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고·대륜고 아성에 최경환 ‘대구고’ 도전장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5월 취임한 전후로 대구고 인맥이 약진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대구고의 힘은 올해 중반기를 기점으로 정·재계에서 회자하고 있다. 지난 5월 행원 출신으로는 ‘국내 최초’로 금융그룹의 회장에 오른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유통업체 ‘빅3’ 중 하나인 홈플러스그룹 최고경영자에 등극한 도성환 사장이 모두 대구고 출신이다. 이 회장은 경북 경주가 고향으로 대구고와 성균관대를 졸업, 1977년 상업은행(우리은행의 전신)에 입행한 정통 금융인. 도 사장은 대구고-고려대 출신.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그는 홈플러스 1호 점포인 대구점 점장을 지냈고 지난 5월 그룹의 정점에 올랐다.
이들 금융권과 기업체가 가장 두려워하는 곳이 어딘가. 바로 국세청이다. 그런데 임환수 신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대구고 출신이다. 경북 의성 태생인 임 청장은 대구고-서울대를 나왔다. 특히 서울지방국세청은 세수의 3분의 1을 책임지고 주요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지휘하는 곳이다. TK 지역 사정에 밝은 한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 원내대표가 지난 5월 취임한 전후로 대구고 인맥이 약진하고 있다면 우연의 일치로만 볼 수 있나. 그런 화두를 두고 정치권 호사가들의 설왕설래가 분주했다. 그런데 과거에 ‘대국모’라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만들어져 명맥을 이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대구고 출신 국가를 사랑하는 모임’의 줄임말이었다는 것은 알 만한 이는 다 안다. 그런 취지로 모임이 빈번했다. 그런데 이 대국모 이야기가 최근 다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이석채 KT 회장의 조기 사퇴를 종용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차기 후보군으로 강하게 치고 올라온 이가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 상임위원이다. 그런데 형 전 위원 또한 대구고 출신. 최 원내대표와는 대구고 동기동창에다 행정고시 동기이기도 하다. 대구고 출신 모임으로는 ‘대호회’, 재경 대구고 모임 등이 있지만 정치권에선 실체가 불분명한 ‘대국모’ 이야기가 더 많다.
최근 대구고의 약진이 최경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회자되는 것은 일단 그가 경제와 정치를 아우르는 경력을 지닌 까닭에서다.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지식경제부 장관까지 지낸 최 원내대표는 정계, 재계 인사를 막론하고 두루 인맥을 넓히고 있다. 18대 국회에선 대구고 출신인 이명규 의원이 앞선 것처럼 보였지만 19대 총선 때 낙천하면서 최 원내대표에게 힘이 집중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임환수 서울지방국세청장.
전국적으로 보면 박성재 광주고검장, 김기창 고려대 로스쿨 교수, 문병찬 사법연수원 교수, 허부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대구고 출신이며 이만희 경기경찰청장, 홍완선 전 하나은행 부행장, 김상용 전 부산교대 총장, 김종석 평화산업 회장, 송병준 산업연구원장 등이 대구고로 묶인다.
이처럼 집권여당의 원내 수장과 급부상하고 있는 경제·법조 분야 대구고 출신 인맥이 서로 얽히고설켜 지역을 대변하는 새로운 집단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경북고 출신의 한 정치인은 최근 “정통성으로 볼 때, 그리고 사회 각 지역에 잠재해 있는 잠재력으로 볼 때 대구고가 경북고를 능가하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다”며 “대구고 파워가 세진 것은 인정하지만 경북고의 인맥지도를 무시하지 말라”고 말했다.
정계, 관계, 재계, 법조계, 언론계 각 분야에서 포스트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은 여전히 경북고란 말이었다. 실제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을 일컫는 ‘4대 권력기관’ 고위직 인사 152명을 분석한 결과, 경북고가 8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고가 7명으로 그 다음이었다고 주장했다. 대륜고는 2명으로 15위였다.
경북고 인맥은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거대하다. 노태우 전 대통령, 박준규 전 국회의장, 김윤환 전 신한국당 대표,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 김부겸 전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있고, 현직으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한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이 포진해 있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경북중 출신으로 경북고 인사에 포함돼 있다. 정수성 새누리당 의원도 같은 고교 출신이다. 대구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주성영 전 의원은 유 위원장, 권 전 사무총장과 동기동창이다. 현 김범일 대구시장도 경북고다.
대구 대륜고는 지난 정권에서 맹활약했다. 늘 경북고에 밀려 ‘만년 2등’이었지만 그래서 동문 간 유대감이 아주 끈끈하다. 특히 재경대륜고동창회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인터넷 홈페이지만 해도 기수별로 모임이 활성화됐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이명박 정부 2인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만섭 전 국회의장, 김성조 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 등이 대륜고 출신이다. 19대 국회에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초선으로 입성했지만 두각은 보이고 있지 못하다는 평이다. 대구고와 비교하면 말이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