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검은돈 ‘세븐럭’ 통해 세탁?
원전 브로커 이윤영 씨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위)을 운영하는 GKL의 감사로 재직한 바 있다. 박은숙 기자
이를 통해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비롯해 43명을 구속했고, 5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검사 9명과 수사관 41명으로 구성된 수사단을 9월 말까지 유지하면서 추가 혐의를 파헤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를 놓고 검찰 안팎에서는 ‘구조적인 원전비리에 메스를 댔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실·반쪽 수사’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 전 차관의 수뢰 혐의가 포착되면서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막상 그 결과는 신통찮은 탓이다. 이명박 정부 실세 그룹이었던 ‘영포라인’의 연루 정황이 포착됐지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던 것이다. 이름이 여러 차례 거론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해서도 검찰은 “지금까지 나온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검찰은 “아직 수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단이 해체되더라도 관련 자료를 대검찰청으로 보내 비리 연루자는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원전 브로커 이윤영 씨가 개입된 또 다른 사건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씨는 영포라인 원전 브로커 오희택 씨로부터 3억 원을 받아 이 중 6000만 원을 박 전 차관에게 건넨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한때 ‘절친’이었던 이 씨와 박 전 차관은 대질조사에서 고성을 내며 다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윤영 씨와 가깝게 지낸 박영준 전 차관. 일요신문 DB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GKL은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지분 51%)다. 그동안 사장을 포함한 주요 보직에 정치권과 연관 있는 인사들이 발탁돼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기도 하다. 새누리당 출신 이 씨가 2009년 1월 감사로 임명됐을 때도 내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했었다고 한다.
GKL 관계자는 “사장이나 이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감사 자리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가 오는 게 맞지 않느냐는 여론이 많았다”면서 “정권 실세들과 가깝다고 자랑했던 이 씨는 자신의 직책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씨가 GKL에 적을 둔 후 정치권과 사정당국 주변에선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 씨가 모종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GKL로 들어갔다는 의혹이었다. 다음은 이 씨와 관련해 지난 2010년 하반기 검찰에서 작성한 보고서의 일부분이다.
‘박영준 전 차관과 가까운 이윤영 씨가 세븐럭을 운영하는 GKL 감사로 재직 중.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씨가 MB 정부 실세들의 돈을 관리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음. 환전이 용이하고 추적이 어려운 카지노 업체의 특성상 이 씨의 자금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음.’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개연성은 높다. 이 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방법 등을 추궁해볼 것”이라면서 “돈의 출처에 따라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 씨가 MB 정부 실세들과 막역하게 지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치권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대형 게이트’로 확대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카지노를 자원외교와 묶어 바라보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에 공을 들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특히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차관 등 영포라인이 자원외교를 진두지휘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자원외교는 그 과정에서 엄청난 액수의 달러들이 오간다. 그 중에는 비밀스런 돈도 많을 것이다. 카지노만큼 달러를 유통시키기에 좋은 곳이 어디 있느냐”면서 “자원외교를 주도한 영포라인들이 이 씨를 카지노 감사로 임명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