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방울이 돈방울로 ‘’주렁주렁‘’
▲ 남들이 꺼려하는 건물청소용역에 도전, 입지를 굳힌 오훈 사장.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환경미화업은 더 이상 3D업종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학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요. 아무리 고가의 인테리어를 갖춘 건물이라고 해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노후화가 빨리 진행돼 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매뉴얼에 따라 정기적으로 청소를 하면 건물의 생명이 연장되는 효과가 있죠.”
오훈 사장은 자신이 하는 일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상세한 설명을 펼쳤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을 건물 청소와 주차장 관리, 경비원 파견 등 ‘토털건물관리업’이라고 말한다.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인 그가 건물청소관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2년 9월의 일.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보편화한 건물청소관리업이 한국에서는 아직 걸음마단계인 것에 주목해 창업을 결심했다.
5000만 원으로 성능이 우수한 기계를 해외에서 들여와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을 시작했다. 식당과 사무실 등 전문적인 청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쳤다. 앳된 얼굴에 대표이사 명함이 걸림돌이 될까 싶어 직책도 이사로 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학연, 지연으로 단단히 얽힌 관계를 뚫고 들어서기가 쉽지 않았던 것. 담당자를 만나러 건물에 들어섰다가 경비원에게 쫓겨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여기에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부족한 자신의 경험이었다.
“설렁탕집 청소를 3일 동안 맡게 됐는데 마지막 날 바닥을 왁스로 청소했다가 비싼 바닥재를 고스란히 망쳐놓은 겁니다. 눈앞이 캄캄했지요. 다행히 주인이 샐러리맨 출신이라 제 입장을 이해해주더라고요. 변상도 안 하고 30만 원까지 받아서 나왔는데 큰 경험을 한 셈이었죠.”
약품과 기술을 재점검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하고 1년 뒤인 2003년 8월 법인을 설립, 다시 영업에 나섰다. 이번에는 외국계 기업을 찾아 나섰다. 학연과 지연에서 자유롭고, 실력만 갖추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는 우선 해당 건물에 적합한 맞춤 건물관리 계획을 세우고 유니폼을 갖춰 입은 뒤 담당자를 만났다. 20~30매의 제안서와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자 담당자의 눈빛이 달라졌다. 끊임없는 노력 끝에 결국 한 대형 외식업체가 손을 잡아주었고 한 달 1억 원이라는 매출을 달성했다. 이후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암웨이 아웃백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계 업체와 거래를 할 수 있었다.
청소 매뉴얼은 레스토랑 병원 사무실 극장 등 거래 업체에 따라 달라진단다. 공통점은 철저한 사후관리다. 청소를 마치면 ‘해피콜’(Happy Call)이라는 사후관리 서비스를 통해 만족 사항과 불만족 사항을 점검, 다음 청소에 반영하는데 거래업체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스타벅스의 경우 올해 5년 계약이 종료된 후 재계약에 들어갔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관리 건물과 매장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직원을 더 채용할까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원은 시키는 일만 진행하면 끝이거든요. 주인의식을 가지고 더 나은 길을 같이 모색할 수 있는 사업자가 낫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가정주부, 치킨집 운영 경험자, 은행장 출신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가맹점주로 관계를 맺었다. 창업에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찾은 사람도 많다고 한다. 현재 가맹점 수는 50여 곳. 거래처도 300여 곳의 매장과 건물, 극장 등 다양한 분야로 그 수가 늘어난 상태다.
그는 본사와 가맹점의 역할을 분명히 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본사는 매뉴얼과 기술 개발, 거래처 확보 등에 주력하고 가맹점은 철저한 청소 관리를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것. 가맹점 창업과 동시에 본사가 거래처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 가맹점은 4주 정도의 교육을 완벽히 받아야만 창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카펫, 대리석 등 청소 분야에 따라 사용하는 세제가 다양하고 같은 곳이라 하더라도 단계별로 사용하는 세제가 달라요. 따라서 체계적인 교육은 필수지요. 예를 들어 화장실 청소라고 한 가지 세제만 사용하지 않습니다. 변기와 바닥, 세면대 등에 사용하는 약품이 다르거든요. 정확하게 숙지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난해부터는 인력사업도 시작했다. 청소와 경비, 주차까지 원스톱으로 관리해 거래처의 만족도를 높이고 본사의 수익성도 높였다. 지난해 본사의 매출은 30억 원을 기록했다. 2009년 8월에는 1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친 제2 브랜드 ‘우렁각시’를 론칭했다. 우렁각시는 아파트와 주택 등 개인을 상대로 하는 입주 청소 서비스다. 그는 현재까지 진행되어 온 일반 가사도우미와는 전혀 다른 서비스라고 강조한다. 건물 청소 관리의 경험을 접목해 경쟁력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집안 청소라고 하면 욕실, 베란다 등 쓸고 닦는 방식이 보편적입니다. 저희는 여기에 전문 약품을 사용, 살균과 소독까지 해결하는 한 단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 소비자가 시키는 일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관리를 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렁각시는 대형 할인점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현재 10개 가맹점을 개설한 상태다. 크리니트는 영화관과 사무실 등 대형 건물 관리 서비스로, 우럭각시는 1년 이상 장기계약 형태의 홈클리닝 서비스로 청소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쥔다는 게 그의 계획. 내년에는 60억~70억 원까지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청소관리업은 땀 흘린 만큼 보람이 큰 일이다. 창업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크리니트가 땀 흘려 일하는 좋은 기업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란다”며 깔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