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맨 전진배치… ‘정말 못봐주겠네’
김진태 총장이 취임한 지 17일 만인 지난 19일 대규모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있었다. 이번 인사에는 ‘공안통’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법무부는 19일 서울중앙지검장에 TK(대구·경북) 출신인 김수남 수원지검장(54·16기)을 임명하는 등 청와대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검사장급 고위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를 발표했다. 김 지검장은 영남대 총장을 지냈던 부친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측을 지원했던 일이 발목을 잡아 지난 인사에서는 고검장 승진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을 정당해산 위기에까지 처하게 한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을 진두지휘하면서 여권의 눈에 들어 재기에 성공했다. 김 지검장은 통상 공보업무를 담당하는 차장검사가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관례를 깨고 내란음모 사건 수사결과를 직접 발표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김 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였던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최재경 대구지검장(51·17기)은 이번 인사에서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인천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최 지검장은 중수부 폐지를 두고 한상대 전 총장과 대립하다 전주지검장으로 발령 났다. 이후 이번 인사에서 특수수사의 요체가 될 서울중앙지검장에 적격한 인물이라는 평이 있었지만 채동욱 전 총장과의 친분설 등이 승진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정혁 대검 차장
대검 공안부장에는 오세인 초대 반부패부장(48·18기)이 임명됐다. 오 부장은 지난 4월 인사에서 ‘검찰 특별수사체계 개편추진 TF’를 총괄하며 사실상 중수부장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오 부장은 대검 공안2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 대검 공안기획관,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낸 공안통 중에 공안통이다.
법무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사범 수사지휘를 담당할 대검 공안부장에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김 총장에 이어 서울중앙지검장에 특수통 검사가 임명됐지만 특수통 검사들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원을 받으며 총장에 임명된 김 총장은 특수통 검사지만 그동안 중수부 검사들의 해온 특수수사 방식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인지 김 총장은 중수부 출신 검사들과 교류가 그다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줄곧 특수수사 방식의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김 총장은 대검 중수부 대체부서인 반부패부 출범식에서 “최근 우리 검찰의 특별수사는 큰 전환기를 맞이했다”면서 “이제 검찰 수사는 성과 위주의 수사 관행에서 벗어나 드러난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 범죄인이 아니라 범죄 행위만을 제재의 대상으로 삼아 궁극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수사’를 지향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는 대대적인 인사를 앞두고 승진 대상에서 제외된 15기, 16기 검사장들에게 지난 14일께 전화를 돌려 용퇴를 종용했다. 15기에서는 지난 4일 임 대검 차장과 자리를 맞바꾼 길태기 서울고검장(55)과 소병철 법무연수원장(55)이 이번 인사를 앞두고 자리를 내줘야 했다.
16기에서는 황윤성 서울동부지검장(54), 이건리 대검 공판송무부장(50), 임권수 사법연수원 부원장(55), 박청수 서울남부지검장(55), 정동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53)이 자의 또는 타의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과 함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던 정병두 인천지검장(52·16기)은 내년 검찰 몫 대법관 인선을 고려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사를 앞두고 검사장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하자 서울의 한 검사는 “인사 때만 보면 조직에 정이 떨어진다. 훌륭한 분들을 꼭 다 내보내야 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며 검찰 인사가 정권의 검찰 라인 장악 과정에 희생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팀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민수 법무부 차관(50·16기)과 김주현 검찰국장(52·18기)도 이번 인사의 수혜를 받았다. 국 차관은 고검장급 중에서도 가장 ‘막내’ 자리인 법무부 차관에서 전국 검사들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서울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김 국장은 검찰 조직의 ‘빅4’로 불리는 검찰국장에 유임됐다. 검찰국장은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윤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