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성의 완벽한 성폭행 사기극, 500만원 챙겼지만 친고죄 폐지로 덜미

[일요신문] 분명 계획은 치밀했다. 우선 범죄의 시나리오가 탄탄했고 선수의 연기도 빼어났다. 꼼짝없이 이 60대 여성에게 걸려든 50대 남성은 순순히 500만 원을 내 놓았다. 문제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브레이크에 해당되는 법이 개정됐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채 범죄를 저지른 이 여성은 결국 자신이 불구속 입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범행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에서 친고죄가 폐지됐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 치명타가 됐다.

12일 부산 연제경찰서는 50대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뒤 성폭행 당했다고 허위 신고해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김 아무개(여·62)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영화 <돈의 맛> 스틸 컷.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김 씨는 우연한 전화 통화로 알게 된 이 아무개(58) 씨와 오랜 기간 친구 사이로 지내왔다. 김 씨는 부산에 살고 있었지만 이 씨는 부산이 아닌 다른 도시에 살고 있었다. 주로 전화로 친분을 유지해오던 이들은 지난 달 이 씨가 부산에 방문하면서 만나게 됐다. 그리고 김 씨는 지난 달 17일 부산에 온 이 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성관계를 가졌다.

그렇지만 김 씨는 이 씨가 자신을 성폭행 했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다. 합의 하에 성관계를 자긴 것임에도 고소를 당한 이 씨는 결국 “합의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다”는 김 씨의 협박에 하는 수 없이 합의금으로 500만 원을 건넸다.

여기서 모든 것을 끝내려 한 게 김 씨의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고소는 취하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성폭행 범죄는 양측이 합의하면 경찰 수사도 끝이 났지만 친고죄가 폐지돼 고소나 합의 여부가 경찰 수사를 중단시킬 수 없었던 것. 결국 3차례 소환 조사 끝에 김 씨는 모든 범행을 자백하면서 불구속 입건됐다.

신민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