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최근 ‘야쿠자식’ 빚 독촉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일부 대금업체는 채권회수를 위해 폭력조직과 손잡고 있다는 설도 불거지고 있다. 이미 군 일각에 깊숙이 침투한 사채의 어두운 그림자를 추적해 본다.
경기도 포천 영북농협 총기 강도사건의 주범 전아무개 상사(34) 역시 과다한 빚이 문제였다. 포천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전 상사는 약 3천만원의 빚에 몰려 채무 독촉을 심하게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철원 모 부대 소속인 그는 군부대 영외 PX 관리관이었기 때문에 외부 출입이 잦았고 특히 술을 좋아해 유흥업소에서 쓴 카드빚이 많았다는 것.
카드 연체 및 사채에 허덕이는 군 일각의 실태는 자못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군 내부에서 ‘이제 더 이상 쉬쉬하며 덮어둘 일만은 아니다’라는 위기감이 감돌 정도라는 것.
육군 경리단의 한 관계자는 “이미 각급 부대에 ‘사채업자로부터의 급여채권압류 대응방법’이란 교육용 책자까지 배포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임을 털어놨다. 그는 “본인의 무책임한 씀씀이로 빚을 지는 경우도 많지만 군내 계급사회의 특성상 마지못해 보증을 서 줬다가 연쇄적으로 빚더미를 떠안는 경우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육군측에서는 월급의 50%를 가압류당한 군간부가 1천2백∼1천4백 명 정도이며 이들의 총 채권액수만도 6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 군 간부 1백 명 중 한 명이 빚에 심각하게 시달리는 셈이다. 여기에 해군 공군의 경우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리단의 교육용 지침서를 보면 사채업자에 대한 대응방법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어 그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 야쿠자의 돈이 사채업자를 통해서 군 내부를 멍들게 하고 있다’는 괴담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경남 진해의 모 해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한 상사(39)는 “부산에서는 사채를 쓰는 사람에게 야쿠자 돈을 쓰는, 대단히 무시무시한 사람이라는 농담을 곧잘 한다”고 소개했다.
국내 사채시장에 야쿠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소문은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대부사업자연합의 김명일 사무총장 역시 “국내 사채시장에서는 이미 공공연히 확산된 얘기다. 다만 공식적인 확인이 안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계 대금업체는 사실상 국내 사채시장을 상당히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을 중심으로 사업장을 두고 있는 A사 P사 등 영문자 상호의 대규모 대출업체 중 상당수는 일본계 대금업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금업체가 굴리는 돈의 출처다. 사채업계의 소문대로 야쿠자의 검은 돈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면 사태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 대금업체의 채권회수 수법이다. 이들은 대출시에는 친절하게 응하는 것과 달리 연체시에는 거의 협박조로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 및 친구, 심지어는 직장 동료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빚독촉을 한다는 점이다. 이런 ‘무대포식’ 빚독촉이 채무자들로 하여금 벼랑 끝 선택을 하도록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금감원 비제도금융 조사팀 조성목 팀장은 “일부 일본계 대금업체의 빚독촉 방법이 과거 일본 야쿠자식 방법과 아주 흡사하다”고 말한다. 즉 본인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압박함으로써 도저히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 특히 직업군인들의 경우 사채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상급자에 알려질 경우 ‘복무 부적격자’로 찍히기 때문에 일단 급한 빚을 갚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향후 사채로 인한 피해가 더욱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이라는 금융계의 예측이다. 최근 ‘이자 상한법’ 제정 이후 공식적인 등록을 한 대금업체들마저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대출 조건을 점차 까다롭게 하고 있는 것. 따라서 신용불량자로 몰린 일부 군인들은 고리의 사채 유혹에까지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감명국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