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지난 5월13일 공개한 검시보고서에는 의문의 사진 한 장이 실려 있다. 감정서 1백31쪽에 실린 김승일씨(하찌야 신이치)의 젊은 시절 사진이 바로 그것.
김현희씨와 함께 KAL 858기 폭파범으로 지목된 김씨는 사건 이틀 뒤인 87년 12월1일 바레인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밟던 도중 연행돼 청산이 든 독약 앰플을 깨물고 자살한 인물. 검시 보고서에는 우리 나이 69세로 기록된 사건 당시 김씨의 모습에 비해 10년 이상은 훨씬 젊어 보이는 그의 사진이 첨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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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일씨(하찌야 신이치)의 젊은 시절 사진 | ||
이틀 뒤인 12월19일 부검을 실시한 황적준 당시 국과수 법의1과장(현 고려대 법의학과 교수)도 “부검과는 관계가 없는 사진이며 보고서 작성 시점에는 그런 사진이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검시 보고서는 모두 3부가 작성됐다. 검찰과 안기부, 국과수 보관용.
국과수의 한 관계자는 “안기부가 자신들이 보관하고 있는 보고서에 그 사진을 넣은 뒤 같은 내용을 보관하기 위해 국과수 보고서에 끼워 넣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의문의 핵심은 어떻게 안기부가 김승일씨의 젊은 시절 사진을 입수해 갖고 있었냐는 것. 안기부가 바레인 당국으로부터 김씨의 사체를 인도받은 것은 87년 12월5일.
안기부가 어떻게 2주 만에 북한 공작원 김씨의 젊은 시절 사진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보고서에 첨부된 모든 사진에는 사진 번호와 설명이 붙어있지만 이 사진에는 아무런 단서도 남아있지 않다.
김승일씨가 위조해 갖고 있던 일본 여권사진은 87년 사건 당시에 즈음해 찍은 사진으로 밝혀졌다. 그의 자살 이후 증거물로 채취된 목록에도 그의 다른 사진은 없었다. 더구나 검시 보고서는 김승일씨에 대해 ‘신원 미확인 상태’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씨의 과거 사진이 보고서에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유가족들의 주장처럼 김승일씨는 김현희씨와 함께 당국의 KAL기 폭파 조작에 들러리를 선 것일까. 15년 전 사고의 진실을 둘러싼 공방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