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28일 국회 정무위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장. 이재창 위원장이 증인출석 문제로 회의 진행을 보류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일요일이었던 지난 9월28일 국회 의원회관을 지키고 있던 한 보좌관이 던진 말이다. 예년 국감 기간 같으면 일요일에도 보좌진들로 의원회관이 북적거릴 텐데 올해엔 사정이 영 다르다는 것. 이 보좌관은 “지난해 국감 때만 해도 일요일 밤 불이 켜진 사무실이 대다수였는데 올해는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그만큼 국감을 위해 분투하던 의원들과 보좌진의 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DJ정부의 실정과 현대비자금 사건의 실체 규명에 의욕을 보였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신당 출범으로 인해 ‘전의’를 상실한 탓도 크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야당으로 돌아선 민주당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것.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자료를 준비해 오던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로선 국감에서의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게 된 셈이다.
갑작스레 ‘야당’이 된 민주당도 국감에 대한 열의가 예년만 못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노무현 정부 공격에 힘을 실어주는 경우도 일부 있지만 야당으로 바뀐 뒤에 오는 정체성 변화를 국감에서 금세 표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통합신당 의원들의 경우 수적 열세로 인해 국감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점도 국감의 흥미를 저하시키는 한 요인이다. 의원들 사이에서 “국감 잘해서 시민단체가 선정하는 우수 의원으로 꼽히는 것보다 지역구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얘기까지 나돈다는 것.
지난 9월28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공휴일이었지만 의원회관을 돌며 국감 준비에 여념 없던 의원들과 보좌진을 일일이 격려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번 국감에서 소기의 성과를 올린 의원과 보좌진에게 시상을 할 계획도 세워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런 ‘당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감은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눈길을 끌지 못한 국감’으로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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