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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업씨가 자신이 살던 집을 판 뒤 전세로 그 집 에 계속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눈길. 특히 집을 사들인 사람이 동서라는 점과 미묘한 매매 시점 등이 세간의 의혹을 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
더욱이 홍은동 집을 산 사람이 홍업씨의 손아래 동서인 홍아무개씨(52)이고 홍업씨가 집을 판 뒤 다시 이 집에서 전세로 살고 있어 일각에서 ‘위장매매’ 의혹까지 일고 있는 상태다. 홍업씨의 손아래 동서인 홍씨는 국가정보원 간부로 3년째 해외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홍업씨가 살고 있는 집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P아파트 50평형. 지난 95년 재개발사업으로 신축된 아파트다. 홍업씨는 지난 93년 최아무개씨로부터 인근 땅을 샀다가 2년 뒤 재개발 조합원 자격으로 P아파트 11층의 50평형 한 채를 분양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홍업씨의 법률대리인인 유제인 변호사에 따르면 이 무렵은 홍업씨가 친구 유진걸씨와 약재 도매상을 하며 돈을 불려나가던 시기였다고 한다.
홍업씨는 지난 95년 이후 지금까지 이 홍은동 집(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등기부에는 지난 1월25일 손아래 동서 홍씨 앞으로 홍은동 집의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전 사유는 매매.
하지만 홍업씨는 그후 이 집에서 이사를 하지 않고 다섯 달째 머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집을 팔고 전세로 살고 있다는 게 홍업씨측의 설명이다. 유제인 변호사의 얘기.
“홍업씨는 홍은동 집을 3억5천만원에 매매했다. 그런데 전세로 살기 위해 전세금 2억원을 안고 1억5천만원만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홍업씨가 그 집을 왜 팔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개인의 경제 사정 때문에 판 것이 아니겠나.”
홍업씨는 홍은동 집을 처분하면서 ‘티가 안 나도록’ 신경을 썼던 것 같다. P아파트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그 집이 매물로 나온 적이 없다. 통상적인 거래라면 당연히 근처 부동산 업소도 알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뭔가 속사정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중개업자는 뜻밖의 얘기를 귀띔해주기도 했다.
“그 집이 팔렸다는 소식을 듣고 솔직히 놀랐다.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나는데 올해 초쯤인가 경찰이나 공무원으로 보이는 남자 3~4명이 몇차례 와서 XX호(홍업씨가 살고 있는 집 호수)가 매물로 나온 적이 있는지 물은 적이 있다. 그때는 무심코 그냥 흘려보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무슨 곡절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들이 찾아왔던 시기와 ‘몰래’ 매매가 이루어진 시기가 비슷하다.”
만약 이 업자가 얘기한 남자들이 정부기관에서 나온 사람들이라면 홍업씨가 새 집을 사서 이사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탐문조사’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홍업씨의 홍은동 집 매매 배경에 대한 의문을 한층 부추기는 대목이다.
홍은동 집을 매입한 홍업씨의 손아래 동서 홍씨는 사관학교 출신의 국정원 간부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해외 총영사관에서 영사로 근무하고 있다. 주변에 따르면 가족이 함께 3년여 전부터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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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가 외국에 나가기 전까지 살았던 곳은 서울 불광동 M아파트. 홍씨는 장기간 해외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불광동 아파트를 팔지 않고 전세를 놨었다. 그러나 홍씨는 올 초 홍업씨 집을 매입한 지 두 달 뒤에 이 아파트를 급하게 매매한 것으로 알려진다. 상식적인 집 거래와는 달리 자기 집을 팔 길은 마련해 놓지도 않고 홍업씨 집을 덥석 사놨던 것. M아파트 관계자의 얘기.
“98~99년께 홍씨 가족은 외국으로 나갔다. 그리고 살고 있던 집은 전세를 놓았다. 그런데 그 집 세입자가 최근 홍씨네 집이 팔렸다는 얘기를 했다. 세입자가 ‘매매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그 집을 샀을 텐데’라며 안타까워 하더라. 매물로 내논 지 2~3일 만에 급히 팔았다는 얘기도 들었다.”
실제로 홍씨의 불광동 집은 홍업씨 집을 매입한 지 두 달 뒤인 지난 3월22일 오아무개씨에게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홍씨는 세입자에게 미리 통보도 하지 못했을 만큼 급하게 집을 팔아버린 것이다.
줄곧 해외에서 근무를 해오고 있는 홍씨가 홍업씨 집을 서둘러 사둬야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또 가족과 함께 해외에서 지내는 그가 어떻게 억대의 매입대금을 마련해 홍업씨에게 전달했을까. 이런 의문을 뉴욕에 살고 있는 홍씨에게 직접 들어보려 했다. 하지만 홍씨는 기자의 전화를 받자마자 부인에게 수화기를 건넸다.
“올해 8월쯤 귀국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귀국할 경우에 대비해 집을 샀다. 그리고 특히 그 집은 오래 전부터 기독교인 집이라 신앙심이 깊은 집이다. 그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홍씨 부인 신아무개씨는 매매 사실을 확인해주기는 했지만 ‘산 사람과 판 사람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선 결코 밝히려 하지 않았다. 신씨는 “공직자이기 때문에 처신이 더욱 조심스럽다”며 서둘러 말문을 닫았다. 기자는 며칠 뒤 다시 전화로 확인을 부탁했지만 홍씨 부부는 “개인적인 매매 사실을 기자에게 말할 의무가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부동산 매매를 하는 것 자체는 개인적인 경제행위로 딱히 문제 삼을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홍업씨의 경우 자금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라 전격적으로 집 매매가 이뤄진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홍업씨 부동산의 매매가 이루어진 지난 1월 하순은 정치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홍업씨 주변이 시끄러웠던 때다.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된 로비 의혹으로 홍업씨 측근 인사들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던 시기였다. 특검의 칼날이 홍업씨의 친구이자 ‘자금 관리인’ 역할을 했던 김성환씨를 향해 성큼 다가오던 긴박한 때이기도 했다.
또한 이 무렵은 아태재단이 운영상 어려움을 겪어 구조조정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아태재단은 지난해 12월 초 이사회를 열어 ‘당면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쿠폰을 발행, 기금을 모으기로 결정할 만큼 재정상태가 열악했다. 또한 직원 계약체계를 연봉계약제로 전환하면서 많은 퇴직금과 위로금이 필요하던 때다.
그러나 최근 검찰의 수사 결과 홍업씨가 친구 유진걸, 김성환씨를 통해 ‘움직인’ 자금이 수십억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그가 집을 팔면서까지 아태재단에 돈을 썼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상당한 재력가인 홍업씨가 집을 인척에게 ‘조용히’ 팔아야 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업계 일각의 소문처럼 혹시 홍업씨가 산 또 다른 집 문제 때문에 홍은동 집을 급히 처분한 것은 아닐까. 홍업씨 집 매각을 둘러싼 의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