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마다 자양강장제 ‘꽉꽉’
노량진은 공부하기 바쁜 학생들의 사정을 배려해 ‘컵밥’ 등 한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는 저렴한 길거리 음식들이 상당히 발달해 있다. 박은숙 기자
음료자판기도 노량진에만 오면 특별해진다. 보통 음료자판기에는 탄산, 커피, 물이 주요상품이지만 노량진에선 자양강장제가 주인공이다. 노량진에서 만난 한 자판기업자는 “학원건물 각 층에 1~2개의 음료자판기가 설치돼 있는데 거의 매일 자양강장제를 채워 넣는다. 하루에 100병 이상 팔리는 날도 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자양강장제 전용 자판기가 설치된 곳은 여기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자들의 영업방식도 노량진이기에 가능한 것이 있다. 바로 고시원 중개. 노량진에는 하숙이나 원룸형태의 방이 드물어 부동산에서도 고시원 중개를 해주는 것이다. 중개수수료는 고시원 주인에게만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학생들의 말을 들어보니 부동산을 통해 방을 구하면 약간 비싸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반면 유독 노량진에서만 찾아볼 수 없는 것들도 있다. 가장 특이한 점은 수많은 학원이 있음에도 노량진에는 ‘강사’라 불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노량진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 스스로는 물론이고 학생들도 ‘강사’ ‘선생님’이란 호칭 대신 ‘교수님’이란 호칭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실제로 대학 강의를 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교수’라고 부른다.
또한 노량진엔 학원 홍보용 현수막도 없다.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각종 학원에서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있었으나 동작구에서 나서 자진 정비를 독려한 끝에 이제는 사라진 것. 덕분에 미관상으로도 깨끗해졌을 뿐만 아니라 경쟁적으로 현수막을 내걸던 학원 관계자들도 ‘현수막 노이로제’에서 벗어났다며 기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마지막으로 노량진에서는 여성들의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도 듣기 힘들다. 20~30대 젊은 여성들이 몰려 있는 곳이지만 모두들 하나같이 계절을 불문하고 일명 ‘삼선 슬리퍼’를 애용한다. 오로지 공부에 매달려 있어 멋을 낼 시간도, 이유도 없지만 또각또각 거리는 구두를 신고 학원을 활보할 경우 수험생들의 살기어린 눈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