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대처…‘두 번’ 넘어트린 꼴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저녁(현지시간) 런던 시내 ‘길드홀’에 도착한 뒤 차량에서 내리다 한복에 발이 걸리며 넘어졌다. 연합뉴스
우선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사건 당시 청와대 경호실 측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다. ‘꽈당 사건’은 지난 6일 박 대통령의 영국 방문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던 런던시장 초청 만찬에서 벌어졌다. 박 대통령이 만찬장 현관 앞에 도착, 승용차에서 내리는 과정에서 한복 치맛자락을 밟고 오른쪽으로 크게 넘어진 것이다. 당시 현장은 비가 내린 뒤여서 바닥이 미끄러웠다. 박 대통령도 오른 손에 지갑을 들고 있었던 터라 먼저 손을 짚지 못하고 크게 넘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대통령을 부축할 수 있는 경호실 직원도 지근거리에 없었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호실 측의 무사안일한 대응을 질타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승용차에서 내리는데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지 않았다. 비가 와서 미끄러웠는데도. 또 대통령은 오른 손에 지갑을 들고 있었다. 대통령 주변에 우리 측 경호원은 없었다”면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종준 경호실 차장 등을 호되게 몰아세웠다. 청와대는 “경호를 영국 측에서 맡기로 돼 있었고, (넘어지는 대통령을 부축하기에는)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춘추관장을 맡아 대통령의 해외 방문을 수십 차례 수행했던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인물인 까닭에서다. 김 의원은 “이게 잘된 경호인지, 잘못된 경호인지 분명하게 답하라”면서 “실패한 경호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도, 징계 받는 사람도 없다”고 꼬집었다.
꽈당 사건 이후 홍보수석실이 보여준 어이없는 대응도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이번 대통령 순방에 70여 명의 기자단이 동행했지만 청와대 측이 이들에게 이 사건 발생 사실을 즉시 알리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 측은 현장에서 사건을 목격한 일부 풀(Pool) 기자들에게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를 요구했고,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자들은 다음날인 7일 오전 외신에 관련 사진과 동영상이 보도된 뒤에야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순방에 동행했던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청와대 측은 외신에 보도됐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도 협조 요청을 했다”면서 “결국 기자단이 회의를 거쳐 협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보도를 할지, 말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바람에 기자단이 숙소를 예정보다 늦게 출발했고 이는 결국 대통령 전용기가 런던 히스로공항을 지각 출발하는 소동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이런 어이없는 대응은 차분했던 박 대통령의 대처와 대비됐다. 박 대통령은 꽈당 사건 직후 현지 관계자들이 놀라서 다가오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밝게 웃으면서 “Dramatic Entry!(극적인 입장!)”이라는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또 행사를 마치고 퇴장할 때에는 “Quiet Exit!(조용한 퇴장!)”라는 농담으로 민망해하는 현지 관계자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다른 청와대 출입기자는 “꽈당 사건의 전모가 알려졌을 때 기자들 사이에 미담 기사가 될 수도 있겠다는 반응이 오갔는데, 정작 청와대에서는 무조건 보도를 막으려는 태도를 보였다”며 “참모들의 정무적 판단 능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 전직 외교부 고위 공직자는 “대통령 경호와 관련해 ‘중대 사건’이 벌어졌는데 아무 일 없이 넘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제라도 경위를 정확히 따져보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