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횡령 및 직권남용 혐의로 영화인들 줄소환 불가피 파장 예고
검찰은 지난해 11월 경, 대종상영화제와 관련한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10월 말 현재까지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경찰도 지난 5월 경, 내사에 돌입했으나 검찰과 수사가 중복되자, 내사 종결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종상영화제 비리와 관련한 내사를 지난 5월에 착수해 6월 말에 내사 종결했다”며 “동일 혐의 및 동일한 대상자로 검찰서도 내사 중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부터 내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나중에 시작한 우리가 접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로 영화인은 “몇 달 전에 검찰에 나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3~4번 정도 불려나간 것 같다. 검찰 쪽에서 영화제 비리에 관한 자료를 많이 확보한 것 같더라”고 전했다.
현재 검찰은 제48회 영화제(2011) 및 제49회 영화제(2012), 고흥 대종상단편영화제의 공금횡령 및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해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대종상에 관여해온 영화인들이 검찰에 피의자 혹은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형국이다.
48회 및 49회 영화제의 주요 혐의 내용은 공금 횡령이다. 영진위(2억 원) 및 서울시(1억 5000만 원)로부터 받은 국고지원금을 비롯해 기업 협찬금 등 보조금 및 후원금을 영화제를 주도해 온 몇몇 인사들이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사단법인 설립 후 처음 치러진 영화제에서 5억 6000만 원이나 적자가 난 배경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흥 대종상단편영화제는 지난해 8월과 올해 4월, 2회에 걸쳐 고흥군과 대종상영화제가 공동으로 개최한 단편영화제다. 총예산 6억 3000만 원(군비 3억6000만 원, 도비 1억3000만 원, 지역유지기부 1억4000만 원)의 지출에 관한 장부상 기록이 통째로 누락됐으며, 이중 4억 원 가량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검찰은 계약금이 고흥군청에서 영화제로 5000만 원이 입금됐으나 잔금은 개인통장으로 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역 유지 7명으로부터 각 2000만 원 씩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1억 4000만 원도 증발됐다. 이 후원금은 단편영화 여배우들과 레드 카펫을 함께 밟는다는 조건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갑의 대종상영화제 전 감사는 “국내에 단편영화제들이 많이 있지만 예산이 1억 원이 넘는 영화제는 하나도 없다”며 “지방에서 단편영화제를 개최하면서 6억 3000만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들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검찰 내사까지 받는 와중에 지난 4월에 단편영화제 개최를 강행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현재 내사 중임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수사진행 상황이나 혐의사실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이므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이해해 달라. 요즘 검찰의 분위기를 잘 알지 않나. 공보관과 이야기하라”며 즉답을 피했다. 공보관 역시 “통화하기 곤란하다”며 기자와의 통화를 거부했다.
지난 48회와 49회때 대종상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권동선 전 위원장은 <일요신문>에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다. 권 전 위원장은 건설업계 종사자로, 영화계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으나 우연히 알게 된 김진문 대종상 전 이사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한다. 영화제를 깨끗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테니 조직위원장을 맡아서 기업 협찬금을 모집해오라고 설득했다는 것이다.
권 전 위원장은 “나는 협찬금만 받아오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며 “돈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 지 전혀 알 길이 없었다. 지출결제권을 가진 조직위를 철저히 배제하고 극소수의 사람이 대종상을 좌지우지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무국을 상대로 한 2억 대여금 반환소송에 대해서도 “당시에 협찬이 잘 안 돼서 우선 내 자금으로 임시변통을 한 것”이라며 “2억 원을 영화제 측에 대여해주면서 협약서를 썼다. 지원금이 아닌 ‘대여’라고 정확히 명시했고, 영화제 종료후 정산하면 갚는다고 썼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종상의 실세로 알려진 정인엽 부이사장 겸 권한대행은 지난 2006~2010년 이천 춘사영화제를 개최하면서 이천시와 기업들로부터 받은 보조금과 지원금 45억 5000여만 원 중 2억 40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7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엔 이천시가 행사 보조금을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제기한 보조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해 행정법원으로부터 6700만 원을 변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정 부이사장은 <애마 부인> 시리즈, <요화 배정자2> 등을 연출한 원로 영화감독이다.
오랫동안 영화 회계를 담당해온 한 영화 PD는 “시상식 영화제는 보통 지상파 방송 중계료 지불, 세종문화회관 등 장소대여비, 기타 부대비용까지 모두 합해도 5~6억 원이면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다”며 “10억 원이 넘게 보조금 및 협찬금을 받아 다 쓰고, 그러고도 채무가 있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영화계 한 관계자도 “대종상에 영진위 지원금, 상금, 기업 협찬금 등 이권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며 “해마다 특정 영화를 밀어주는 싹쓸이 관행으로 인해 권위가 추락했다”며 “사실상 영화계 내부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그들만의 축제가 된지 오래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대종상영화제는 그동안 심사과정의 공정성 시비 및 내부 갈등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공금 횡령 및 직권남용 등 비리 의혹으로 사정기관의 내사까지 받는 처지가 됐다. 또한 작년 2월에 출범한 (사)대종상영화제 설립이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도 있었다.
현재까지도 권동선 전 조직위원장과 김진문 대종상 이사가 사무국에 차용해준 돈을 둘러싸고 법적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권 전 위원장이 법원에 낸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바 있으며, 김진문 이사가 사무국을 상대로 가압류를 신청해 지원금 등이 법원에 묶일 것을 우려해 영진위가 2억 원의 국고 지원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과연 영화인들의 축제인 대종상영화제를 둘러싼 내분 및 갖가지 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떤 결과물을 도출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상미 기자 sh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