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번호만 누르면…
경찰조사에서 밝혀진 김 씨 일당의 범죄수법은 상당히 치밀했다. 공범에는 전문 프로그래머 김 아무개 씨(41)도 포함돼 있었는데 그는 전화연결에 필요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며 음란물 유포 범행에 가담했다. 또한 김 씨는 자신이 직접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까지 개설해 20만 명에 이르는 회원 수를 거느리며 음란방송행위를 방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메시지에 뜬 번호만 누르면 특정 상대와 자동으로 영상통화가 되는 기능을 개발한 일당은 불특정 다수의 휴대전화에 선정적인 문구를 포함한 메시지를 무차별 발송해 남자들을 유혹했다. 실시간으로 여성들의 알몸을 보여준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본 일부 남성들은 적힌 번호를 눌렀고 실제 그들의 스마트폰 영상엔 ‘신세계’가 펼쳐졌다.
섹시한 복장으로 나타난 여성들은 남성들의 요구에 따라 옷을 하나씩 벗어던졌고 통화시간이 길어질수록 수위는 점점 높아져만 갔다. 결국 한번 영상통화에 빠져든 남성들은 오랜 시간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게 됐고 일부 여성들에게는 ‘팬’이라 불리는 단골고객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남성들이 넋 놓고 영상을 바라보고 있을 동안 휴대전화에서는 30초당 700원의 이용요금이 부과되고 있었다.
뒤늦게 엄청난 요금이 청구된 것을 안 남성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단속은 쉽지 않았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음란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들의 콜센터를 중국에 설치했던 것.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들 역시 조선족이었다. 중국에 있는 ‘김 실장’이라 불리는 인물이 현지의 조선족 여성들을 국내 남성들과 연결시켰는데 일정한 수입이 없는 가정주부부터 전직 화보모델, 취업준비생 등이 포함돼 있었다.
돈이 궁했던 여성들은 음란행위도 마다하지 않고 참여했는데 그만한 수입도 따랐다. 한 여성은 한 달 동안 900여만 원을 벌었으며 또 다른 여성은 연간 4400여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월 평균 350만~900만 원을 번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남성들에게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는 아이템을 선물 받아 수익을 올렸는데 사이트 운영자가 아이템 구입가의 40%를 가져가고 나머지 60%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식이었다.
음성만이 아닌 영상통화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음란행위를 보여준 범행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경찰은 “영상통화와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와 같은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음란물 단속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