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부터 상징색까지 “꼭 닮았네”
안철수 의원이 12월 23일 서울 여의도에 ‘새정치추진위원회’ 사무실을 냈다. 현판의 하늘색이 민주당의 상징 색인 파란색을 연상시킨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안 의원 측이 제시한 민생 법안은 △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특수고용노동자·간접고용노동자 생존권 보장법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과잉대출규제법 제정 △이자제한법·대부업법 개정 △금융실명제법 개정 등이다.
이 같은 안 의원의 행보에 일각에서는 안 의원의 민생법안이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의 법안 내용과 비슷해 색다를 것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을지로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20대 입법 과제에는 ‘갑을관계 기본 3법(하도급거래, 가맹사업거래,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 백화점·대형마트 납품업자 보호법, 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 약탈적 대출 규제법, 금융소비자 보호법, 노동관계 조정법 등이 포함돼 있어 안 의원 측이 추진하겠다는 민생법안과 비슷하다.
또한 을지로위원회가 진행해오던 구체적인 법안 주제들도 안 의원 측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지난 16일 안 의원은 송호창 의원과 공동주최한 ‘경제민주화와 민생살리기 위한 입법간담회’에서 전국 을살리기비대위,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 시민단체 대표들로부터 ‘베스트 26개 법안’을 전달 받았다. 해당 법안에는 을지로위원회에서 집중 조사해온 삼성전자서비스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원청과 직접 교섭을 보장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 남양유업 사태 방지 등을 위한 대리점거래의공정화에관한법률 제정 등이 담겨 있다.
이에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위원장은 안 의원 측의 민생법안에 대해 “이름만 조금씩 바꿔서 썼을 뿐 우리 쪽 법안과 똑같다”며 “민생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옳다고 본다. 그런데 이 법이 통과되지 않은 이유를 여야 정쟁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40명이 되는 민주당 의원들이 7개월간 10대 법안을 내고 농성을 벌이고 하니까 이제 와서 (안 의원이) 하고 있다. 내용이 같다면 민주당 쪽에 동참하는 게 맞지 않나”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안 의원 측은 여야 정쟁 때문에 그동안 논의돼 왔던 민생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안 의원은 지난 23일 10대 민생법안 발표와 함께 “정기국회 끝나고 임시국회를 접어든 이 순간, 올해도 불과 9일밖에 남지 않은 이 순간에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호창 의원도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여야 교섭단체 두 곳에서 법안들이 묶여서 정쟁만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입장은 협의를 하더라도 민생현안에 대한 문제는 빨리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을지로위원회와 비슷한 법안 문제에 대해서는 “민생법안이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 같은 당이 아닌데 민주당에 동참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각자 국회의원이 입법기관으로서 고유한 자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