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달간 헉헉헉... 진짜 비상은 ‘’비상‘’이 없는것
▲ 청와대 지하벙커에 마련된 비상경제상황실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 | ||
실제 이러한 정부의 의지 덕분인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회복속도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외부에서 갖거나 회의가 끝난 뒤 시장 등을 찾을 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이다. 촛불시위 이후 10%대까지 떨어졌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50%에 육박한다.
문제는 이 비상경제대책회의가 길어지면서 안건의 무게가 전에 비해 ‘뚝’ 떨어졌다는 점이다. 초기에만 해도 일자리 나누기나 수출기업 지원방안, 중소기업 채권만기 연장, 기업 구조조정, 외환관리 등 굵직굵직한 주제들이 다뤄졌다. 부처 간 혼선이 있었지만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결정된 노후자동차 교체 세제지원은 올 상반기 경제 회복의 최고 작품이었다. 그러나 최근 안건들은 당정협의(여당과 정부 간 정책협의)에서 결정해도 별 탈이 없을 법한 고만고만한 주제들로 수준이 낮아졌다.
지난 8월에는 보금자리 주택 공급계획, 친 서민 세제지원 방안, 쌀 소비촉진방안이, 9월에는 수도권 공공아파트 3만 채 추가 공급, 소액서민금융재단 확대개편, 추석 민생 및 생활물가 안정대책 등이 주제로 올랐다. 과거 같으면 각 부처에서 발표하거나 당정협의를 거쳐 정책화됐을 법한 주제들이다. 이렇다보니 여당에서는 “정책 결정에 여당이 사라졌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대통령의 결정으로 정책에 무게가 실리게 됐지만 공무원들도 매주 목요일이 다가오면 좌불안석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뭔가 ‘그럴듯한’ 안건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제 웬만한 꺼리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정부 정책 추진 속도를 높여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경제상황도 그렇고, 최근 다뤄지는 안건도 그렇고 비상이라고 말할 만한 것을 찾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공무원들의 볼멘소리는 앞으로도 2개월 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당초 7월 말까지 운용키로 했던 비상경제상황실 운영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면서 비상경제대책회의도 자동적으로 올해 말까지 계속 열리게 된 때문이다.
이준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