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방향만 맞으면 기성 정치인도 영입”
송호창 의원은 “새정치란 모호한 게 아니라 국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국회의원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숙 기자
―세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최근 선보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다. 의회주의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영입은 의외였다.
“안철수 의원이나 최장집 교수나 정당 중심의 의회 정치가 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치의 이견도 없다. 같은 생각을 했으니까 함께하는 거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의원이 ‘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외부에서 정당 정치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자꾸 왜곡시켰다. 하지만 이는 정반대다. 이는 의원으로서 기득권만 누리려하고 자리에만 눌러앉은 정치인들을 정치판에서 없애야 한다는 의미였다. 오히려 정당과 의회를 강화시키는 차원에서 얘기한 거다.”
―최장집 교수와 신당 창당에 관한 사전 교감이 있었나.
“아니다. 정책네트워크는 연구소이지 직접 당을 만드는 곳은 아니다.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밝히고 시작했다.”
―말들은 많지만, 정작 신당 창당 계획에 대해 뚜렷하게 밝힌 바가 없다.
“외부에서는 기성 정당 하나를 더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다 보니 그러한 반응이 나오는 듯하다. 기성 정당을 보면 사람만 준비되면, 당의 정책과 비전도 없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고 집권하지 않나. 그냥 당만 먼저 만드는 식으로 프로세스를 마련하면 계획이야 나온다. 우리는 그런 기성 정당과 똑같이 할 생각 없다.”
―그럼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건가.
“정당은 어쨌든 수권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수권해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리드해 나갈 것인지, 미래 전략은 뭔지, 비전은 뭔지, 이를 실현할 정책은 뭔지가 준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저 사람만 모아 놓고 ‘~하자’가 아니라 정공법으로 앞서 말한 것들을 준비한 다음에 창당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소도 그러한 준비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다. 연구소에서는 정치, 사회, 노동, 국가운영, 미래 비전, 정책 등 내용을 마련할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정책과 비전에 동의하는 사람, 어떤 자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책과 비전을 실현시키고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거다. 우리는 자리를 가지려는 사람은 필요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지 않나. 쉽지만은 않겠다.
“당연히 그렇다.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었으면 이미 예전에 아무나 다 했겠지.”
―무엇보다 대선을 기점으로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자발적 지역 포럼과 일부 캠프 인사들 중 상당수는 앞서 송 의원이 강조한 인재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리가 필요하지 않나.
“우리가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것은 개혁을 위한 것이다. 이는 우리를 포함해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대선 당시 선대본부장을 했던 나나 금태섭 변호사나 다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부터 안철수 의원의 선거 캠페인을 도왔다고 해서 절대 우선권은 없다.”
―기성 정치인들의 참여도 가능한가.
“기성 정치인이든 정치권 밖 인사든 개혁의 방향만 맞으면 가능하다. 기성 정치인들도 소위 말하는 기득권을 포기하겠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다 지난 얘기지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왜 안철수를 택했나.
“나에게 정치개혁은 가장 중요한 임무이자 소명이었다. 그런데 지난 대선 당시 개혁을 위해서는 야권 후보단일화가 필수였다. 나는 문재인과 안철수의 후보 단일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민주당에서 할 수는 없었다. 대선을 앞두고 국정감사 시기였다. 그때 안 의원에 대한 집중 포화가 시작됐다. 야권의 유력 후보가 공격당해도 아무도 방어해줄 수 없었다. 그 상황을 보고 결정했다.”
―큰 용기가 필요했겠다.
“물론 그렇다. 당시 민주당과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비난 받을 각오를 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그런 결정을 했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가 가능했다고 본다. 만약 나의 결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실 매끄러운 단일화는 아니지 않았나.
“이 세상에 매끄럽게 진행되는 후보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 현실이 그렇다.”
송호창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모습. 박은숙 기자
“물론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단일화 이후 단일후보(문재인 당시 후보)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좀 더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 비전, 메시지가 설득력 있는 내용으로 나와 줬어야 했다. 어쨌든 단일화 이후에는 단일화 후보 본인이 힘을 갖고 밀고 나갔어야 했다.”
―협상 과정은 어땠나.
“이미 안 의원 스스로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세부적인 내용 갖고 더 얘기하면 결국 상대방 잘못으로 넘기는 꼴만 된다. 야권 전체 미래를 위해 굳이 말할 필요 없다고 본다.”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의 핵심이었던 박선숙 전 선대위원장, 유민영 전 대변인이 요즘 보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 뒷말이 많다.
“자연스러운 거다. 박선숙 전 위원장은 지난해 총선과 대선 등 큰 선거를 연달아 치러 피로가 쌓였다. 이 때문에 휴식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또 유민영 전 대변인은 선거가 끝나고 생업으로 돌아가 자신의 사업을 하고 있다. 상당수가 캠프 해산 후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갔다. 이게 정상 아닌가.”
―향후 합류 가능성도 있다는 말인가.
“누구나 마찬가지다.”
―솔직히 앞서 두 인물의 ‘실종’을 두고 내부 갈등설도 터져 나왔는데.
“그런 식의 대립 때문에 나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사실 외부에서는 송호창 의원을 두고 안철수 의원의 ‘비서실장 역’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러한 ‘상-하 관계’로 비치는 외부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법한데.
“편하기야 하겠나. 그런데 자연스러운 것이다. 안 의원이 원내에 들어왔는데도 내가 ‘나 몰라라’하면 더 손가락질 받았겠지. 옛날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처럼 총재와 비서실장의 관계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지만 우리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원래 친구 관계였다. 지금도 정치적 동지로서 의논하고 돕고 있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내가 지역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내 할 일은 다 한다. 정정당당하게 평가 받을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의 견제도 심상치 않다. 섭섭하진 않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거지. 다만 생산적으로 경쟁해야 한다. 그래야 성장 가능하다. 소모적 경쟁은 서로에게 마이너스다. 섭섭해도 뭐 어쩔 건가.”
―당장 10월 재·보선이 있다. 6월 정기국회에다 7~8월은 휴가철이다. 물리적 시간만 보면 지금부터라도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할 법한데.
“그런가. 정말 그렇게 정치 일정을 두고 얘기하니까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
―기본적인 인사 영입 시스템 윤곽도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인가.
“우리 관심이 거기에 있지 않아서 더 그렇다. 노원 보궐선거가 끝나고 준비한 게 연구소다. 지금까지는 연구소 만드는 데 집중해왔다. 인사 영입 시스템도 이제 연구소에서 다룰 문제다. 지켜봐 달라.”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궁금해 한다. 도대체 안철수의 ‘새 정치’는 뭔가.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사실 새 정치의 내용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누구나 국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다. 몰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새 정치는 모호한 게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실천하는 거다. 실천이 문제다. 말로 어떻게 하겠다고 미화시키는 것은 필요치 않다. 이제 그것을 하나씩 보여주겠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 이제 국회에 우리 딱 둘이다. 국민들 기대는 높다. 그 기대 때문에 지금도 우리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유지되고 있는 거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국민들도 우리 둘이 모든 것을 다 이뤄낼 거라고 보진 않는다. 우리 둘이 셋이 되고 넷이 되고, 세력이 형성되는 과정을 국민들은 기다려줄 것이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새 정치를) 하나씩 보여줄 것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거물급’ 영입 어떻게 돼가나
손학규? 홍정욱? 앞서가지 마세요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두는 대목은 소위 말하는 ‘거물’들의 안철수 진영 합류 여부다. 특히 지난 4월, 안철수 의원의 원내 입성 이후 이러한 물밑접촉설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회자되고 있는 인물은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대선 과정부터 접촉설이 나돌던 손 고문은 7월 귀국 이후 안철수 진영에 합류할 것이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특히 손 고문의 최측근인 최장집 교수가 안철수 진영에 합류함에 따라 이러한 합류설은 설득력을 더했다.
송호창 의원은 이에 대해 “지금은 어떤 특정 대상의 합류나 연대를 두고 얘기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그건 정치 세력화가 됐을 때 논의 가능한 것이다. 물론 우리의 정책과 비전의 방향에 동의한다면 누구든 함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합류설이 나돌고 있는 홍정욱, 정태근 등 일명 ‘6인회’ 인사들의 합류설에 대해서도 그는 “김성식 전 의원의 관계 때문에 나온 얘기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앞서 송 의원이 ‘기성 정치인 역시 방향만 맞으면 합류 가능하다’는 단서를 붙인 만큼, 향후 정치권 인사들의 합류 여부는 좀 더 지켜볼 대목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손학규? 홍정욱? 앞서가지 마세요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두는 대목은 소위 말하는 ‘거물’들의 안철수 진영 합류 여부다. 특히 지난 4월, 안철수 의원의 원내 입성 이후 이러한 물밑접촉설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회자되고 있는 인물은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대선 과정부터 접촉설이 나돌던 손 고문은 7월 귀국 이후 안철수 진영에 합류할 것이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특히 손 고문의 최측근인 최장집 교수가 안철수 진영에 합류함에 따라 이러한 합류설은 설득력을 더했다.
송호창 의원은 이에 대해 “지금은 어떤 특정 대상의 합류나 연대를 두고 얘기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그건 정치 세력화가 됐을 때 논의 가능한 것이다. 물론 우리의 정책과 비전의 방향에 동의한다면 누구든 함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합류설이 나돌고 있는 홍정욱, 정태근 등 일명 ‘6인회’ 인사들의 합류설에 대해서도 그는 “김성식 전 의원의 관계 때문에 나온 얘기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앞서 송 의원이 ‘기성 정치인 역시 방향만 맞으면 합류 가능하다’는 단서를 붙인 만큼, 향후 정치권 인사들의 합류 여부는 좀 더 지켜볼 대목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