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황우여 ‘아웃’ 서울시장 김황식 ‘영순위’
친박 핵심 의원실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로 김황식 전 총리가 영순위다. 임준선 기자
그러나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유리하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정부 출범 이후 불과 1년 3개월 만에 치러지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과 같은 60%대를 유지한다면 ‘야권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이 이번에 입수한 자료는 한 친박 핵심 의원실이 지난 11월 초 작성한 보고서 중 지방선거 부분만을 발췌한 것이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는 “지방선거는 여당에게 불리하다고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준비를 잘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 자료는 지방선거 전략 수립에 필요한 개괄적인 것들을 요약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 전당대회 시기는?
보고서는 황우여 대표가 내년 설 연휴 이후 물러난 뒤 3~4월 조기전대를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은숙 기자
그러나 보고서는 황 대표가 내년 설 연휴(1월 30일~2월 2일) 이후 물러난 뒤 3월 중순~4월 초 조기전대를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 지도부가 보여준 정치적 역량으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인식이 당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고, 텃밭인 영남권 여론조사 결과 황 대표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팽배하다는 게 그 이유다. 보고서는 차기 당 대표가 현 정부 중·후반기 박 대통령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고 2016년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측면에서 청와대와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조기전대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고서는 조기전대가 성사될 경우 김무성 의원과 다른 후보들 간 치열한 격돌을 예상한다. 이는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지방선거 및 7월 재·보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기전대 흥행을 통해 국가기관 댓글작성, 공기업 낙하산 인사 등 선거 악재를 희석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보고서는 차기 당권주자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충청권 인사(이완구·서청원 의원)들이 조기전대에서 약진하면 충청 민심을 끌어 모으는 데에도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다수 정치전문가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청표의 향배가 승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 시 ‘범 반박 세력’ 결집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부분은 보고서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다. 또 친박이긴 하지만 비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의 이탈 현상도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새누리당 반박그룹의 세가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 155명 가운데 100여 명이 친박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절반만이 주류로 꼽힌다. 전체 의석을 놓고 봤을 때 3분의 1 정도가 주류인 셈이다. 따라서 나머지 반박 의원들이 세력화에 나서면 친박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맞물린다.
# 지역별 할당제 선거운동
친박 핵심 의원실에서 작성한 지방선거 관련 문건. 여기엔 조기전당대회 등 민감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러한 지역별 할당제 선거운동에 대해 보고서는 또 다른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반박그룹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를 유도할 수 있고, 패배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태우 정치평론가는 “지방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조기전대로 탄생한 신임 지도부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방선거를 대비한다며 조기전대까지 실시한 상황에서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은 거세게 불 것”이라면서 “그러나 중진들이 각 지역에서 선거 운동을 이끌고 그 책임까지 어느 정도 함께 진다면 그 강도는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각 지역의 유력 정치인들은 이렇다. △서울 및 경기 : 정몽준 이재오 남경필 △충청 : 이완구 서청원 이인제 △대구·경북 : 최경환 이한구 유승민 △부산·경남 : 김무성 이주영 김태호.
# 수도권 ‘빅3’ 경쟁력 공천
‘김황식 대안’으로 거론된 정우택 의원.
보고서는 후보 선정에 있어서 당내 경선보다는 여론조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주문한다. 여의도연구소가 당내·외 인사 10명을 후보군으로 압축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여기서 나온 지지율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의도연구소는 내년 1~2월 자천타천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는 인사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의도연구소 관계자는 “스펙이나 정치적 위상과 같은 것은 참고만 할 뿐 후보 선정에 있어서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를 내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장의 경우 김황식 전 총리가 영순위로 꼽혔다. 김 전 총리는 ‘강직한 이미지, 호남 출신, 지지율’ 3박자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총리 영입에 실패하면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우택 의원이 그 대안으로 거론됐다. 정몽준 의원과 홍정욱 전 의원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과 이혜훈 최고위원 등 여성 공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송영길 시장의 재선 여부가 관건인 인천시장은 황우여 대표 차출론을 들고 나왔다. 인천을 탈환하기 위해선 가장 경쟁력 있는 황 대표가 직접 출마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보고서가 주장하고 있는 조기전대와 맞물린다. 황 대표는 인천 출마와 관련해 지금까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성을 해야 할 경기도는 외부 인사 영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원유철·정병국 의원은 물론 유력한 후보군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지지율이 저조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 안철수 신당 대응
정치권에서 안철수 신당이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데엔 이견이 없다. 안 의원 측은 독자 후보를 낸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야권분열은 필패’라는 대명제 앞에 안 의원 측과 민주당이 자연스레 단일화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범야권이 손을 잡으면 영남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고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심지어는 부산 등 여권 강세 지역도 야권 단일화 후보에게 내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안철수 신당이 참여하는 야권 단일화에 대한 대응 논리의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민주당과 안 의원이 지난해 대선 이후 사실상 결별했으며 그 이후 마찰을 빚어왔다는 점을 부각시켜야한다고 말한다. 야권 단일화는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정치세력일 뿐이며 어떠한 명분도 없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안 의원이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발언한 부분을 언론 등에 적극 알릴 필요성도 덧붙이고 있다. 안 의원의 ‘말 바꾸기’를 타깃으로 잡겠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의원실 관계자는 “안철수 신당 그 자체가 파괴력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야권 단일화는 우리가 제일 걱정하는 시나리오”라면서 “국민들에게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도록 하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