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카 - 가장 비싼 차 vs 가장 싼 차

최고가 베네노 로드스터, 나노 1260대 값

[일요신문] 최근 세계적인 슈퍼카 제조업체 람보르기니가 야심작인 ‘베네노 로드스터’ 모델을 공개해 화제다. 멋진 외관과 빼어난 성능도 눈길을 끌지만, 세계 최고가 자동차라는 점에서 다양한 얘깃거리를 낳고 있다.

베네노 로드스터는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람보르기니가 창업 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초고가 슈퍼카 ‘베네노’(약 41억 4000만 원)를 오픈카 형태로 제작한 것이다. 람보르기니는 전통적으로 투우(싸움소)의 이름에서 모델명을 따오기로 유명한데, 베네노 역시 스페인 투우 역사상 가장 빨랐던 황소의 이름이라고 한다.

람보르기니의 야심작 ‘베네노 로드스터’는 전 세계 단 9대뿐이다.

단 9대가 한정 생산되는 베네노 로드스터의 대당 가격은 무려 330만 유로(약 47억 9000만 원). 흔히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자동차’로 알려진 마이바흐 62S 모델을 5대나 살 수 있는 액수다. 경매로 거래되는 희귀 자동차들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차인 셈이다.

대체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이유는 단 하나, ‘최고’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공기역학적인 디자인과 각종 첨단 내장설비는 기본. 6.5ℓ짜리 V12 가솔린엔진을 탑재하고 7단 ISR 수동변속기와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해 최대출력 750마력을 발휘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2.9초이고 최고속도도 355㎞/h에 이른다.

더 놀라운 것은 차량 무게다. CFRP(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을 주로 활용해 1490㎏에 불과하다. 배기량이 5분의 2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현대 그랜저 HG 240모델(2359㏄·중량 1530㎏)보다도 오히려 가볍다. 그 덕분에 연비도 ℓ당 6㎞ 정도로 슈퍼카치고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베네노 로드스타와 정반대로 세계에서 가장 싼 차는 무엇일까. 바로 인도의 타타(Tata)모터스가 생산하는 초저가 자동차 나노(Nano)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9년에 처음 선보인 ‘나노’의 출시 가격은 10만 루피. 당시 우리 돈으로 240만 원 정도였다.

고급형 ‘나노’의 가격은 380만 원이다.

나노는 33마력의 624㏄ 2기통 가솔린 엔진을 실어 최고시속 105㎞까지 낼 수 있다. 경차답게 연비도 23.6㎞/ℓ로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최저 가격’을 추구했기에 내부는 볼품없다. 원가절감을 위해 와이퍼도 하나만 달고 에어컨과 카스테레오 등 거의 모든 편의사양을 옵션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나노는 한때 인도의 국민차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싸구려’ 이미지 때문에 지난해 판매가 급감하자 타타모터스는 최근 고급형 나노를 새로 내놓았다. 디자인도 바꾸고 에어컨과 스테레오 시스템, 휠 캡도 장착했다. 이 고급형 나노의 가격은 약 380만 원. 그래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싼 자동차이다.

최고가 차 람보르기니 베네노 로드스터 한 대 값이면 최저가 차인 고급형 나노 1260대를 살 수 있다. 베네노 로드스터가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시간에 나노는 대구까지도 채 도착하지 못한다.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자동차의 차이는 이처럼 극명하다. 하지만 차에 깃든 정신을 들여다보면 산술적인 비교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베네노 로드스터가 모델명 그대로 ‘빠르고 힘센 차’의 상징이라면, 나노는 ‘가난한 이를 위한 차’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나노를 탄생시킨 인물은 인도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전 회장이다. 그는 온 가족이 올라탄 스쿠터가 빗길에서 사고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뒤 가난한 사람들도 탈 수 있는 차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싼 자동차 속에는 가장 고귀한 정신, 휴머니즘이 실려 있는 셈이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