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광고 나누자는 데는 여야 ‘맞각’ 없었다
지난 5일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포털뉴스의 공정과 상생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국내 3대 포털사인 네이버·다음·네이트 미디어 담당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눈길을 끌었다. 구윤성 인턴기자
최근 여야는 포털 규제와 관련해 앞 다퉈 토론회를 개최했다. 포문은 민주당이 열었다. 지난 8월 26일 민주당은 ‘포털 규제 논의의 올바른 방향 모색’이라는 제목의 정책토론회를 가졌다. 포털 규제 TF팀을 발족한 새누리당에 대응하는 성격의 자리였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새누리당이 포털 규제를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언론 통제 의도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면 용납해선 안 된다”며 민주당 역시 별도 TF팀을 만들어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 국정조사 과정에서 폭로한 ‘권영세 녹취록’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박범계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 중에는 지난 대선 당시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이 “지금 모바일 포털 뉴스에 조·중·동이 안 들어가고 있거든. 매일 겉에 뜨는 게 경향 사진이 많이 뜨고, 삐딱한 사진이 많이 뜨지”, “조·중·동 어떻게든 내용들을 집어 넣어줘야 하는데, 마이너들이 주로 채우고…”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광범위한 포털규제법 추진은 여권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반격에 나섰다. 지난 9월 5일 새누리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소는 ‘포털 뉴스의 공정과 상생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기성 언론과 포털 뉴스의 공생을 도모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날은 국내 3대 포털사인 네이버·다음·네이트 미디어 담당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눈길을 끌었다. 4선인 이주영 여의도연구소장은 “포털이 언론사와 제휴하는 과정이 과연 공정한지, 기사 선택 과정이 자의적이진 않는지, 자체 편집과 수정이 올바른 일인지 따져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포털 규제 TF팀을 이끌고 있는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 여러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 같다”며 “네이버·다음과 같은 포털 업체를 언제까지 뉴미디어로 봐야할 것인지 의문이 있다. 공정한 룰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상생을 주문하는 여권의 공격에 맞서 윤영찬 네이버 미디어센터장은 “네이버는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전파와 통신을 사용하는 공공재는 아니다”라며 “네이버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에 뛰어들어 1위 자리에 오른 것이고 이 자리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포털 뉴스 운영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네이버 뉴스는 저희가 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본다”며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서비스가 있는데 정치권이 사업구조를 바꾸라고 권고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라고 반박했다.
국내 3대 ‘공룡 포털’ 네이버, 네이트, 다음 화면 캡처.
이에 대해 네이버의 라이벌인 다음의 김영채 미디어본부장은 “자동차가 등장하던 19세기 영국에서는 우마차를 우대하는 정책을 추진했다”며 “그 결과 독일이나 미국에 자동차 산업을 빼앗겼다”는 예를 들어 우려를 표했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포털 시장이 구글 등 다국적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털 규제는 여야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기성 언론까지 가세하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포털이 시장지배력을 부당하게 남용하는 사례가 있다면 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일치하고 있다. ‘네이버 지키기’에 나선 민주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네이버와 중소기업 문제는 네이버와 언론 문제와 따로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며 일정 부분 규제는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여야 합의로 가장 먼저 ‘해야 할 규제’로는 검색 광고(키워드 광고)와 자연 검색 결과를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포털사이트에 ‘○○동 맛집’이나 ‘성형외과’를 검색할 경우 첫 화면에 나오는 ‘파워 링크’, ‘프리미엄 링크’ 등은 모두 광고다. 이는 관련 업체가 포털 사업자에 지불한 금액을 기준으로 나열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처지다. 뿐만 아니라 포털 사이트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주 이용하는 지도 및 위치 정보 검색 서비스 역시 이런 키워드 광고와 연계돼 있다.
관련 법안은 이미 지난 8월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해 놓은 상태다. 이 의원 측은 “네이버에서 ‘꽃배달’을 검색하면 사이트 상단부터 중간 페이지까지는 전부 광고다. 업체는 네이버 키워드 검색에 노출되기 위해 한 줄당 월 800만 원을 상회하는 돈을 지불한다”며 “법안은 이런 광고성 정보는 별도 박스 공간에 넣는다든지, 배경색을 달리하는 등 기술적인 조치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검색 광고가 포털의 주 수입원인 만큼 업체의 매출에 직격탄을 입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국내 검색점유율 78%(2013년 6월 기준)를 차지하는 네이버는 검색광고시장 역시 80% 이상을 점유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네이버를 선두로 포털 업체에서 포털 규제 움직임을 일부러 ‘포털 대 언론’으로 몰아간다는 의구심도 나온다.
새누리당 TF팀 관계자는 “포털의 계산에 민주당이 동조하고 있다. 포털 뉴스 규제는 대단히 지엽적인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네이버 독과점을 깨는 일”이라며 “관련 사례를 모으는 중인데 네이버 독과점에 의한 중소기업의 피해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현재 네이버가 시장지배사업자로 성장한 히스토리를 살피며 그 과정에서 탈·불법적 부분이 없었는지 알아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