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매직 로고
동양그룹은 최근 생활가전 계열사인 동양매직을 교원그룹에 매각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동양 관계자는 “교원과 최종 계약 직전 단계로, 계약을 위한 실무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최종 계약 발표까지 보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동양매직의 인수가를 2500억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동양그룹은 유동성에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교원-매직’이 이뤄지면서 업계에선 그동안 자천타천 동양매직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현대백화점이 ‘물을 먹은’ 배경에 더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하병호 사장이 직접 인수 작업을 챙겼을 정도로 동양매직에 관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 까닭에서다. 하지만 정작 지난 5월 29일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업계에서는 그 배경과 함께 동양매직 매각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경영진은 동양매직의 인수가 대비 시너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인천의 가전 렌털(Rental·임대)업체 현대위가드를 통해 정수기 등의 가전제품 렌털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현대홈쇼핑에서 현대위가드의 물량을 상당부분 소화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2011년 3억 원 수준이던 렌털 매출이 지난해 62억 원 대로 급증한데 이어 올해는 지난 1~2월 두 달 동안에만 163억 원으로 증가하며 올 한해 1000억 원 이상의 매출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스오븐레인지, 가스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과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을 생산·판매하는 회사인 동양매직은 지난해 매출액 2981억 원에 영업이익 18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정수기 시장에서도 10%의 점유율로 코웨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번에 동양을 품게 되는 교원은 3.1%의 점유율로 앞선 두 업체와 청호나이스에 이어 국내 정수기 4위 업체다. 반면 현대위가드는 지난 2008년 설립된 회사로 지난해 매출 108억 원, 영업이익 4억 원을 기록,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다. 현대백화점으로서는 동양매직 인수를 통해 계열사들의 규모 확장을 꾀할 수 있었다.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현대백화점 내부에서는 교원과 일본 파로마가 참여한 본입찰 추이를 예의 주시하며 새로운 기회를 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인수·합병에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현대백화점에 2500억 원 이라는 금액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백화점은 동양매직의 매각이 일단 무산됐을 경우 가전 사업부를 뺀 렌털 사업부만 분리 인수해 매각가를 낮추는 방식을 고려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시너지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얘기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