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때문에….’
동부그룹이 토마토 유리온실 사업 철수를 선언했음에도 일부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동부제품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불매운동이 농협과 관련이 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동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루 빨리 사업 승계자를 구해야 하는 동부 입장에서, 설사 불매운동과 관련이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사업 승계자인 농협과 대립각을 세울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부팜한농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 1분기 2445억 원의 매출과, 145억 원의 영업이익, 3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1분기에 2452억 원의 매출과 254억 원의 영업이익, 139억 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모두 감소한 수치다. 이는 토마토 대규모 재배 단지가 위치한 지역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부그룹 안팎에서는 불매운동이 지속될 경우 동부의 올해 관련 제품 매출이 최소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농협중앙회에 ‘회원 조합에 대한 지도 철저’라는 제목으로 “최근 농업인단체 및 토마토생산자단체 등을 중심으로 기업의 농업 참여 반대 및 특정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으며 귀회 회원 조합 일부도 이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하여 농업인들이 영농활동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다음과 같이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농협중앙회도 지역 단위농협 등에 ‘회원조합에 대한 농식품부 지도사항 안내’라는 제목으로 정부 요청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부의 공문과 농협중앙회의 정부 요청사항 회원조합 전달로 농협과 불매운동의 관련성은 힘을 받는다. 농협중앙회는 남해화학(비료), 영일케미컬(농약), 농협종묘(종자)의 자회사를 통해 해당 시장에서 동부팜한농과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동부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면 직간접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농약 비료 등 농자재의 경우 매년 고정적인 수요가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의 매출이 줄면 다른 쪽의 매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위농협의 경우 조합장을 직선제로 뽑는 특성상 조합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데다, 중앙회의 경우도 동부 제품 불매운동으로 반사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 방조를 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동부 측은 “비료나 농약의 경우 3~5월 매출이 1년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데, 불매운동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며 “농협 관련설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우리는 조합원들에게 임의로 제품을 사라 마라 할 처지가 아니다”며 “또 자신들이 쓰던 제품을 쉽게 바꾸지 않는 농민들의 특성상 반사이익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