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합판정 크림 밀수로 들여온다
가슴크림 쇼핑몰의 제품 광고.
지난 12일 TV를 보던 한 아무개 씨(여·28)는 자신이 구입했던 미국산 가슴 크림을 판매하던 인터넷 쇼핑몰 업체 송 아무개 대표(34)가 검거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뉴스에는 해당 업체와 제품이 모두 모자이크 처리돼 있었지만 한 씨는 자신이 구매했던 쇼핑몰이라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한 씨는 “다른 업체의 가슴크림을 구매해 사용하다 피부에 좁쌀 같은 여드름이 나면서 사용을 중단했다”며 “입소문을 듣고 해당 쇼핑몰을 찾아 또 다른 가슴크림을 구매했는데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크림을 살 때 마사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는데 그 마사지를 하지 않으면 아무 효과가 없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한 씨와 같은 경로로 ‘가슴 커지는 크림’을 구매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찾았던 인터넷 쇼핑몰 업체가 지난 12일 미국산 가슴 커지는 크림과 캡슐형 기능성식품을 밀수입해 국내에 반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가슴 크림의 효능과 유통경로에 대한 문제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업체 대표 송 씨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했던 가슴 크림과 캡슐형 기능성식품이 합쳐진 패키지 상품은 캡슐에서 대장균이 검출돼 2011년 당시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식품부적합판정을 받아 정상적인 수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해당 업체가 인터넷 쇼핑몰을 계속해서 운영할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일까.
업체 대표인 송 씨는 식품부적합판정을 받은 후 제품의 정상적인 수입이 어렵게 되자 헐값에 사들인 가슴크림과 캡슐형 기능성식품을 미국 현지거래처나 친인척 등의 가게에 보관했다. 해당 업체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국내에서 주문을 받으면 미국에 주문자 명단을 이메일로 알려준 다음, 국내 주문자들이 미국에서 직접 구매하는 물품인 양 위장하여 국내로 반입하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정상수입이 가능한 가슴 크림은 세관에 실제가격보다 낮게 신고하면서 부당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이 상품들은 송 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전국 곳곳으로 유통됐다. 부산본부세관은 “이들 외에도 식품 부적합 판정을 받은 물품을 인터넷 상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판매하는 업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가슴 크림을 취급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크림의 주요 성분으로 보르피린과 푸에라리아를 내세운다. 이들 업체는 보르피린 성분이 지방과 만나 다시 자가 지방을 증식, 가슴을 크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피부에 바른다고 해서 표피 진피층보다 아래에 있는 지방층까지 흡수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의학계 전반의 의견이다.
이준혁 유니크 성형외과 원장은 “마사지 효과에 의해 일시적으로 가슴이 커질 수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검증되지 않은 성분을 피부에 오랜 기간 바르는 것은 좋지 않다”며 “화장품 성분으로 인해 피부 탄력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슴 볼륨 자체를 키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의 관계자도 “가슴 확대 크림은 법적허가를 받은 기능성 화장품이 아니다. 가슴 크림의 부작용을 딱히 말할 수도 없는 게 임상실험 자체를 해본 것이 아니다”라며 “법적허가를 받은 기능성 화장품은 미백, 자외선 차단, 주름 개선 화장품밖에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