21위를 기록했다. 자산 총계는 2011년 기준으로 286억 6000만여 원. 단순 계산으로 따져 보면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재국 씨가 144억여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재국 씨가 소유한 부동산은 더욱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고 있다. 시공사 사옥이 자리 잡고 있는 서초동 1628-1번지와 1628-2번지 및 3층 건물, 서초동 1628-3 토지와 2층 건물, 1628-10 토지 및 3층 건물이 대표적이다. 총 1061.2㎡(321평)에 달하는 이 일대의 공시지가를 따져보면 76억 1000만 원에 이른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건물을 포함한 매매가가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뫼비우스, 음악세계 등 시공사 계열사가 입주해 있는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143 토지와 건물 일대도 재국 씨 소유다. 1515.4㎡(458평)에 달하는 이 일대의 공시지가는 9억 7000만 원이다. 이밖에도 재국 씨가 소유한 시공아트스페이스가 있는 서울 평창동 458-8, 458-14 일대는 공시지가만 해도 30억 원에 달한다.
왼쪽부터 전재국 씨의 허브빌리지, 전효선 씨의 연희동 빌라, 전두환 전 대통령 연희동 자택. 일요신문 DB
전 전 대통령의 2남 재용 씨는 부동산 개발업체 비엘에셋의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비엘에셋의 2011년 자산 총액은 427억 원으로 재용 씨가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70%를 재용 씨 가족이 나눠 갖고 있다. 비엘에셋의 감사는 배우 출신 부인 박상아 씨가 맡고 있는 상태다. 재용 씨 부부는 2009년부터 이태원 소재의 시가 30억 원에 달하는 고급빌라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엘에셋이 갖고 있는 부동산은 상당하다. 비엘에셋은 지난 2008년부터 재개발이 결정된 서소문동 일대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면서 몸집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당시 비엘에셋은 기준 시가인 120억 원보다 두 배 많은 240억 원을 주고 서소문동 일대 건물 5채를 매입하기도 했는데, 때문에 “이 돈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돌기도 했다. 비엘에셋은 현재 서울 용산구 소재 주상복합 아파트 3채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일대 토지 42만㎡(12만 평) 등을 보유하고 있다. 두 개의 부동산을 합하면 시가 3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재용 씨는 지난 2006년 경기도 오산시 소재 야산 95만㎡(28만 평)을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인 이창석 씨에게서 28억 원에 매입했다가 그의 14배인 400억 원에 되팔아 엄청난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당시 이를 두고 “전 전 대통령이 처남을 통해 아들에게 땅을 넘겼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후 2004년 재용 씨는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액면가 총 73억 5500만 원에 달하는 국민주택채권 1013장을 불법 증여 받아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밝혀졌는데, 재용 씨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은 전혀 없다”고 부인하며 “1987년 축의금으로 받은 10억 원 상당의 돈을 외할아버지인 이규동 전 대한노인회장이 14년간 굴려 돌려준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전 씨는 증여 받은 채권 전체를 노숙인 명의와 사채업자들이 운영하는 차명계좌로 분산 입금 하는 등 수상쩍은 행각이 추가로 밝혀져 아버지의 비자금을 분산 관리한 게 아니냐는 오명을 쓰며 2007년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8억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종합해보면 재용 씨의 자산 총액은 약 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 씨. 임준선 기자
재만 씨의 부인 이윤혜 씨는 시가 25억 원에 달하는 종로구 가회동의 빌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2009년에는 재만 씨가 장인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소재의 시가 1000억 원대의 와인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시크릿 오브 코리아>를 통해 폭로되기도 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재만 씨의 재산은 총액 1000억 원대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녀 효선 씨는 40억 원 상당의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소재의 토지 및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토지는 1989년 제5공화국 청문회 당시 전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 씨의 차명부동산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992년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용돈 명목으로 23억 원어치의 채권을 받은 바 있는 효선 씨는 현재 7억 원대의 연희동 소재 한 빌라에서 살고 있다. 효선 씨의 자산을 종합해보면 약 50억 원 정도가 된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는 시가 37억 원에 달하는 서울 연희동 자택의 안채(818.9㎡, 248평)를 자신의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연희동 자택은 안채와 별채로 나눠져 있는데, 별채는 지난 2003년 경매 처분에 들어가 이순자 씨의 동생인 이창석 씨가 16억 4800만 원에 낙찰받은 바 있다. 이후 별채는 지난 4월부터 전 전 대통령의 셋째 며느리 이윤혜 씨가 12억 5000만 원에 소유권을 양도받아 보유 중이다. 억대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가족들과는 대비되게 전 전 대통령은 29만 원 1000원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이를 통틀어 전두환 전 대통령 직계가족 재산은 총 1000억 원대에서 많게는 2900억 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매체마다 집계할 때 다른 기준과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생긴 오차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 등에 은닉했을 것으로 의심받는 ‘전두환 본인’ 재산 추정치는 빠져 있다.
전두환이 재임시절 동안 거둬들인 통치자금은 9500억 원대였다. 당시 국가 예산이 10조 원 하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액수에 해당한다. 이는 물론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공식적’인 액수다. 이럴 경우 통치자금 계산과정에서 빠진 비자금과 각종 비밀계좌 등에 은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돈이 규명될 수 없는 알파로 남는다. 전두환 직계 가족의 재산 최대 추정치는 ‘3000억 원+알파’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다 기환 경환 등 그의 형제들이 전두환 정권 재임 시절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숨겨두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돈까지 더한다면 전두환 일가 전체의 재산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일 수도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전기환·전경환 방계 가족 비리는?
전경환 5년 선고받고 2개월 수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해 그의 형 기환 씨와 동생 경환 씨를 빼놓을 수 없다. 5공 당시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 등의 요직을 거치며 권력을 쥐락펴락했던 경환 씨는 새마을운동본부 공금 76억 원 횡령, 새마을신문사 10억 원 탈세 등의 혐의로 1988년 검찰에 구속됐다.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경환 씨는 복역기간에도 새마을신문사의 지분 51%를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1991년 새마을신문사 소유의 서울 가양동 대지 1만 2000평이 주택공사에 수용될 당시 경환 씨는 56억 7000만 원에 달하는 배당소득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경환 씨는 2010년 5월 ‘사기죄’로 징역 5년이 확정돼 수형생활 중이다.
하지만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두 달가량의 형을 산 뒤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최근까지 분당소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중이다. 경환 씨는 뇌경색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통상 3개월가량의 형 집행 정지 기간을 무한정 늘리는 방식으로 죗값을 치르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형 기환 씨의 대표적인 비리는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 비리사건이다. 1983년 기환 씨는 당시 노량진 수산시장의 운영권을 빼앗고, 사위 오세철 씨를 설립 이사로 내세워 실질적인 운영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1988년 11월에 구속됐다. 당시 기환 씨는 11억 9000만 원의 공금을 횡령하는 한편, 수산시장의 비자금 17억 원을 조성해 이중 5억 1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1990년에 석가탄신일 가석방 대상으로 출옥한 기환 씨는 부인과 함께 당시 12월에 백담사 은둔생활을 접고 서울 연희동 자택으로 돌아온 전 전 대통령 부부를 만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전경환 5년 선고받고 2개월 수감
전경환
하지만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두 달가량의 형을 산 뒤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최근까지 분당소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중이다. 경환 씨는 뇌경색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통상 3개월가량의 형 집행 정지 기간을 무한정 늘리는 방식으로 죗값을 치르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형 기환 씨의 대표적인 비리는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 비리사건이다. 1983년 기환 씨는 당시 노량진 수산시장의 운영권을 빼앗고, 사위 오세철 씨를 설립 이사로 내세워 실질적인 운영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1988년 11월에 구속됐다. 당시 기환 씨는 11억 9000만 원의 공금을 횡령하는 한편, 수산시장의 비자금 17억 원을 조성해 이중 5억 1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1990년에 석가탄신일 가석방 대상으로 출옥한 기환 씨는 부인과 함께 당시 12월에 백담사 은둔생활을 접고 서울 연희동 자택으로 돌아온 전 전 대통령 부부를 만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