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후광 넘어선 아들… 우월한 유전자 살아있네~
영화 <롤러코스터>로 신인 감독으로 데뷔한 하정우.
올해 67세인 김용건은 이 프로그램에서 삶을 즐기며 사는 중년의 일상을 공개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에 집중할 뿐 예능과 인연을 맺지 않았던 그가 TV를 통해 실생활을 알리기로 마음먹은 건 아들 하정우의 권유가 결정적이었다. <나 혼자 산다>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하던 김용건은 아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하정우는 아버지의 새로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김용건은 아들 영화 홍보에 발벗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용건은 이미 1980~90년대부터 베스트 드레서로 인정받았던 스타다. 탁월한 패션 감각으로 유행을 앞선 배우였다. 또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용건은 그림 애호가이기도 하다. 서양화가들의 작품을 수집할 정도로 그림에 남다른 식견을 갖추고 있다.
이런 성향은 아들 하정우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하정우가 작심하고 그림에 몰두한 건 아버지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서였다. 2010년 개인전을 열고 화가로 정식 데뷔한 그는 당시 여러 인터뷰를 통해 “여러 일을 겪으며 심신이 지친 아버지를 위로하려고 그림을 더 많이 그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유복한 청소년기를 보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하정우는 대학 진학 무렵 김용건의 사업 실패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빚을 갚기 위해 김용건은 드라마 두세 편에 겹쳐 출연할 때가 많았다. 당시 김용건과 함께 드라마에 출연한 한 중년 연기자는 “일주일 내내 밤새 촬영을 할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집에 있는 아들들을 걱정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돌이켰다.
김용건은 하정우의 권유로 <나 혼자 산다>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결심했다. 사진은 방송 화면 캡처.
지금은 각자 독립생활을 하는 이들 부자는 명절에는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낸다. 명절 상을 차리는 건 하정우의 몫. 지난 추석에도 하정우는 직접 장을 봐 차례상을 차렸다. 하정우의 음식 솜씨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김용건은 하정우가 참여한 영화의 시사회만큼은 빠지지 않고 다닌다.
얼마 전 배우 하정우가 아닌 감독 하정우의 첫 영화 <롤러코스터>의 시사회를 찾은 김용건의 모습은 그가 출연 중인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고스란히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김용건은 아들의 이름이 써 있는 영화 포스터 앞에서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었다. 주위 시선도 많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은 새로운 신인 감독이 탄생한 날”이라며 감격해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의 호감을 샀다.
하정우의 본명은 김성훈이다. 연예계에 데뷔하면서 그는 ‘아버지의 그늘’ 아래 서지 않고 스스로 독립하겠다는 의지로 이름을 바꿨다. 그의 동생이자 김용건의 둘째 아들 차현우 역시 아버지 그리고 형에게 기대지 않으려는 뜻에서 예명을 쓰고 있다.
김용건은 2009년 하정우 주연의 영화 <국가대표>에 특별출연으로 참여해 아들을 응원했다. 이제 그 아들은 배우를 넘어 감독으로도 날개를 펴고 있다. 하정우는 <롤러코스터>에 이어 내년 초 촬영을 시작하는 <허삼관 매혈기>의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아들이 감독하고 아버지가 출연하는 영화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 부자가 여느 ‘2대 연예인’들과 비교해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