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인 분가… ‘페이퍼컴퍼니’가 발목?
최은영 회장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진그룹과의 계열분리 작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7일 <뉴스타파>가 두 번째로 공개한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인사 명단에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포함돼 있었다. 최 회장은 2008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대표와 함께 ‘와이드게이트그룹’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이면 최 회장이 한진해운 회장에 취임한 해였다. 먼저 세상을 뜬 남편 대신 회장직에 올라 경영수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 회장은 회장 취임 직후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이다. 한진해운 측은 “개인적인 이유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진해운과 무관하다”며 “최 회장도 2011년 (페이퍼컴퍼니) 지분 관계를 정리한 상태”라고 밝혔다.
최은영 회장.
한진해운 측은 최 회장의 개인적인 이유에 따른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수롭지 않게 보고 있지만 결코 득 될 게 없는 일이다. 한진그룹과의 계열분리를 오매불망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불미스러운 일에 관련되는 것이 좋을 리 없다. 오히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계열분리를 허용하지 않는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에게 불허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욱이 한진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한진해운에 대한 지배력을 되레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진칼’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등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전부 한진칼로 넘기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비록 ‘2015년 8월까지’라는 기한을 두고 있지만 한진그룹의 이 같은 계획은 지주회사 체제 개편 과정에서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증권가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주회사 승인을 위해 계획을 세워놓은 것일 뿐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2015년 8월까지 가능한 방법은 여러 가지며 한진해운 계열분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는 일부의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때가 되면 분리하겠다는 경영진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양호 회장
한편 한진해운의 계열분리와 관련, 일각에서는 시숙과 제수 간 혈투를 예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계열분리를 미루고 있는 시숙과 이미 계열분리 작업을 마친 제수 간 싸움은 불가피하다는 것. 재계 관계자는 “형제간 싸움에 이어 시숙과 제수 간 싸움까지 터지면 이미지에 치명타를 안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을 쉽게 내줄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진해운을 내주면 ‘육(한진택배)-해(한진해운)-공(대한항공)’으로 짜인 시스템이 붕괴될 수밖에 없고 조 회장이 이를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 최 회장이 롯데 출신(최 회장의 어머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 씨)이라는 이유로 조 회장이 꺼려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렇다고 최 회장이 고 조중훈 회장에게 남편의 몫으로 받은 한진해운을 포기할 리 없다. 계열분리를 하지 않는다면 한 그룹에 두 개의 지주회사(한진칼·한진해운홀딩스)가 존재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