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옥답 팔기 시작하면 집안이 망하는 법”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책 <아! 인천> 출간을 계기로 ‘먹튀시장 부채시장 송도시장’이라는 그간의 오명을 씻어내겠다는 각오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아시다시피 지난해 대통령 경선에 나왔다. 꼭 대통령이 돼야겠다기보다 나에 대해 왜곡된 부분을 일부라도 교정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처음에는 기자들도 ‘아니, 인천에 빚더미를 안긴 사람이 왜 나오는 거야?’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채 문제를 주요 이슈로 만들면서 인천시가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는 것을 말할 수 있었다.”
―이번에 출간한 책은 마치 출마선언문처럼 느껴진다. 출판기념회도 성황이었다는데 출마 소식에 눈도장 찍으러 온 사람들도 꽤 있었을 것 같다.
“눈도장까지야…. 이번에 책을 쓰면서 의견을 듣고 자료도 모으고 하는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이 인천에 대해 너무 많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송영길 현 인천시장의 시정이 잘못 가고 있다는 비판처럼 들린다.
“만일 송영길 시장이 잘했다고 한다면 내가 다시 인천시장에 나올 필요가 없다. 나는 8년 했다. 정치인이라면 더 높은 자리에 가고 싶어 한다. 내가 한 일에 대해 제대로 알려졌다면 다시 나설 필요가 없다.”
―너무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
“나는 엄청나게 일을 많이 한 시장이다. 그런데 선거 때 말 한두 마디로 잘못한 사람이 됐다. 저쪽은 나를 부채시장이라고 몰아세웠는데 그렇다면 송 시장은 그간 무얼 했나. 부채 규모를 줄이든가 인프라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든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하나라도 완성했든가, 인천 경제가 다른 도시보다 조금이라도 좋아졌든가 했어야 한다.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 송 시장의 리더십으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과 함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전임 시장 행정을 설거지 하느라 제대로 못했다”는 하소연도 있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인천시민들에게 정확한 자료로 적나라하게 공개하자. 지금 인천은 진짜 빚더미에 앉았다. 내가 시장일 때 인천은 미분양 가구가 거의 없었을 때도 있었다.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분양률이 떨어지고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경제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몇 가지 세부적으로 짚어보자. 먼저 공공부채 부분이다. 책에서는 원래 7조 원에서 13조 원까지 늘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천시는 9조 원 수준으로, 따지고 보면 전임 시장 때보다 줄었다고 이야기 한다. 서로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 놓는 것 아닌가.
“전혀 개념이 틀릴 게 없다. 공공부채는 시에서 진 부채와 인천도시공사 같이 공사·공단이 진 부채가 대부분이다. 약간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시정을 넘길 때 시 부채가 2조 6000억 원, 공기업 부채가 4조 6000억 원이다. 지금은 인천도시개발공사 부채만 8조 원에 가깝다. 부채를 갚으려는 노력이라고 해 봐야 인천시 땅을 판 것인데,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해결책이다. 땅은 오히려 사서 부가가치를 높여서 팔아야 하는 것이다.”
―인천시 공무원들에게 월급 못 줬다는 이야기는 뭔가.
“이건 그야말로 국민들 속인 거다. 신문 1면에까지 나서 전 국민이 잘못 알고 있다. 인천 세수가 1년에 8조~9조 원이다. 이 가운데 공무원 월급은 제일 먼저 주게 돼 있다. 그렇더라도 하루나 이틀 정도 시 재정이 없을 경우는 인천 주거래은행과 스와프 계약이 맺어져 있어 언제든 300억 원을 자동적으로 빌릴 수가 있다. 29억 원을 못 준 것이 인천 부채 때문이고 안상수 잘못이라는 것이 악선전이 아니고 뭔가.”
―월미은하레일 사업도 많이 비판받는 대목이다.
“월미은하레일 사업은 전체 800억 원, 세계도시축전은 같은 경우는 1400억 원 가운데 1000억 원은 민간 부분에서 부담했고 시는 400억 원 정도 썼다. 인천 전체 사업 규모를 생각하면 그렇게 비중이 크지 않다. 그마저 7조 원 부채와 연결시키는 것은 정치 공세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내년 인천시장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아래쪽은 지난해 8월 15일 새누리당 대선 안상수 후보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전 국민 참여 광복절 기념 애국가 플래시몹’에 참여한 모습.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좋은 지적이다. 내가 시정을 공격적으로 한 것은 사실이다. 그건 하나의 전략이었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이라는 세계 최고의 시설물이 있기에 그 배후도시로서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시너지 효과를 냈어야 했다. 내가 공격적으로 경영했기에 마켓의 신뢰가 있었다. 나는 2008년 리먼 사태 때도 다 사업을 진행시켰다. 그걸 지금 와서 다 안 한다고 하니 마켓의 신뢰도 잃고 동력이 안 나는 것이다. 나를 ‘송도시장, 송도동장’이라고 한 것도 저쪽에서 붙인 것이다. 송도는 대부분 민자를 유지해 인프라를 구축했고 송도에 투자한 것들이 세금이 돼 인천 도심으로 흘러드는 구조였다. 원도심에 있는 시민들이 ‘저거 내 세금으로 하는 거 아니야?’라고 착각할 수 있는 것을 의도적으로 노린 것이다.”
―지난해 인천시는 송도 6·8공구 매각으로 8094억 원, 올해 1월 인천종합터미널 매각으로 900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문전옥답을 팔기 시작하면 집안이 망하는 법이다. 알토란 같은 인천터미널을 팔면서 공개경쟁을 안 했다는 것 아닌가. 이왕 팔 거면 경쟁을 시켜 비싸게 팔았어야지. 또 신세계가 먼저 임대해 이용하고 있으면 우선협상을 해야 맞는 것이었다. 일단 인천의 심장인 터미널을 판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 못 하겠다. 인천시민이 착해서 망정이지, 광주나 대구 같았으면 시청에 불 날 일이다.”
―항간에는 내년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인천이 최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송 시장이 가장 잘못한 부분은 내가 했던 모든 프로젝트를 중지하거나 변형시킨 것이다. 계속 추진했어도 되는 것들을 죄다 엎었는데 인천주경기장이 대표적이다. 인천주경기장은 원래 포스코가 민자로 건설하고 운영한 후 30년 뒤에 기부채납을 받기로 돼 있었다. 이걸 말 한마디로 다 포기하고 문학경기장으로 간다고 했다.”
―결국 다시 짓고 있지 않나.
“지역 주민들이 가만히 있었겠나. 결국 시 예산으로 하겠다고 번복한 것이다. 그래 놓고 중앙 정부에서 지원하지 않는다며 서명운동이나 했다. 국제 경기는 정부에서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게 맞지만 다 절차가 있는 법이다. 본인들이 잘못해 놓고 떼를 쓴다고 무작정 지원하는 게 아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인천을 홀대한다’, 이러고 있다.”
―본인이 맡는다고 나아질 수 있겠나. 시대 상황이 변했고 부동산 경기도 바닥이다.
“물론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가 가진 강점이 있다. 먼저 박근혜 정부 임기와 거의 같이 움직인다. 야당 성향으로는 인천시 문제를 풀 수가 없다. 내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시장을 했기에 잘 안다. 그 당시에 나는 절대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쉽게 말해 대통령이 싫어할 만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왜냐,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송 시장은 남북관계서부터 자기가 대통령인 것처럼 별 이야기를 다 한다. 아버지가 직장에서 수모를 왜 당하는가. 가족 때문 아니냐. 직장에서 자기 할 소리 다 하면 어디 그게 가장인가.”
―아직 여론이 무르익지 않았지만 경선 통과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나.
“인천은 시간과의 다툼이다. 송 시장이 아닌 또 다른 분이 오셔도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절대로 사실대로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부처 이기주의를 없애고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도 더 많이 알고 더 자신감 있고 책임질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과연 그럴 만한 사람이 있는지 고민하다보니 결자해지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이다. 일단 내 의지를 외부에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인천시의 반박
“부채 6조 증가? 황당! 비교 기준 잘못 적용”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이번 <일요신문> 인터뷰를 통해 인천시 부채 증가, 공무원 월급 미지급 사태, 인천터미널 매각, 인천주경기장 사업 번복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요신문>은 안 전 시장과 함께 송영길 현 시장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송 시장 측이 일정상의 이유로 고사했고 몇 가지 쟁점에 대한 인천시의 입장을 전해왔다. 이를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했다.
―인천시 공공부채 문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민선5기(송영길 시장) 부채가 7조 원에서 13조 원으로 증가하였다는 주장은 비교 기준을 잘못 적용했다. 부채 7조 원은 금융부채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현재 인천시 부채는 9조 4369억 원이다. 시 부채는 인천아시안게임, 도시철도 등 민선5기 이전에 시작된 사업에서 증가했고, 공기업 부채는 2010년 이전부터 추진된 검단·영종 등 대형개발사업의 재원 조달 및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투자비 회수 지연으로 증가했다.”
―공무원 월급 미지급 문제.
“우리 시와 시금고 은행은 일반적인 스와프 계약대상이 아니며, 스와프계약을 맺은 사실이 없다. 지난해 4월 복리후생비 지급 지연은 지방채 원금 및 이자 등의 지급이 분기 말에 몰려 있어 그 부분을 지출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자금흐름이 경직되었던 것이다.”
―인천터미널 매각 문제.
“공유재산의 매각은 공개경쟁입찰, 지명경쟁입찰, 수의계약이 모두 가능하나 우리 시는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지명경쟁 입찰 방식으로 결정하고 159개 기업에 매수참여 의견을 조회, 롯데와 신세계를 포함한 6개 업체에 매수의견을 제시해 롯데와 신세계에 최종 면담을 실시하였으나 신세계에서 감정가격 이상으로 매수는 어렵다고 포기의사를 밝힘으로서 롯데로 한정해 수의계약으로 매각하게 된 것이다.”
―인천주경기장 사업 번복 문제.
“민선 5기 출범 이후 아시아경기대회의 저비용·고효율 구도전환이 절대적으로 요구돼 재검토하게 되었다. 민자사업 방식은 시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미흡하고 공공성이 훼손돼 최종적으로 2011년 5월 재정사업으로 전환했다. 중앙정부는 재정사업으로의 전환에 따른 페널티(벌칙) 개념으로 총사업비의 24%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200만 서명운동은 지방채 발행을 통해 주경기장 건설비를 충당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차별적인 지원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표출한 것이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부채 6조 증가? 황당! 비교 기준 잘못 적용”
송영길 인천시장. 박은숙 기자
―인천시 공공부채 문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민선5기(송영길 시장) 부채가 7조 원에서 13조 원으로 증가하였다는 주장은 비교 기준을 잘못 적용했다. 부채 7조 원은 금융부채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현재 인천시 부채는 9조 4369억 원이다. 시 부채는 인천아시안게임, 도시철도 등 민선5기 이전에 시작된 사업에서 증가했고, 공기업 부채는 2010년 이전부터 추진된 검단·영종 등 대형개발사업의 재원 조달 및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투자비 회수 지연으로 증가했다.”
―공무원 월급 미지급 문제.
“우리 시와 시금고 은행은 일반적인 스와프 계약대상이 아니며, 스와프계약을 맺은 사실이 없다. 지난해 4월 복리후생비 지급 지연은 지방채 원금 및 이자 등의 지급이 분기 말에 몰려 있어 그 부분을 지출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자금흐름이 경직되었던 것이다.”
―인천터미널 매각 문제.
“공유재산의 매각은 공개경쟁입찰, 지명경쟁입찰, 수의계약이 모두 가능하나 우리 시는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지명경쟁 입찰 방식으로 결정하고 159개 기업에 매수참여 의견을 조회, 롯데와 신세계를 포함한 6개 업체에 매수의견을 제시해 롯데와 신세계에 최종 면담을 실시하였으나 신세계에서 감정가격 이상으로 매수는 어렵다고 포기의사를 밝힘으로서 롯데로 한정해 수의계약으로 매각하게 된 것이다.”
―인천주경기장 사업 번복 문제.
“민선 5기 출범 이후 아시아경기대회의 저비용·고효율 구도전환이 절대적으로 요구돼 재검토하게 되었다. 민자사업 방식은 시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미흡하고 공공성이 훼손돼 최종적으로 2011년 5월 재정사업으로 전환했다. 중앙정부는 재정사업으로의 전환에 따른 페널티(벌칙) 개념으로 총사업비의 24%만 지원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200만 서명운동은 지방채 발행을 통해 주경기장 건설비를 충당하여야 하는 상황에서 차별적인 지원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표출한 것이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