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 11인 중 1명만 남았다
지난해 2월 2일 열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일요신문 DB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새누리당에 입당한 비대위원과 입당을 거절한 비대위원의 거취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입당을 거절한 세 사람은 현재까지 ‘본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인권 전문가인 이양희 교수는 지난해 ‘국제 아동학대와 방임학회’(ISPCAN) 집행이사회에 선발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동성 교수의 경우 지난 5월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도전장을 낸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의 의중이 실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후보 추천 과정에서 일어난 하나의 해프닝인 것으로 밝혀졌다. 곧바로 후보 신청을 철회한 조 교수는 최근 서울대 교수에서 퇴직하며 차분히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입당한 비대위원 3인은 최근 연이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 위원장은 지난 4일 새누리당 탈당 의사를 밝히며 현 정권과의 결별을 시사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선거도 끝났고 당에서 할 일이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후퇴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 역시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 퇴색됐다”며 연일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고, ‘박근혜 키즈’로 불렸던 이준석 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자의 심기만 살피는 면이 북한만의 이야기인지는 미지수”라며 새누리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만 살피는 새누리당을 작심하고 비판한 셈이다.
이렇듯 비대위원 출신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상당 부분 등을 돌림에 따라 비대위원 11인 중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인물은 지난 9월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임명된 주광덕 새누리당 전 의원 한 명뿐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선 공신들의 배신감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필요할 때는 급하게 불러서 쓰다가 정작 정권을 운영할 때는 ‘나 몰라라’하는 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대위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유명 인사들의 모습을 현재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박근혜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을 역임했던 김용준 전 헌재소장과 김성주 MCM 회장은 정치권에서 멀어진 상태다. 캠프에서 정치개혁특위위원장을 맡은 안대희 전 대법관은 대선 승리 후 외국으로 떠나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다가 최근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위원장에 위촉되는 등 조심스럽게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일했지만 ‘자리’를 찾지 못하는 보좌관 출신 인사들은 더욱 정권과 멀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대선 캠프 당시 직능본부와 조직본부에서 일했던 전·현직 보좌관 다수는 청와대나 공기업 등 주요 인사에서 배제되면서 일거리가 없는 ‘백수’ 상태가 대다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