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손상·피부 괴사… 인생이 망가졌다
[일요신문] 길거리를 걷다보면 흔하게 보이는 성형외과 간판, 그리고 성형수술을 하는 게 더 이상 흉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성형외과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수능을 본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가장 많이 받고 싶은 선물이 성형수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성형은 수술대를 선택한 모든 이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고 있을까. 성형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수술은 수술인 만큼 부작용은 존재한다. 성형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을 들여다봤다.
최 아무개 씨(여·20)는 고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에 눈과 코 성형수술을 했다. 수술을 하고 3주가 지났지만 쌍꺼풀을 한 한쪽 눈이 붉은 채 붓기가 빠지지 않았다. 눈을 감을 때마다 따끔하고 경련이 났다. 수술을 한 병원에 문의를 했지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자연스러워진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상태는 점점 심각해졌고, 결국엔 대학병원의 성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왜 이제야 왔느냐”며 바로 재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재수술을 해도 근육 손상이 심해 자연스러워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피부를 실로 잡아당길 때 심하게 당겨 피부 일부가 괴사됐다는 얘기도 전했다. 결국 최 씨는 손상된 눈 위 피부를 절개해야 했고, 아직까지도 제대로 눈을 감고 잘 수 없다. 최 씨는 “이제 막 성인이 돼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싶고 연애도 하고 싶었는데, 성형 부작용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다”고 울먹였다.
실제 인터넷에는 성형 부작용을 겪는 사람들이 모인 포털사이트의 카페가 여러 곳 운영되고 있다. 코를 높이는 수술을 했다가 코끝이 내려앉는 부작용을 겪었다는 A 씨는 “카페 회원들 중에 가장 많이 부작용을 겪고 있는 부위가 눈, 코, 가슴, 지방흡입 등이다”라며 “회원들 중에는 몇 년씩 집에서 나오지 않고 숨어사는 사람들이 많다.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카페 회원들끼리 인터넷 상에서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다. 만나려고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한숨지었다.
인터넷에는 성형 부작용을 겪는 사람들이 모인 포털사이트 카페가 여러 곳 운영되고 있다. 카페에 올라온 성형부작용 사진들.
과거에는 고르지 못한 치아를 교정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연예인들의 고르고 하얀 치아를 부러워하며 임플란트·라미네이트 등을 통해 치아성형을 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치아성형 역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직장에 다니는 김 아무개 씨(여·27)는 동료들과 점심시간마다 메뉴를 고르는데 남모를 걱정을 갖고 있다. 먹을 수 있는 식사가 한정돼 있기 때문. 김 씨는 2년 전 서울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와 치과를 함께 운영하는 병원에서 윗니 6개를 발치해 임플란트를 하는 치아성형을 했다. 양쪽 송곳니 옆 치아 2개만 하려 했지만, 웃을 때 하얗고 예쁘게 보이려고 6개를 다 했다. 병원에서도 치아의 색깔이 다르면 어색하다고 다 바꿀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수술 후 문제가 생겼다. 하얀 미소는 가졌지만 씹어 먹는 즐거움을 잃은 것. 일반적으로 임플란트는 윗니 수술이 가장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정밀하게 하지 않으면 부작용 비율도 상당히 높다고 한다. 그래서 윗니 임플란트는 초기에 선택할 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김 씨는 “치아에 힘을 주면 아파 오이나 당근은 씹을 수가 없다. 고추도 잘라먹기 힘들다. 그리고 수술 받은 치아 중 2개는 잇몸에 염증이 생겨 신경치료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 치아를 살리는 방향으로 교정을 할 걸 후회하고 있다”며 “나이 들어 할머니가 되기 전에 치아를 다 잃으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에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라고 알려진 필러·보톡스 주사 등 ‘쁘띠 성형’도 부작용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쁘띠 성형은 주로 보형물이나 필러제 등의 양을 과도하게 주사하거나 환자의 체질을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시술하는 경우 부작용이 발생했다. 특히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값싼 중국산 가짜 제품을 주입해 큰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인터넷 카페 등에 올라온 성형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들.
지난해 정 아무개 씨(여·25)는 경기도의 한 성형외과에서 다른 병원보다 저렴한 가격에 시술을 한다는 소식에 보톡스를 맞았다. 그런데 시술을 받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붓기가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주사를 맞은 부위가 더 부어올랐다. 며칠이 더 지나자 살이 딱딱해지고 울퉁불퉁 흉이 나면서 아파오기 시작했다. 다른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보니 보톡스를 맞은 부위에 염증이 생겨 있었다. 정 씨는 “아마 의사가 시술한 제품이 불량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레이저를 이용해 보톡스를 제거했다. 보톡스를 이용해 주름 없이 예뻐 보이고 싶었는데 흉터만 남았다”고 속상해 했다.
그렇다면 성형 부작용의 법적 보상 여부는 어떻게 될까. 앞서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의 A 씨는 “성형외과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의료사고는 내용이 복잡하고 전문적이기 때문에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소송을 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요즘 젊은 여성들은 성형 수술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부터도 피해를 입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한번 부작용이 발생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성형외과 측에서는 “생각보다 수술 부작용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성형이 잘돼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사례는 부각되지 않는 반면, 잘못된 케이스가 주는 시각적 충격이 심해 주목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수술 건수가 증가함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부작용의 비율도 증가한 것이다. 부작용에 고통 받는 경우는 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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