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기도 방관하기도 ‘부담’
[일요신문] 벌써 보름 넘게 운영되고 있는 민주당의 서울광장 천막당사 현장에는 유독 한 명의 빈자리가 커 보인다. 사실상 문제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장외투쟁 첫날부터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장외투쟁 초반만 해도 문 의원이 조만간 장외투쟁에 동참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지만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이에 대한 현장 의원들 반응은 그야말로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범친노 진영의 한 의원은 “물론 문 의원이 현장으로 나와 준다면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대여 압박의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문 의원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의 실질적인 피해자 아니냐. 당사자가 직접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감쌌다.
하지만 비주류 진영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애초부터 장외투쟁을 반대했다는 한 민주당 의원은 “지극히 개인적인 섣부른 판단으로 일을 이렇게까지 만든 당사자다. 그의 조급증이 화를 불렀다. 솔직히 죄를 진 사람이 무슨 명목으로 현장에 나오겠냐”며 “하지만 어찌됐건 당 지도부 결정으로 진행된 장외투쟁이다. 당론을 무시하고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것도 옳지 못한 처사”라고 몰아붙였다. 겉으론 비판의 강도를 높이면서도 내심 현장에서 힘을 보태줬으면 하는 눈치였다.
문 의원의 장외투쟁 참여 여부 역시 향후 정국의 터닝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 의원이 이번만큼은 신중한 선택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화록 전문 공개, 사초사태 발발 후 대화록 논쟁중단 등 일련의 조급한 주장들이 당 안팎에 미친 파장을 본인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 저작권자© 일요신문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일요신문i는 한국기자협회,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일요신문 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