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카 힘 빠질 때 다시 한번 뭉칠 수도”
지난해 12월 마지막 방송을 한 팟캐스트(인터넷·모바일방송) <나는 꼼수다> 4인방이 이명박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자주 내뱉던 말이다. BBK, 내곡동 사저, 4대강 사업 등 당시 민감한 정치적 이슈들을 다루며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1년, 최근 정봉주 전 의원이 토론회 진행과 TV 다큐멘터리에 출연에 이어 김용민 국민TV PD도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글을 올려 다시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활동 당시의 4인방. 왼쪽부터 김용민 국민TV PD, 정봉주 전 의원, 김어준 총수, 주진우 기자. 사진출처=딴지일보
특히 아슬아슬한 <나꼼수>의 진행방식과 풍자는 기존 방송 통로가 아닌 팟캐스트를 통했기에 가능했다. <나꼼수>가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팟캐스트 방송이 유행하기도 했다. <나꼼수>의 자매 방송인 <나는 꼽사리다>, <나는 딴따라다>가 등장하는가 하면 유시민 이해찬 등 정치인들도 팟캐스트 방송에 뛰어들었다.
<나꼼수>의 인기는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큰 영향력을 미쳤다. 당시 <나꼼수>는 나경원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1억 원 피부과’ 의혹, 나 후보 남편 김재호 판사의 ‘기소 청탁설’을 제기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나 후보가 지지율 하락으로 선거에서 패배하자 새누리당에서는 선거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징역형으로 가중처벌을 하는 ‘나경원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주로 이명박 정권과 여당에 대한 의혹 제기와 비판을 했던 <나꼼수>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에서부터 시작해 내곡동 사저 비리, 4대강 사업,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한 측근들의 비리 의혹 등을 다뤘다. 때문에 젊은 세대의 정치의식을 일깨웠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편파 방송 등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한 김용민 PD는 정봉주 전 의원을 대신해 민주당 공천을 받아 2012년 4월 총선에서 노원 갑 후보로 출마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나꼼수> 이용이라는 정치권의 비판과 함께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막말이 폭로되며 결국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방송 이후 <나꼼수> 멤버들은 고소고발에 시달렸다. 나경원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나꼼수> 멤버들을 5차례 고발했고 이에 <나꼼수> 측도 나 후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2차례 맞고소를 했다. 검찰은 1억 원 피부과설, 중구청 인사 개입 의혹, 학교 비리 관련 청탁 의혹, 김재호 판사 기소 청탁 의혹 제기 등에 <나꼼수> 멤버들을 불기소 처분하고 나 의원에게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외에도 <나꼼수> 측은 박근혜 대통령, 박지만 씨, 새누리당과 선관위, 국정원 등에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죄 등으로 고소당했다. <나꼼수> 마지막회에서 주진우 기자는 “박근혜 당선인 1건, 박지만 씨 4건, 새누리당·선관위·국정원 각각 1건씩 고발이 들어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인 2012년 12월 22일 유럽으로 출국했다가 현재 귀국해 재판을 받았다. 두 사람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자(死者) 명예훼손 등으로 기소됐다.
2011년 <나꼼수> 패널 정봉주 전 의원이 징역 1년의 형집행에 들어가자 지지자들이 환송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현재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는 재판을 받으며 본래의 직업에 충실하고 있다. 김어준 총수는 딴지일보와 <나꼼수> 사무실이 있던 ‘벙커1’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그는 지난 11월 5일 ‘벙커1’에서 열린 유시민 전 장관의 <노무현 김정일의 246분>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주진우 기자도 <시사IN> 기자로 계속 활동 중이다.
정봉주 전 의원은 BBK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죄로 징역 1년형을 받고 수감 생활을 했다. 그는 출소 후 2013년 2월 봉화로 내려가 ‘봉봉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주민과 함께 농산물을 직거래 활동에 힘써왔다. 그러던 중 그는 지난 11월 국민공동토론회인 ‘만민공동회’ 행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전 의원은 최근 금태섭 변호사,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 천호선 정의당 대표,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 등이 출연한 SBS TV 다큐멘터리 <최후의 권력>에 출연하며 방송 활동에 들어갔다.
현재 그는 종편 채널의 고정 출연자로 확정됐고 SBS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방송관계자들과 조율 중이다. 연말부터는 그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도 선보인다. 정 전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앞으로 방송활동과 정치 활동을 병행해 나갈 예정”이라며 “10년간 정당 활동이 제한(피선거권 박탈)됐다고 해도 다른 방면(강연이나 방송 등)으로 활동이 가능하다”고 의지를 보였다.
국회의원에 도전했던 김용민 PD는 시사평론가에서 미디어협동조합인 국민TV PD로 변신해 활동 중이다. 근황을 묻는 기자에게 그는 “팟캐스트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른 멤버들에 대해 “본래 대선 때까지만 하기로 한 프로젝트 형식이었는데 이제 각자 돌아갈 곳으로 간 것”이라면서도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는 본래 갈 곳이 있지만 정봉주 전 의원은 정치활동에 발목이 묶였다. 아무 일도 못하고 있지 않느냐. 저 같은 경우도 과거에는 방송에서 논평도 하고 했는데 불러주는 곳이 많지 않다”고 전했다.
김 PD는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공정방송 건설을 위해 미디어 쪽에 심혈을 다하고 있다”며 “정해진 건 없지만 아마도 <나꼼수>를 다시 할 수 있다면 그 시기는 박근혜 정권이 내리막길을 탈 때가 아니겠는가 싶다”고 희망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