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취약 부위? 남성은 ‘귀’ 여성은 ‘다리’
햇볕을 과도하게 쪼이면 피부암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악성흑색종은 신체 다른 부위로 전이가 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때문에 그녀는 지난해 발목 부분에 있던 점이 갑자기 커지기 시작했을 때에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녀는 “처음에는 몸 어디에나 있는 흔한 점처럼 보였다. 그런데 6주가 지나자 크기가 1㎝ 정도로 갑자기 커졌다. 테두리도 흐릿해졌고, 살짝 간지러웠다. 그래도 병원에 갈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후 그녀는 가족과 함께 찾은 음악 페스티벌에서 우연히 무료 피부 상담 코너를 발견하고는 피부 상담을 받았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피부과 전문의는 그녀의 발목에 있는 점의 상태를 관찰한 후 심각한 목소리로 “당장 주치의를 찾아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2주 후 그녀는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 흑색종’ 진단을 받았다. 이미 암세포는 주변 피부와 피부 조직까지 전이된 상태였으며, 결국 그녀는 지름 7㎝ 깊이 1㎝의 피부를 제거해야 했다.
조빈스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인 편에 속한다.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피부암 가운데 가장 위험한 악성 흑색종의 경우 신체 어느 부위로든 전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 하지만 통증과 같은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악성 흑색종은 영국에서 지난 20년 동안 다른 암보다 가장 빠르게 발병률이 증가했으며, 매년 1만 3000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성 흑색종은 보통 원래 있던 점이 변형돼 나타나거나, 혹은 갑자기 새로 생기기도 한다. 생긴 것은 일반 점과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모양이 변하거나 색깔이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 어떤 점이 악성 흑색종인지 감별할 수 있을까. 첫째, 모양이다. 둥근 모양의 점과 달리 악성 흑색종은 모양이 불규칙하다. 좌우 비대칭인 찌그러진 형태가 많다. 둘째, 테두리가 흐릿하다. 다시 말해 경계가 모호하고 불규칙하다. 셋째, 색깔이 균일하지 않다. 점의 색깔이 한 가지가 아니라 복합적이며, 점차 진해진다. 넷째, 크기가 0.5㎝ 이상으로 일반 점보다 크다.
악성 흑색종 외에도 ‘기저세포암’이나 ‘편평세포암’ 역시 흔하게 발생하는 피부암이다. 기저세포암은 피부층의 가장 깊숙한 곳인 기저층에서 발생하는 피부암으로, 특히 오랜 시간 자외선에 노출된 부위에서 잘 발생한다. 대개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기 때문에 사망률은 낮은 편이다. 편평세포암은 자외선에 노출된 부위 외에도 임파선 등 신체 어느 부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자외선 외에도 방사선 노출, 화상 흉터가 원인이 될 수 있다.
피부암은 발바닥 손바닥 등 신체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그래도 가장 위험한 곳은 자외선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부위다. 그렇다면 신체 부위별로 어떤 곳이 피부암에 취약하고, 또 어떻게 하면 피부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두피는 기저세포암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위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체 부위 중 자외선에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부위가 바로 머리이기 때문이다.
저스틴 헥스톨 피부과 전문의는 “대머리 남성들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머리숱이 적은 여성들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모자를 쓰거나 머리숱이 듬성한 부분에 스프레이 형태의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특히 수영장이나 바닷가에서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또한 머리와 목은 악성 흑색종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영국 암연구협회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악성 흑색종 환자의 20%가량이 머리와 목에서 암이 발생하며, 여성의 경우에는 14%가 그러하다.
헥스톨 박사는 “머리와 목은 악성 흑색종이 가장 잘 발생하는 부위다. 햇빛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이런 위험은 더욱 증가한다. 농부처럼 햇빛을 자주 쐬는 사람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목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목에는 기저세포암이나 편평한 작은 갈색 반점이 잘 생긴다. 힐러리 앨런 피부과 전문의는 “사람들은 대개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에는 바르지만 목에는 바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에서 목 피부가 손상되거나 혹은 피부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목에 생기는 반점들은 대개 위험하지 않지만 색깔이 점점 짙어지거나 크기가 커지거나 혹은 모양이 변하기 시작하면 점검을 받아야 한다. 헥스톨 박사는 “일반적으로 목에 갈색 점이 생긴다는 것은 햇빛에 과도하게 노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피부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눈과 코 사이의 움푹 들어간 곳은 특히 자외선에 약한 부위다. 이 부분은 악성 종양, 즉 기저 세포암이 잘 생기는 부위다.
바프 셰어길 박사는 “눈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글라스를 쓸 때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안경을 벗고 쓸 때마다 콧대 부분의 자외선 차단제가 지워질 수 있다. 때문에 선글라스를 벗은 후에는 이 부분에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선글라스는 눈 주위를 충분히 덮는 크기가 적당하다.
# 귀
셰어길 박사는 “나는 보통 남성 환자를 진찰할 때 꼭 귀 뒷부분을 살피곤 한다. 이 부분은 피부암이 흔하게 발생하는 부위 가운데 하나다”라고 말했다.
사실 귀 뒷부분은 햇빛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부위다. 여자보다는 남자들의 경우가 더 위험한데, 이유는 여자들의 경우에는 긴 머리가 햇빛을 가리는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귀 뒷부분에는 보통 비흑생종이 생기지만 간혹 흑색종이 생기기도 한다.
# 코와 입
코는 햇빛 화상에 가장 취약한 부위다. 휴가철 바닷가에서 놀다보면 늘 코 부분이 가장 먼저 빨갛게 변하거나 벗겨진다. 그만큼 코는 피부암 발병 위험이 높은 부위이기도 하다.
콧방울 역시 마찬가지다. 볼록 튀어나온 둥근 모양이기 때문에 햇빛을 더 잘 받으며, 이로 인해 기저세포암이 잘 발생한다. 약간 돌출되어 있는 윗입술의 바로 윗부분도 자외선 노출에 취약한 편이다. 반면 아랫입술의 아래쪽은 상대적으로 자외선을 덜 받는다.
손도 꾸준히 햇빛에 노출되어 있는 부위 가운데 하나다. 특히 뜨거운 여름철이면 쉽게 그을리거나 피부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대개 사람들이 손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피부암이 잘 발생하는 부위다. 남성의 경우 악성 흑색종 환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손에 발병하며, 여성의 경우에는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그렇다.
# 다리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서 흔하게 발생하는 피부암 부위다. 여성의 경우 악성 흑색종 환자의 40%가 다리에 암이 발생하는 반면, 남성의 경우에는 13%에 불과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여성들의 경우 치마나 원피스를 입기 때문에 다리가 자외선에 더 잘 노출된다.
# 발
사실 발바닥은 햇빛에 노출될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발바닥 역시 피부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악성 흑색종의 한 형태인 선단 흑색종은 특히 발바닥, 발가락, 손바닥 등에 발생한다. 선단 흑색종은 대개 서서히 커지며,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단지 유전적 요인인 것으로 추정할 뿐, 이유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