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그는 신앙인 됐건만…
고향 선배 이정재를 도와 동대문사단에서 2인자 자리를 굳혔던 그는 이승만 대통령의 경호 책임자이자 양아들인 곽영주와의 친분을 이용해 이승만을 직접 회견하기도 했다. 또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이기붕의 자택으로 찾아가 영화를 상영해 주며 환심을 사는 등 처세가 남달랐다.
그는 권력과 더욱 밀착하기 위해 여배우나 가수들에게 성상납을 강요하는 관행을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또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배우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신이 주최한 반공 예술인단 행사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당대 최고의 희극배우인 김희갑을 구타해 늑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혀 세간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의 화려한 인생도 5·16 군사정변이 일어나면서 끝장났다. 5·16 직후 정치테러 및 부정선거 개입혐의로 혁명군에게 체포돼 재판에 회부됐다. 재판정에서 그는 자신은 예술가이고 이정재가 모든 잘못을 저질렀다고 변명했지만 결국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나이 41세였다. 오늘날 그의 인생은 한 편의 영화로 남았다.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2004)은 그의 일대기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1996년 조양은이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보스>의 한 장면. 조 씨는 1975년 일어난 ‘사보이호텔 커피숍 습격사건’으로 유명해졌다.
당시 허술한 만듦새와 신파적인 스토리, 어색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화제로 관객 10만 명이 들었다. 영화는 한때 보스로서 암흑세계를 지배했던 인물을 묘사하기보다는 인권이 말살된 계엄하의 재판을 통해 당시 암울했던 시대상을 조명하고, 15년간의 교도소 생활 속에서 신앙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
<넘버 3>의 송능한 감독이 각본을 쓰고 독고영재 박근형 김수미 김형일 박준규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신상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