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난, 김대중·노무현의 장자이고 싶다”
안희정 충청남도 지사는 내년 재선 과정을 통해 더욱 큰 신뢰를 얻고 싶다고 밝혔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벌써 민선 5기가 막바지다. 3년간 도정에 대한 소회는.
“어느 행정 지도자나 마찬가지지만, 자신이 이끄는 정부 조직의 공정성을 신뢰받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너무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 편을 든다든지, 편중되게 일한다면 불신을 받는다. 난 지난 3년간 도민들에게 충남도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제일 먼저 말하고 싶다. 그리고 그 공정성에 대해 대체적으로 도민들에게 신뢰를 얻어왔다고 자부한다. 또 여기서 더 나아가 일 잘하고 맡길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신뢰 역시 중요하다. 도민 모두에게 ‘우리가 세금을 내서 운영하는 지방정부가 대안과 정책비전을 갖고 일하고 있다’는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왔다.”
―가장 내세우고 싶은 성과가 있다면.
“3년 동안 일 잘하는 지방정부를 만들기 위해 정부 공공분야의 행정혁신을 주도적으로 해왔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 3.0사업에서 지방정부를 대표해 모범사례로 평가받았다. 정보 분야의 투명성에 있어서 충청남도가 여타 시도와 달리 재정회계지출, 각종 결재문서, 행정문서 공개비율에서 좋은 평점을 받았다. 굉장히 유익하고 자랑스럽다. 또 도정 1순위로 품목별·지역별 지도자들과 농업혁신운동을 위해 노력해왔다. 여기에 천안, 아산, 서산, 당진 등 서해안 시대를 맞아 지역 경제성장률에 있어서 울산과 함께 1~2등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기업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은 물론 특히 인구증가에 있어서 지방 중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고 경제성장률도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대한민국 성장과 번영에 충청남도가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일단 내년 재선도전 의지를 피력했다.
“정치인이 하는 일이 뭔가. 많은 주권자로부터 지지라는 신뢰를 얻어 그 신뢰라는 바탕으로 어떤 현안에 대한 합의를 얻어내거나 법과 제도를 만드는데 높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나는 도지사로서 재선 과정을 통해 더욱더 큰 사랑과 지지라고 하는 신뢰를 얻고 싶다. 그 자산이 크면 클수록 큰일에 투자할 수 있다. 다시 도정을 이끈다면, 그만큼 큰 사랑을 얻게 되는 것이므로 더 큰 영향력을 갖고 충청남도와 대한민국에 쓰겠다. 한 번만 하고 집에 가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일의 연속성 면에서도 그렇고. 아주 큰 잘못을 범하지 않는 이상, 주권자로부터 질책을 받지 않는 이상, 재선에 대해 여쭤보는 게 내 도리가 아닌가 싶다.”
―물론 도정만족도, 재선 도전시 지지율 등 여러 지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여야가 혼재된 지역 특성상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 같은데.
“남들은 선거공학적으로 계산한다지만, 난 계산 잘 안하는 편이다. 다 그 시절과 그 시대가 결정짓는 것 아닌가. 난 최선을 다해 도지사를 해왔다. 그 이전에는 최선을 다해서 야당 최고위원을 했고 야당 국회의원 보좌관을 했고 시민사회단체 연구원을 했다. 그런 과정과 현실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해 와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런 노력으로 가다보면 현실이 주어질 것이다. 너무 가볍게 계산하진 않겠다.”
2007년 6월 당시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미 분단과 전쟁을 겪은 상황이 60년이 지났는데 오늘 현실에서 그런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 진보진영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다만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오죽했으면 담당검사가 ‘언론이 너무 빨리 앞서나간다’고 하지 않았나. 수사기관에 일단 맡겨두고 어느 정도 실체가 드러나 법적 책임을 받는지 그 과정을 차분히 봤으면 좋겠다. 또 한편으론 현재 국정원이 지난 대선 과정 선거 개입으로 인해 검찰에 의해 기소된 상태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 주제에 대해 국정원과 대통령은 빨리 답을 내놓고 정리해야 한다. 이것을 마치 소란함을 소란함으로 이겨버리겠다는 의도, 혹시 맞불작전이라면 국민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 안할 것이다.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국정원 개혁과 이석기 사태는 별개다?
“그렇다. 물론 이석기 의원에 부여되는 혐의에 대해선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지만, 국정원이 대선 과정에 개입하고 전임 대통령의 국가기록물을 갖고 이용하고 공개하고 정치중심에 선 것에 대해선 국민들이 혀를 차고 있다. 장군멍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대통령 국가기록물 공개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국기문란행위다. 이러면 국가운영 안 된다. 이것은 여야 편 나눠서 싸울 주제도 아니다. 이렇게 하면 국가운영 어떻게 되겠나. 정권교체하면 그것 갖고 또 전 정권 국가기록을 정파적으로 해석하고 공격하고 그러면 되겠나. 더군다나 대북 햇볕정책은 이미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 과정에서 지지를 받은 내용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한 국가운영행위를 정치적으로 공격한다면, 국가 자체가 존립의 위험을 느끼지 않겠나.”
―이 문제를 두고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법한데.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의 눈높이에서 해결해 줘야 한다. 예를 들면 7·4남북공동선언 때 중앙정보부장이 평양까지 다녀왔다. 그 때 ‘우리민족끼리 잘 해보자’는 말도 했다.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를 갖고 대통령께서 ‘나는 덕 본거 없다’는 식의 유체이탈 화법을 쓰면 안 된다. 최고지도자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문제를 정쟁으로 여의도에 던져놓고 ‘나는 모른다’고 빠지면 안 된다.”
―방금(인터뷰가 진행됐던 9월 12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야권에 3자 회담을 제안했다고 한다.
“3자 회담이고 뭐고, 참…. 그냥 청와대로 들어와서 얘기하면 어떠냐. 그것을 무슨 남북회담 하듯이…. 나 정말 답답해서. 기본적으로 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대화다. 지금 야당에서 대통령한테 대선 무효화하자고 하나? 그것 아니다. 적어도 권력기관이 부당한 대선 개입을 했으면 그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엄중 경고해야지. 알아서 개혁안 내라고 하고. 정작 알아서 개혁안 내라고 하니까 국정원장은 전임 대통령 국가기록물 공개하면서 정치적으로 대응하고. 이것 방치해 놓으면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 뜻이라고 봐야 한다. 꼭 책임자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국회와 논의해야 한다.”
―민주당 김한길 지도부에 대해선 아쉬움이 없나.
“지금으로서는 민주당원의 한 사람으로 전당대회를 통해 뽑은 김한길 지도부를 응원하고 있는 입장이다. 열심히 당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지도부가 당을 잘 끌고 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줘야 할 것이다.”
―곧 10월 재·보궐 선거가 다가온다. 이번 선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안철수 세력이 처음 시험대에 오르는 무대기도 하다. 안철수 세력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평생 직업 정치인으로 살아온 내 입장에선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지는 이러한 새 정치 흐름들이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왜냐면, 기존 정치인들과 정당이 제대로 했으면 정치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분들을 미는 여론이 생겨날 리가 없다. 내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한편으론 국민부터 사랑과 지지를 형성하는 순간 그분(안철수 세력)들도 이제 대중 정치인이다. 대중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이라고 하는, 사회적 자산을 위임받는 순간 본인의 정치 행위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고통스럽고 무서운 거다. 그래도 그분들은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과도 논의해야 한다. 왜? 기존의 한국 정당과 정치가 왜곡된 구조에 대해 알아야 한다. 경험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더 좋은 민주주의와 더 좋은 국가를 위해 서로가 자꾸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해야 한다.”
오른쪽은 지난 7월 안희정 충남지사를 비롯한 전국 시도지사들이 정부의 취득세율 인하방침 발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조선시대 조광조, 정도전 등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제기됐던 문제가 뭔가. 조급했다는 것이다. 스스로 순혈주의를 너무 주장했다는 것이다. 물론 친노라는 흐름이 기존 정당과 정치의 기성질서 입장에서 봤을 때 불편한 문화적 구조일 수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우리 한국사회가 노무현 대통령의 전 과정을 너무 인정하지 않았다. ‘왜 너희들은 그렇게 되바라졌느냐’고 묻기 전에 과연 한국사회가 노무현을 단 한 번도 존중해준 적 있느냐 말이다. 이 관점에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도 일각에선 ‘안희정은 기존 친노 인사들과는 다르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렇다. 난 다른 이미지를 가지려고 한다. 난 그 모든 것을 통합할 생각이다. 친노와 비노를 통합할 것이고, 심지어 보수와 진보를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통합시킬 것이다. 통합이라는 게 뭐냐. 완전한 일치가 통합이 아니다. 서로 과정이 끝나면 승복하는 것이 통합이다. 대한민국은 아무리 승부를 내도 승복을 안 하니까 계속 싸우는 거다. 친노라는 얘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민주당 내에서도 대선후보 노무현을 안 도와줬다. 그 양반 혼자 했다. 노무현은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도 계단을 넘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나갔다. 무협지로 치자면 소림사 18관문을 다 통과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인정을 안했다. 2003년 대통령 취임했을 때도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노 대통령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나. 그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얘기다. 노무현을 인정할 수 없으니까 온갖 이유를 다 붙여서 탄핵시킨 것 아닌가. 친노라고 표현되는 사람들은 존중받지 못한 그 응어리 때문에 자꾸 그런 행동을 하는 거다. 그 원인은 내가 볼 때 한국사회가 먼저 제공한 거다. 한국의 기득권 세력, 학연의 기득권, 지연의 기득권, 사회적 지위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국민의 지지에 의해 선출된 노무현이라는 대통령에 대해 마음이 불편했던 거다.”
―두려움이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난 그 두려움에 대해서도 얼마 전 봉하 강연에서 얘기했다. ‘두려워하지 마시라. 그 두려움은 당신 스스로의 문제지 노무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김대중, 노무현이 과거사위원회를 만들어서 당신들 감옥에 집어넣나? 재산을 빼앗았나?’ 누굴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부채만큼은 정리하고 넘어가자는 거였다. 노무현은 재야운동, 정치입문, 당내경선 등 그 단계의 과정을 거칠 때 주류들은 어떻게 대했나. 다들 한 급 아래로 봤다. 노무현은 그것을 딛고 넘어갔다. 그런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마음으로 계속 노무현 옆을 지켰던 거다. 한국사회가 그런 점에선 노무현에 가혹했다. 일각에선 나를 두고 일반적인 친노들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난 김대중, 노무현 역사의 장자이고 싶다. 그것이 내 정치의 가장 큰 정체성이다. 난 도지사 선거 때도 김대중, 노무현이 못 다 이룬 민주주의 역사를 완성하겠다고 출마했다. 그것이 내 사명이라고 선언했다.”
―이제 엄연한 야권 유력 대선 주자다. 이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대선 도전 의지가 궁금하다.
“물론 많은 성장이 기대되는 젊은 정치인으로서 인정받는 것 자체가 아주 영광이다. 다만 내가 갖고 있는 것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갈 것이다. 난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내가 청년기 때 우리나라는 가난한 사람에게 너무 어려운 나라였다. 못 배운 사람에게 사회적 지위가 없는 사람에게 가혹한 나라였다. 그리고 힘 있는 사람이 현실적 법을 초월해 월권과 특권을 누리던 나라였다. 그것을 좀 없애보자고 생각해서 민주주의 하자는 거다. 그런 점에서 난 도지사로서 농업법, 지역 산업단지, 지역 투자유치, 서해안 항만 및 갯벌 수산업 등 현재 걷고 있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충실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현재에 대해 내가 충분히 성실하게 일을 다 해,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면…. 맛집은 맛집대로 소문이 나지 않겠나. 뭘 바라고 뛸 일은 아니다. 지금은 도지사로서 최선을 다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노력하겠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