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의 통치기간, IMF시대의 시작과 탈출, 월드컵 신화의 창조….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경험했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성풍속도의 변화다.
제3의 성혁명이라 불린 비아그라의 출현과 시판, ‘섹티즌’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는 인터넷을 통한 포르노 문화의 확산 등 사회 전반적으로 성담론은 넘쳐났다. 그렇다면 우리의 성풍속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했을까.
최근 한국성과학연구소(소장 이윤수)가 1997년에 이어 5년 만에 ‘한국남성의 성의식과 성생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우리 시대의 성’을 들여다 봤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한 달간 전국의 성인남성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자는 20대 11%, 30대 54%, 40대 25%, 50대 8%, 60대 이상 1%로 구성됐다. 이 조사 결과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항목은 ‘외도율’. ‘파트너(배우자) 이외의 여성과 섹스를 해본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8%가 ‘있다’고 답했다.
지난 97년 조사에서는 72.9%였다. 5년 만에 5% 가량이 늘어난 수치. 게다가 배우자 이외에 고정된 섹스 파트너가 있는 남성도 15%나 됐다. 이제 남성들의 ‘순애보’는 전설이 될 듯싶다. 충격적인 조사 결과는 또 있다. 조사대상의 10%가, 몇 년 전의 기준으로 봤을 때 ‘변태’에 해당할 수 있는 항문 섹스(애널섹스)를 해봤다고 응답한 것.
얼마 전 20대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옐로 파일>에서 20%라는 수치가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 대상 중 20대는 전체의 11%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아주 특별한 섹스’가 전 세대로 확산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80%에 육박하는 ‘외도율’과 애널섹스의 ‘대중화’…, 이런 결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번 조사를 진행한 이윤수 박사는 그 원인을 비아그라와 인터넷에서 찾는다. 그는 “결과에 적잖이 놀랐다”면서 “우선 지난 97년 개발된 비아그라라는 신약이 성담론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렸다.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인터넷을 통한 포르노의 확산이 불러온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 박사의 이 같은 분석은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인터넷과 비아그라의 사회적 부작용에 관한 조사 결과가 뒷받침하고 있다. 우선 인터넷 관련 조사 결과. 조사대상 중 ‘성인 전용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2%가 ‘있다’고 답했다. 이중 ‘거의 매일’ 들어가는 사람이 4%, ‘1주일에 한두 번’이 20%였다. 유료사이트에 돈을 내고 가입한 사람도 16%나 됐다.
우리 사회에 ‘섹티즌’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포르노 사이트를 통한 사이버섹스를 ‘리얼섹스’로 전환시키는 매개체는 바로 채팅. 인터넷 채팅을 통해 여성을 사귄 경험이 있는 남성은 13%였다. 이 중 14%가 ‘번개’를 통해 여성을 직접 만났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만날 경우 71%가 성관계까지 발전했다고 한다.
비아그라 오•남용의 정황증거도 포착됐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거의 필요가 없는 데도 20대와 30대 응답자의 4% 정도가 ‘사용해봤다’고 답한 것. 이렇듯 성이 개방화되고 있는 데도 대다수 남성의 성지식 수준은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여성의 ‘흥분 시스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음핵(클리토리스)의 위치를 정확히 모르는 남성이 6%나 됐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15.5%가 음핵의 위치를 몰라 젊을수록 성지식이 얕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트너의 성감대를 모르는 남성도 전체의 24%나 됐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성감대 인지도와 결혼생활만족도의 상관관계 분석에서 파트너의 성감대를 모르는 남성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부부생활의 행복은 서로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는 얘기. 이미 많은 남성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파트너를 위해 나름대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트너의 오르가슴을 위해 행하는 자신의 노력에 점수를 준다면?(1백점 만점)’이라는 질문에 75점 이상을 준 남성이 72%나 됐다. ‘거의 1백점’에 동그라미를 친 남성도 5%나 됐다. 일반적으로 많은 부부가 관심을 가질 ‘성관계 빈도’는 20대의 경우 주 3~4회, 30대 주 1회, 50대 주 1회라고 답한 남성이 가장 많았다. 매일 1회 이상 관계를 갖는 남성도 2%나 됐다.
척도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97년 조사에서는 매주 평균 20대 2.41회, 30대 1.98회, 40대 1.44회, 50대 1.19회였다. 한편 조사대상의 3%는 원조교제를 해봤다고 답했고, 61%가 공적으로 매매춘을 허용해야한다고 답했다.
요즘 들어 부부관계를 갖지 않는 섹스리스(sexless)부부에 관한 관심이 높은데 기혼 남성만의 조사결과로 볼 때 3%가 이에 해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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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15 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