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개전투 실패 후…‘연합전선’ 방향 전환
지난 6월 말부터 본격화한 웅진케미칼 인수전엔 LG그룹의 LG화학과 GS그룹의 GS에너지가 참여했다. 양사는 다른 몇몇 대기업들과 함께 인수전 초반부터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혀 왔다. 양사는 유력후보답게 지난 7월 말 롯데케미칼, 유니드, 도레이첨단소재와 함께 적격인수후보(숏 리스트)에 선정된 데 이어 9월 10일 최종 본입찰에도 참여하며 인수 의지를 불태웠다.
LG와 GS 양측은 STX에너지 인수에 성공할 경우 경영권은 GS에너지가 갖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STX 남산타워 전경.
이에 더해 웅진케미칼 인수전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그보다 덩치가 큰 ‘1조 원 대어’ STX에너지 인수전에서도 둘의 경쟁은 시작됐다. STX그룹과 경영권 분쟁 끝에 STX에너지 지분 96.31%를 확보한 일본 오릭스캐피탈이 개별협상 방식으로 진행하던 STX에너지 재매각 상황이 여의치 않자 지난 8월 경쟁입찰 형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STX에너지 인수전에서도 LG와 GS 양측은 각자의 칼을 빼 들었다. STX에너지는 인수전 초반부터 인수가가 1조 원대에 형성될 것으로 예측되는 등 과열 분위기를 띠었다.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른 데는 이 회사의 자회사인 STX전력의 강원도 동해 북평화력발전소 사업 때문이다. STX에너지는 지난 2010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5차 전력수급계획’에서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59만 5000㎾급 발전소 2기의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 사업권을 따냈으며, 오는 2016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종합상사로서 해외에서 석탄 등 자원개발 사업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는 LG상사는 기존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GS에너지는 웅진케미칼 인수전 참여 때와 마찬가지로 GS칼텍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사업 다각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STX에너지 인수를 추진했다. 특히 GS에너지의 경우 오너 일가인 허용수 부사장이 STX에너지가 매물로 나온 직후부터 일본 오릭스 본사로 직접 날아가 개별 협상을 진행했을 정도로 인수 의지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5년간의 ‘신사협정’ 종료 후에도 M&A는 물론 교차사업마저 지양하며 서로를 배려했던 LG와 GS가 분가 9년 만에 웅진케미칼과 STX에너지라는 두 건의 군침 도는 먹잇감 앞에서 연이어 충돌하면서 재계에서는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정작 지난 9월 27일 진행된 STX에너지 본입찰에서는 LG상사와 GS에너지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예비입찰에서의 경쟁자가 본 입찰에서는 공동 운명체로 바뀌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날 웅진케미칼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도레이첨단소재가 선정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STX에너지에 대한 실사 결과 양측 모두 이 회사에 대한 매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고, 불필요한 경쟁을 통해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동맹을 맺어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 STX그룹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STX에너지 인수전이 뜨거운 이유는 오로지 북평화력발전소 하나뿐인데 공장 가동까지 여러 가지 복잡한 변수가 산재해 있어 성공적인 사업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STX에너지에서 최근까지 회장을 지내며 북평화력발전소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현 LG상사 고문으로 있는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다. 이번 LG-GS의 STX에너지 인수 컨소시엄 구성도 이희범 회장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GS에너지는 STX에너지 본입찰이 있기 직전 자금조달 증빙을 위해 국민, 하나,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요청했던 투자확약서(LOC)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STX에너지 인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LG와 GS 양측은 모두 컨소시엄 구성이 시너지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LG상사 관계자는 “GS에너지와의 컨소시엄 구성은 인수 후 시너지를 고려한 것으로 웅진케미칼 인수 실패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GS에너지 관계자도 “웅진케미칼 탈락 시기와 STX에너지 본입찰 시기가 시기적으로 일치할 뿐”이라며 “몇 달간에 걸쳐 진행된 M&A 과정에서 사업적인 판단에 따라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LG와 GS 양측은 STX에너지 인수에 성공할 경우 경영권은 GS에너지가 갖기로 합의했으며, 지분 배분에 대해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TX에너지 인수전에는 이들 컨소시엄 외에 포스코에너지와 삼천리 계열의 삼탄도 참여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