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건설업 진출설 앞과 뒤

‘정부 국토 공사’ 중에 ‘삽자루’ 장착

	▲ 최근 정부 주도의 굵직굵직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농협의 건설업 진출설이 돌아 말들이 많다.

농협중앙회가 지난 2월 중견 건설회사인 일등건설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등극한 사실이 최근에야 알려졌다. 신용부문과 경제부문 분리 등의 개혁을 요구받고 있는 와중에 건설업까지 진출한 셈이라 농협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이 적지 않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도 미뤄오다 과태료까지 부과받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인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과연 진짜 건설업 진출을 노리는 것인지 속내를 살폈다.

지난 2월 7일 농협은 일등건설 주식 42.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고 3월 말 이를 공정위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등건설은 자산규모 440억 원으로 655위의 도급순위를 가진 중견 건설사지만 2007년 유동성 악화로 회생절차를 밟아 올해 최종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을 받았다.

농협은 부도 발생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일등건설에 대한 대출채권 확보 차원에서 대출 원리금 대신 주식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등건설이 건설자금 용도로 농협에 빌린 금액은 약 235억 원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니 농협이 최대주주가 돼 공정거래법 규정에 따라 기업결합신고를 하게 된 것. 특히 최대주주가 되면 공정거래법상 30일 이내에 기업결합신고를 하고 공정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3월 말이 되어서야 신고해 소액의 과태료(172만 원)를 부과 받았다.

이에 따라 농협은 유통·경제 및 신용사업을 넘어 건설업까지 가진 거대 기업집단이 됐다. 문제는 현재 농협이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다는 것.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0월 28일 농협중앙회 사업 분리를 위한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이번 달 중순쯤에 국회에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농협도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안을 확정했지만 농림부와 농협의 시각차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림부는 농협중앙회의 명칭을 연합회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농협 측은 실익이 없는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한다. 경제 및 금융지주의 개편 시기나 지원 자금을 놓고도 양측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처럼 50년 만의 신·경분리가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순간에 농협이 아무런 실익이 없는 건설업에 한눈을 팔아서야 되겠느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다.

	▲ 최원병 회장.

일각에서는 농협이 일등건설을 인수 한 배경에 최원병 회장의 또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로,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최 회장이 건설업에 욕심을 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4대강 사업 등 굵직굵직한 정부 주도 건설 사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최 회장이 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건설업에 뛰어들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계산이 숨어 있다는 것. 최 회장은 농협중앙회 회장직에 오를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에 따라 출자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일등건설의 최대주주가 된 것일 뿐”이라며 “향후 제3자에게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이 수혜를 노리고 건설업 진출을 한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며 “현재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협은 다른 법인이 발행한 의결권이 있는 주식 15%를 초과 취득할 수 없지만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대출금을 출자로 전환해 주식을 취득한 경우는 예외로 적용되고 있다. 이번 일등건설 지분 인수도 농협의 건설업 진출이 아닌 대출채권 확보 차원이라는 게 농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윤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