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경택 감독과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는 옥중친구 정씨 (영화에서 유오성이 분한 준석)가 자신의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친구에 대한 애틋한 우정을 드러내 세간의 관심 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
이와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곽 감독에게 또다른 내상을 남겼다. 수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절친한 친구 정아무개씨(37세) 살인예비 음모등 혐의로 수감중<친구>의 유오성 역 실존 인물)와 대질심문을 받아야 했던 것. 영화사와 투자배급사로부터 받아낸 돈의 일부가 칠성파 부두목 K씨에게 전달된 과정을 놓고 서로의 주장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주목을 끌었던 이번 ‘대질심문’ 탓에 각별했던 둘 사이의 우정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의 강을 건넌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영화화까지 됐던 ‘친구’의 전설에 금이 간 것일까. 지난 11월21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한 곽 감독은 이날 오후로 접어들면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곽 감독은 자신과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정씨와 대질심문을 받아야 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곽 감독과 정씨는 초등학교 동창지간. 20년 넘게 이어온 이들의 우정은 곽 감독이 지난해 영화 <친구>를 제작함으로써 꽃을 피웠다. 친구의 두 주인공 상택(서태화 분)과 준석(유오성 분)은 각각 곽 감독과 정씨의 분신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뒤 곽 감독은 부산지역 폭력조직 칠성파의 협박을 받아 영화사와 배급사에서 5억원의 ‘보너스’를 받아냈다. 곽 감독은 “이 돈 가운데 일부를 어렵게 사는 친구 정씨에게 전달했다. 다만 그가 수감중인 관계로 그가 지목하는 가장 친한 선배 K씨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요신문> 제549호에서 보도했던 바와 같이 곽 감독의 이러한 주장은 수감중인 정씨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둘은 이 때문에 결국 지난 11월21일 오후 검찰에서 대질심문까지 받기에 이른 것. 이날 두 사람은 서로 엇갈린 진술을 했다. 그렇다면 이들 ‘친구’ 사이는 이번 일로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틀어지는 것일까.
▲ 곽경택 감독 | ||
“지금 이 문제가 너와 나, 단 둘의 문제 같으면 그냥 내가 받아썼다고 하고 몇 년 더 살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검찰쪽에서는 자꾸 K씨에게 전달해 조직자금으로 썼다고 의심하고 있으니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왜 나와는 별 상관도 없는 조직 사람을 끌어들여야 하나. 내가 그 사람에게 주라는 이야기는 입도 뻥끗한 적 없는데 왜 그 사람 이야기가 나왔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친구야,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네가 좀 힘든 상황이라 하더라도 진실을 말해다오.”
편지에는 수감중인 정씨의 답답한 마음과 친구를 감싸주고 싶은 애틋한 마음이 중첩된 채로 드러나 있다. 실제로 그는 부인 한씨가 면회왔을 때도 “경택이가 무슨 의도에서 자꾸 나에게 돈을 줬다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니한테는 미안하지만 친구를 위해서라면 1∼2년쯤 더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씨는 수감중인 관계로 바깥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는 지난 11월15일 부인 한씨가 면회했을 때만 해도 2억5천만원이 곽 감독으로부터 K씨에게 건너간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면서도 부인에게 “그냥 네가 받았다고 해라. 그게 안 낫겠나. (수감중인) 내가 받았다고 하면 믿겠냐. 어디서 술먹고 가오(폼) 한 번 잡은 거 가지고 문제가 생긴 모양인데 글마가 유명인이고 앞으로 영화도 계속 해야 하니까 그냥 그렇다고 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곽 감독 역시 얼마전 정씨의 부인 한씨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곽 감독은 지난 11월20일 오후5시께 한씨와의 통화에서 “제수씨에게는 미안하게 됐지만 아무 일도 없을 테니 걱정마라”며 한씨를 안심시켰다는 것. 곽 감독은 당시 ‘(K씨에게) 줬다 아입니까’라며 돈을 건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제가 그 사람에게 줘서 그 사람이 제수씨에게 전해주지 않고 다 썼어도 죄가 안 되고, 제수씨에게 바로 줬다고 해도 문제가 안 되고, 애기아빠에게 줬다고 해도 문제가 안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답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곽 감독의 사법처리 여부는 조직폭력 수사와 맞물려 추후 진행될 조사에서 판가름날 문제. 하지만 적어도 그가 이번 일로 인해서 ‘친구’를 잃게 될 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둘 사이에 오간 이런 교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