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금호아시아나·STX에 다른 잣대 들이댄 까닭

까칠한 강덕수 찍혔나

[일요신문]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금호산업과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중인 STX조선해양. 이 두 회사의 오너에 대한 산업은행의 다른 태도가 논란이 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경우 ‘경영 정상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라는 전제조건이 달린 경영권 박탈인 반면, STX그룹 강덕수 회장의 경우 부실의 책임을 물어 경영일선 퇴진을 요구하며 사실상 직접적인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다양한 시각을 내놓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박 회장이 과거 회사 정상화를 위해 사재출연까지 하는 책임감을 보였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STX그룹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에서부터, STX그룹이 STX팬오션 매각 등 계열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박삼구 회장의 경우 지난해 2200억 원 규모의 사재까지 출연하면서 금호산업 정상화에 적극 나섰던 데 비해 강덕수 회장의 경우 그런 노력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결론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도 “우리는 벌써 워크아웃 4년차라 STX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또 박 회장께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수천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는 점이 다른 결과를 낳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STX그룹이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에 비협조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STX그룹이 STX팬오션 매각 추진 과정에서 산은과 충돌을 빚은 것을 비롯해 여러 건의 자율협약 추진 과정에서도 STX그룹이 채권단의 기본적인 자료 제공 요구에도 소홀한 면을 보이면서 갈등이 더욱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의 마음속에서 강 회장은 점차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강 회장의 최근 수차례에 걸친 면담 요구에도 번번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그룹 관계자는 “STX팬오션 매각 추진 과정에서 산은과 일부 갈등이 있긴 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에 줄곧 협조적으로 임했다”며 “채권단이 기존 경영진과 사전 협의도 없이, 자율협약 체결 시 관례로 제출한 불평등 확약서를 바탕으로 기존 경영진의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을 압박하는 것은 자율협약 체결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고 산은을 비난했다.

산은의 이번 ‘불평등 조치’에 대해 현 정부의 대기업 기조와 관련짓는 시각도 존재한다. 재계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현 정권의 대기업 기조가 회사는 살리되 부도덕하고 무능한 오너는 과감히 자리에서 끌어 내리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조치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이연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