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보다 안전하고 적금보다 짭짤하네
미국 월스트리트의 영웅이면서 전설적인 ‘마젤란펀드’를 운용했던 피터 린치(Peter Lynch)는 “사람들은 항상 좋은 펀드와 훌륭한 펀드매니저를 찾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위대한 펀드매니저가 수익을 안겨주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인덱스펀드를 통해 더 많은 부를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귀재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도 “주식에 투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덱스펀드에 가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덱스펀드는 특정 주가지수의 수익률과 연동해 동일한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운용되는 펀드다. 그리고 ETF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인덱스펀드’라고 할 수 있다. 단돈 2만 원으로 한국 상장주식 전체에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언제든지 환매가 가능하며 판매수수료나 거래세도 없다. 일반적으로 펀드에 투자를 하려면, 즉 펀드를 매입하려면 은행이나 증권사를 직접 방문해 펀드 투자를 위한 별도의 계좌를 터야 한다. 반면 ETF는 기존에 증권거래계좌를 보유한 투자자의 경우 주식을 사는 것과 동일하게 매매할 수 있다.
ETF는 단 한 주를 매입하더라도 해당 ETF와 연동된 지수에 속한 종목군 전체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앞서의 배 씨가 투자한 ‘Kodex200 ETF’라는 종목을 한 주에 약 2만 2000원가량을 주고 매입을 했다면 코스피200지수에 투자한 수익률과 동일한 투자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참고로 코스피200지수 선물에 투자하려면 최소 증거금으로 1500만 원은 있어야 선물 1계약 거래가 가능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지수에 투자하는 일본 중국 브라질 ETF도 8000∼2만 원만 있으면 투자가 가능하다.
세계 최초의 ETF는 1993년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국내에 ETF가 도입된 건 2002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당시 자산규모는 3560억 원, 상품 수는 4개에 불과했다. 매년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난 연말 기준 ETF시장은 자산규모 3조 8765억 원, 상품 수 51개로 7년 만에 10배로 늘었다. 연평균 37%가 넘는 고성장이다.
현재 국내지수를 추적하는 상품들 중 가장 규모가 큰 상품은 삼성투신운용이 국내 최초로 상장한 ‘삼성Kodex200 ETF’로 순자산 1조 3300억 원 정도며, 거래량 역시 국내 ETF 중 최고다. 해외지수 상품들 중 규모가 가장 큰 상품은 삼성투신운용이 2007년 10월에 상장했고 HSCEI(홍콩에 상장된 H주로 구성된 주가지수) 수익률을 추적하는 ‘삼성Kodex China H’로 순자산 1400억 원 정도다.
지난해 국내 ETF의 순자산총액은 31억 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11위에 올랐으며,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세계 14위로 도약했다. 하지만 해외와 비교할 때 국내 ETF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전 세계 ETF 상품 수는 1939개, 자산규모는 1조 323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 ETF시장 규모는 주식 시가총액 대비 0.27%로 전 세계 평균 2.18% 대비 8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간접투자시대의 최고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ETF 장점으로는 우선 거래의 편리성을 들 수 있다. 증권거래계좌만 있으면 주식시장 개장시간 동안 언제든지 자유롭게 매수·매도함으로써 펀드에 투자를 할 수 있다. 국내 ETF의 경우는 지수의 실시간 변동을 보면서 투자자 본인의 수익률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소액으로 위험을 줄이는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에 고른 투자를 위해서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ETF는 소액으로 단 한 주만을 사더라도 지수 전체에 투자를 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본다. 세 번째로는 낮은 보수율이다. 일반 주식형 펀드의 보수 수준은 보통 2.5% 전후이며 3% 이상인 펀드들도 다수다. 인덱스펀드의 경우 1.5% 내외. 그러나 ETF의 경우 낮게는 0.23% 대에서 0.5% 전후다.
이 같은 장점 덕분에 올해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해 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상품 종류도 다양해졌다. 코스피200뿐 아니라 부동산, 사회책임투자(SRI)지수, 금 등 편입자산의 폭이 넓어졌다. 또한 지수보다 수익률 변동성을 키운 레버리지,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Inverse) 등 새로운 상품도 선보였다. 현재 투자자들은 ETF라는 도구를 통해 전 세계의 모든 자산에 손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투자가 가능하게 됐다.
물론 ETF도 단점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은행권 예·적금보다 안전하지 않고 공격적인 펀드보다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ETF는 증권에 상장된 종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라 원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고위험군 상품에 속한다. 만약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하거나 국내 증시 하락 국면에서는 단기적으로 원금이 손실 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식이나 펀드상품을 이해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상품이다. 단, 적립식 장기투자라면 위험이 작아진다. 또 다른 단점으로는 시장이 크게 상승하는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공격적인 액티브, 일반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ETF에 대해 “투자자는 국내외 경제, 금융 관련 뉴스만 보고 시장 방향성만 예측하고 투자를 하면 된다”며 “회사의 재무제표분석 등과 같은 복잡한 과정이 필요 없고, 부도의 위험도 없어 가장 손쉬운 간접투자상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거래량이 풍부해 투자자가 언제든지 매수·매도를 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류민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