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죄인으로 모는 건 너무해”
윤상현 부대표는 국정원 사건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재발 방지와 법질서 확립을 다짐하는 발언을 할 거라고 전망했다. 오른쪽은 2010년 7월 29일 김무성 의원이 윤 부대표 결혼식에 참석해 축하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원내수석부대표라는 중책을 맡고 있지만 나는 재선의원에 불과하다.”
-‘실세’란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실세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일하려는 실무자일 뿐이다. 매일 새벽 5시부터 10여 종의 신문들을 2~3시간 동안 훑어보며 각종 현안에 대해서 심도 있게 연구한다. 그러다보면 내가 한 이야기가 국정의 한 흐름으로 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주목받다보니 ‘실세’란 별명이 붙여진 것 같은데…. 한 번도 내 자신이 ‘실세’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수석을 겨냥해 ‘차기대통령’이란 말도 나왔다.
“민주당에서 붙여준 말이다(웃음).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한다.”
-현재 새누리당에는 서청원, 김무성, 황우여, 정몽준 의원 등 거물급 중진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이들 중에 서로 다소 껄끄러운 관계들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윤 부대표가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데.
“당내에 개인적으로도 존경하는 선배 중진의원님들이 많이 계신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분들의 스케일에 나의 스탠스를 맞추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다고 본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거물급 의원들 사이서 소통하다보면 신경 쓰이는 부분도 있지 않은가.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다. 이를테면 당내 경선과 각종 표결 과정에서 반드시 한 의원을 선택해야 할 때가 그렇다. 이때마다 ‘투명성’, ‘솔직함’을 최우선으로 한다. 인간관계에서만큼은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노력한다.”
-관련 일화가 있다면.
“신뢰를 잃을 바에는 처음부터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얼마 전에도 어떤 분이 ‘제주지사에 나온다’며 ‘도와 달라’고 부탁해서 솔직한 사정을 말씀드리고 거절한 일이 있다. 말이라도 도와준다고 하고 좋게 넘길 수 있는데 그러긴 싫었다. ‘솔직’, ‘투명’이 쌓이다보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수 있다. 여기저기 계산하고 다리를 걸치는 습성은 정치인으로서 지양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서청원 의원과는 어떤가. (서 의원이) 워낙에 거물급이라서 ‘컴백’할 때부터 말이 많았던 걸로 안다.
“괜찮은 편이다. 사실 서청원 의원이 왔을 때 내가 직접 비공개 ‘회동’을 마련한 적이 있다. 노철래 의원 등 서 의원의 측근들과 최경환 원내대표, 그리고 당초 서 의원 공천을 반대했던 박민식, 김성태, 이장우, 김태흠 의원 등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서 의원은 동석한 김태흠, 이장우 의원에게 ‘젊은 사람들은 그래야 한다. 정치는 소신껏 해야 한다’며 오히려 격려하더라. 여기서 ‘서청원 의원이 차기 국회의장 감’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다.”
-서 의원이 ‘국회의장’, ‘당 대표’로 거론되고 있는데, 당내 기류는 어떤가.
“당 내에서는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보다는 국회의장 감’이라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당 대표로는 누구를 추천하고 싶나.
“김무성, 이완구, 최경환, 서청원 의원…. 여러 면모를 지켜봤을 때 당 대표로서 적합성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김무성 의원과의 관계는 어떤가.
“친하다. 자세한 배경을 공개하기 어렵지만 김 의원이 예전에 박 대통령하고 관계가 안 좋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박 대통령께 ‘김무성 의원을 살려야 한다. 대통령과 나라를 위해 쓰여야 할 사람이다’라고 여러 번 말씀 드렸다. 김 의원을 비롯한 친박 내부에선 다 아는 얘기다.”
“김 의원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는 언제나 대통령을 위해서 뛰어온 사람이다. 김 의원이 아무리 ‘친박’하다 ‘탈박’을 했었더라도 박근혜 정부에게 필요한 인재라면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점을 박 대통령께 소신껏 말씀 드렸을 뿐이다.”
-박 대통령이 당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다.
“‘당·청’간의 소통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당청 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실무와 관련된 ‘당·정·청’ 회의가 2주에 한 번씩 있는데 이 횟수로는 심도 있는 소통은 힘들다고 본다. 그래서 나라도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주요 현안이 있으면 (청와대 측) 관계자와 의견 나누며 풀어나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불통이란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불통이라니, 박 대통령이 ‘불통’이라는 말에 크게 상심한 것으로 안다. 박 대통령이 한번은 ‘매일 밤 전화로 팔이 아플 정도로 소통하는데 내가 왜 불통이냐’라고 하셨다고 한다. 문제는 야당 측이다. 야당은 박 대통령이 지금보다 좀 더 나와서 대화하는 걸 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여러 가지 여건 상 한계가 있다.”
-여건이라 함은?
“한번은 박 대통령께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만나보시는 게 좋겠다’는 말을 직 간접적으로 드린 적이 있다. 난 사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직접 국회로 오시겠다고 하더라. 박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오해를 풀고 민생을 해결하자’고 제안했지만 김 대표는 미리 준비해온 종이를 15분 동안 읽으며 ‘박 대통령은 국정원 정치 개입에 대해서 사과하라’를 세네 번이나 말하더라. 박 대통령 입장에선 자꾸 자신을 죄인처럼 모니까 얼마나 불편했겠나.”
-‘국정원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심중은 어떤가.
“아마도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지난 정부에서 국정원이 대북심리전이란 명목 하에 정치개입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일이 있었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하는 동안에 어떤 식으로든 이런 의혹이 나오지 않도록 확고히 법질서를 세우겠다’고 말씀하실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참에 특검을 받고 훌훌 터는 게 좋지 않겠나.
“이미 검찰 수사가 다 진행됐다. 결국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특검이라는 건 내년 6월 선거까지 정쟁을 유지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는 특검은 거부하겠다.”
-박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2007년 대선 당시 인천의 12개 지역구의 당협위원장 6명 중 3명이 MB 캠프로 떠난 일이 있다. 박근혜 후보가 인천에 와서 ‘OO위원장은 어디로 갔나요’라고 묻자 내가 ‘대표님, 그분은 MB 쪽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길 수 있습니다’라고 격려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MB 진영으로 넘어간 그분들은 박 대표와 사석에서 일종의 충성맹세를 했던 분들이었다. 박 대표 입장에선 마음의 상처가 됐을 거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했나. 인천에서 48표 차의 승리를 이뤘다. 이 결과를 접한 박 대표도 ‘인천에서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시더라. 이때의 기억이 남아 있으셨는지 지난 대선에서도 수행단장인 내게 ‘인천 여론조사가 서울보다 안 나왔다’며 갑자기 인천을 부탁하시더라. 수행도 하면서 인천도 신경을 쓰래(웃음).”
-박 대통령이 윤 부대표를 ‘상현아’라고 부른다는 말이 있던데. 그만큼 사이가 각별한가.
“박 대통령은 지난 10여 년간 나를 ‘윤 의원님’이라고 불러왔다. 그리고 사이가 각별하다기보다는 박 대통령은 그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예전에 30분 미팅을 할 때 보고서에 이런저런 설명을 추가적으로 써서 내놓으면 박 대통령은 마치 큰누나가 남동생 보듯이 ‘아이고, 우리 윤 의원은 오늘도 이렇게 깨알같이 써 왔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곤 했다.”
세간에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과 윤상현 부대표의 각별한 관계에 대해 윤 부대표는 “박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좋아할 뿐”이라고 답했다. 2010년 11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눈을 맞추는 두 사람. 일요신문DB
“정당이 신조어 공작소 같은 일에 매달리면 안 된다. 내년도 예산안은 ‘삼포예산’이 아니라 ‘민생 돌봄’이라는 정책목표 아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고 편성한 ‘민생 예산’이다. 특히 복지 분야는 투자규모가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서고, 교육 분야는 학비 부담 경감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뒀다. 또 문화융성 기반확충을 위해 문화 분야 증가율이 총지출 증가율보다 높게 설계했다.”
-누가 야당의 강경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나.
“실명을 밝힌 순 없지만 문재인 의원 측의 한 친노 의원이 굉장히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다. 최근에는 아예 대선불복하고 거리로 나가자는 말까지 하더라.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꽤나 머리 아플 것 같다.”
-최근 문재인 의원을 비판했던데.
“문 의원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참 괜찮은 분이라는 말은 많이 전해 들었다. 그러나 최근 문 의원의 행태를 보면 정무감각이 굉장히 부족한 것 같다. NLL 대화록 사건에 대처하는 법을 보라. 검찰에 불려나갔을 때 마치 금의환향 하듯이 지지자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하는 모습을 보고 ‘저건 아니다’ 싶었다. 내가 문 의원이었다면 반성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혼자 갔을 거다.”
-문 의원이 2017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하자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김한길 대표가 문 의원을 두고 ‘선당후사’의 모습을 보여주라고 하지 않았나. 미국의 앨 고어 대선후보는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대선 결과에 승복하고 깔끔히 정리했던 바 있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다. 진짜 정치인이라면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정치발전과 민주주의를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랬을 때 비로소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최근 ‘안철수신당’의 창당 소식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형적인 ‘안개 정치’다. 안철수 의원이 누구와 무엇을 하겠다는 것조차 알 수 없다. 이런 ‘안개정치’가 적어도 책임 있는 정치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안철수 의원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대중성을 갖고 있지만 한국 정치의 험난한 여정을 뚫고 설 수 있는 ‘거목’으로서의 자질은 없는 것 같다. 진짜 ‘새 정치’를 하는 사람이었다면 지난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 영도에 도전해 김무성 의원과 진검승부를 벌였어야 한다.”
-안 의원 입장에선 부산이라는 ‘지역’이 아닌 ‘전국’구로서의 수도권 의원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본인의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 그렇게 따지면 당시 보궐선거에서 수도권에 4개 지역구가 있지 않았나.”
-‘안철수 신당’의 파급력을 예측한다면.
“파급력은 별로 없을 거다. 지금은 ‘구름 위의 정당’이어서 파급력이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서울시장 후보로 김황식 전 총리를 ‘특별 추대’한다는 설이 나왔다는데.
“그런 일은 없을 거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김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이 경선을 통해 이슈를 만들고 정치적 붐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도권 지역의 후보는 정해졌는가.
“예상 후보들만 있을 뿐이다. 경기지사는 김문수 지사께서 한 번 더 뛰어주시는 게 지금으로선 더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 인천시장의 경우 ‘황우여 카드’를 개인적으로 밀고 있다.
-인천시장 후보로 가장 지목되고 있는 인물은 윤 부대표가 아닌가.
“그런 요구들을 많이 받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앙에서 박 대통령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다.”
-인천에서 시장직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는가.
“무소속으로도 당선되는 대구를 버리고 왔을 만큼 인천에 뼈를 묻을 각오다. 지난 10여 년간 매일같이 지역주민들을 만나며 인천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다. 인천에 진심어린 애정이 있다는 점만 밝혀두고 싶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