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바뀔 때마다 건물 하나씩’ 비아냥
최근에 지어진 국회 제2어린이집. 국회사무처는 내년 5월까지 이 건물 후면 주차장에 제3어린이집을 신축할 계획이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국회 제3어린이집 신축 사업은 국회 어린이집 대기 아동 문제를 해소하고, 국회 직원 자녀 등의 보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되는 사업이다. 실제로 2012년 국회 어린이집 대기 아동 수는 260명. 국회 어린이집 정원이 290명인 점을 감안하면 대기 아동을 전부 수용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국회 어린이집 신축 비용으로 26억 원이 편성된 반면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 신축 예산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째 19억 8200만 원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이 공개한 ‘국공립어린이집 대기자 현황’에 따르면 전국 국공립어린이집 대기자 수 상위 10개 지역은 평균 정원 약 2500명에 평균 대기자수는 약 7200명에 이른다. 정원에 비해 대기자 수가 3배에 이르고 있는 것. 정원보다 대기인원 수가 적은 국회 어린이집의 신축공사가 자칫 빈축을 살 수 있는 부분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 측은 “전국적으로 국공립 어린이집과 신축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국회의 26억 원짜리 제3어린이집은 일반 국민에게는 특혜로 비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제3어린이집 신축 부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제3어린이집을 제2어린이집 후면 주차장에 신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국공무원노조 국회사무처지부 한 관계자는 “제2어린이집 뒤편 주차장은 출퇴근 시간에 항상 복잡하다. 주차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기존 어린이집 바로 뒤에서 공사를 하면 소음, 분진문제를 비롯해 아이들의 안전문제까지 우려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처럼 국회 내 신축공사와 관련된 논란은 매번 반복되어 왔다. 잦은 설계변경과 그에 따른 예산 증액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일례로 ‘호화판’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국회 제2의원회관은 설계변경만 다섯 번이 있었다. 당초 2200억 원으로 계획된 공사는 2008년 12월에 143억 원, 2010년 9월에 350억 원의 공사비가 증액되면서 총 사업비 2524억 원이 투입됐다.
국회 의원동산에 있는 한옥 ‘사랑재’ 또한 원래 계획보다 면적은 518㎡(약 157평), 사업비는 26억 원이 증가하면서 ‘무계획적사업’ 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신장용 의원 측은 “사랑재는 2008년 10월에 현대식 건물로 계획됐다가 2009년에는 상해임시정부 청사 복원 병행이 추진되다 2009년 4월 7일에는 한옥으로 계획이 변경됐다”며 “면적으로 보면 최초 330㎡(100평)에서 단계적으로 848㎡(257평)까지 증가했다. 예산만 보더라도 15억에서 25억 5000, 36억 6000, 41억 2800만 원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2016년까지 총 건립예산 430억 원이 투입되는 강원도 고성 연수원도 사업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존의 강화 국회 연수원의 사용목적은 96%가 ‘가족모임과 휴양 목적의 방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고성의 제2연수원도 이처럼 ‘휴양시설’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현재 공사 중인 고성 연수원은 총 부지면적 1363㎡(413평)으로 강화 연수원 규모의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국회사무처가 제출한 고성 연수원 사업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며 총 사업비를 430억에서 336억 원 규모로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국회 건물 신축 논란에 대해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국회 사무총장이 바뀔 때마다 건물이 하나씩 생겨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며 “사무총장이 짧은 임기 내에 보여주기 식으로 성과를 내려다보니 무리하게 공사가 진행될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