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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축구로 향하는 손님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기 위해 갖가지 서비스 메뉴를 앞다퉈 내놓으며 기발한 생존작전에 나섰다. 일부 업소의 경우 ‘한국 승리 때 2차 무료’라는 파격적인 ‘출혈 서비스’를 선언하기도 했다. 과연 월드컵 열풍이 밤문화까지 바꿔놓는 걸까.
중소기업 과장인 이아무개씨(35)는 최근 동료들과 회식을 끝내고 서울 하월곡동의 ‘미아리 텍사스촌’을 찾았다. 골목 깊숙한 곳에서 얼큰하게 취한 그를 방으로 잡아끈 한 아가씨는 “아저씨 우리 월드컵 체위 해볼까”라고 말을 건넸다. ‘월드컵 체위’라는 낯선 용어에 호기심이 발동한 이씨가 고개를 끄덕였음은 물론.
이 아가씨는 옷장 안에서 지름 30cm 정도의 축구공 모양의 공을 꺼냈다. 이른바 ‘러브볼’이라는 게 이 아가씨의 설명이었다. 실리콘재질로 만들어진 이 ‘러브볼’을 소도구로 이용하는 성행위를 ‘월드컵 체위’라고 부른다는 것.
난생 처음 이색 경험을 한 이씨는 “잠자리에서도 월드컵 분위기를 체험하게 된 셈”이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텍사스촌 일부 업소에 ‘도입’된 러브볼은 미국 등에서 성보조기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몇몇 텍사스촌 업소들은 단체로 오는 손님들을 위해 ‘세네갈 세리머니’라는 신종 서비스를 마련해 놓고 있다. 세계최강 프랑스를 격침시킨 세네갈 선수들이 골을 넣은 뒤 코너라인의 깃발을 둘러싸고 다이내믹한 골 세리머니를 했던 인상적인 장면을 응용한 것. 남자손님들이 빙 둘러서면 그 가운데에 아가씨들이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입술 서비스’를 해주는 방식이다. 과거에도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속칭 ‘물레방아’ 등으로 불리던 행위를 월드컵 바람에 맞춰 업그레이드시킨 뒤 ‘세네갈 세리머니’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
이처럼 일부 ‘밤꽃’ 업소들이 ‘월드컵 분위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월드컵 특수를 기대했지만 매상은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 미아리 텍사스촌의 한 업주는 “외국 손님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얼마 되지 않는다. 게다가 내국인 손님까지 줄어들어 하룻밤에 ‘한 타임’도 못 뛰는 아가씨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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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 불황에 시달리는 룸살롱업계는 룸에 와이드TV를 설치하는 등 손님 끌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 ||
강남역 인근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44)는 “6월이 비수기이긴 하지만, 예년에 비해서도 매출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며 “솔직히 한국팀이 탈락해 빨리 월드컵 열기가 식었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고백했다.
월드컵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룸살롱 업계에서는 갖가지 기발한 상술을 동원해 TV 앞으로 달려가는 손님들의 발걸음을 되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선 월드컵 중계는 대부분의 룸살롱이 선택한 기본전략. 서울 역삼동의 P룸살롱은 최근 52개의 룸에 모두 대형 TV모니터를 설치했다. 와이드 TV를 통해 술자리에서 축구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 P룸살롱은 ‘미녀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월드컵을 즐기라’는 PR활동을 연일 벌이고 있다.
한국팀의 승리에 경품을 내걸었던 업소도 한두 곳이 아니다. 지난주 서울 논현동 서초동 일대 상당수 룸살롱들은 ‘한국팀 승리시 양주 1병 및 맥주 무료’라는 문구를 삽입한 전단지를 돌렸다. 한때 ‘한국팀이 승리하면 2차 무료’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룸살롱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이처럼 룸살롱업계 일각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사실이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한국전이나 흥미로운 경기가 있는 날 룸 예약률이 평소의 두 배에 이르는 현상도 나타났다고 한다. 룸살롱에서 아가씨들의 시중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축구를 본 뒤 ‘경품’까지 챙기겠다는 게 술꾼들의 속셈.
룸살롱의 ‘월드컵 변신’은 경품 제공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아예 룸살롱 분위기를 응원석처럼 꾸민 곳도 있다. 강남의 A룸살롱은 아예 아가씨들의 복장을 이른바 ‘붉은악마 스타일’로 모두 바꿨다. 붉은악마를 연상시키는 붉은 색 스커트와 셔츠차림의 유니폼이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업소에서는 아가씨들에게 축구공 모양의 브래지어를 착용시키기도 한다. 붉은 악마 복장을 한 아가씨들은 ‘오~ 대한민국’을 외치며 박수대신 엉덩이를 두드리는 독특한 ‘신고식’을 선보이기도 한다.
술집이니만큼 월드컵형 주법도 상당수 등장했다. 축구와 연관된 갖가지 폭탄주가 그것. 그 대표격인 ‘프리킥주’는 맥주잔 위에 올려놓은 나무젓가락을 발로 차서 나무젓가락 위의 양주잔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또한 이른바 ‘도미노주’를 변형해 머리로 첫번째 ‘뇌관’인 양주잔을 쓰러뜨리는 ‘헤딩주’도 등장했다. ‘도미노주’는 맥주가 담긴 맥주잔을 일렬로 세워놓고 그 위에 다시 양주가 담긴 양주잔을 일렬로 세운 뒤 한쪽 끝의 양주잔을 건드려 연쇄적으로 양주잔이 맥주잔 안에 떨어지도록 하는 폭탄주 제조법. 만일 ‘헤딩주’로 제대로 ‘도미노주’가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벌칙으로 폭탄주 한잔을 원샷해야 하는 데 그것이 바로 ‘페널티킥주’.
주변에서 폭탄주 전문가로 불리는 대기업 김아무개 실장(48)은 “폭탄주의 원산지가 한국은 아니지만 그것을 창의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놀라울 정도”라며 “월드컵과 관련한 폭탄주가 등장한 것도 이 같은 한국인의 발빠른 독창성이 발휘된 것”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