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이라고? 억지를 받아주는 게 소통이냐”
홍준표 지사는 “새해부터는 정치적 갈등 소지가 없는 ‘경남 50년 비전’을 만드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검사는 선악만 가리면 되는 단순한 직업이었다. 정치는 선악을 가리는 직업이 아니라 선악을 아울러야 하는 작업이었다. 행정은 나의 결정이 도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대부분이라 좀 더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지난 10월 ‘갑으로 살다가 을이 되었다’고도 표현했다.
“그 말을 나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던데…. 우리나라 검사를 을이라고 하면 안 된다. 또 정치하는 사람들이 을은 아니다. 하지만 행정을 하다 보면 도민들이 직접 당사자가 되니까 내가 마음대로 결정하고 집행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대정부 관계에서도 지방자치단체가 을 아닌가. 국정감사도 받아야 하고 정부정책에도 협조해야 하고, 그래서 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인데 ‘도지사가 왜 을이냐’는 비난도 나오더라.”
―진주의료원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현 상황은.
“진주의료원 폐업은 법적으로 마무리 됐고 올해 예산에 서민의료 부분을 반영했다. 영세민들이 건강검진을 받을 때 암 검진을 지원한다든지 하는 방향이다. 진주의료원 건물은 진주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의 공공시설물로 활용할 생각이다.”
―지역에서 재개원 요구가 여전한 것 같다.
“강성·귀족 노조 놀이터 만들어 줄 생각 없다. 본인들 일터가 아니라 놀이터를 만들려는 것에 절대 응할 수 없다.”
―같은 당 소속 안상수 전 대표나 박완수 창원시장은 ‘재개원에 관한 국회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분들이야 내 정책에 일단 반대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뭐라 말하기가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그냥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의 발언이 6월 지방선거 경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분들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협력자면 협력자이지, 경쟁자가 아니다.”
―당 지도부에서 경선을 요구한다면 응할 생각인가.
“(2012년 보궐선거 때) 경선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당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보궐선거로 당선돼 1년밖에 일하지 않은 사람에게 또 다시 경선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도리가 아니다.”
―도지사 출마 당시 친박계 지도부의 비토가 만만치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사실인가.
“있었다. 있었지만 당에서 경선을 요구해 내가 받아들였고 승리했다. 나는 경남에서 정치를 한 적은 없는 사람이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이겼고 이제 텃밭 주인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또 무슨 경선인가.”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 참석한 홍준표 경남지사 모습. 일요신문 DB
“원래 여론조사 지지율 차이가 현격하면 경선은 안 한다. (경선 문제는) 당에서 결정할 일이다.”
―도정 1년 동안 안팎으로 저항이 많았다.
“지난 10년간 왜곡되고 구부러지고 비틀린 도정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왜 저항이 없었겠나. 진주의료원 문제도 그렇다. 강성 노조가 해방구를 형성해 세금을 곶감 빼먹듯 빼먹는 구조를 타파하려다 보니 저항이 나왔다. 올해부터는 정치적 갈등 소지가 없고 좌우를 떠나 ‘경남 50년 비전’을 만드는 일에 집중할 것이다.”
―중앙 정치권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중앙 간섭에 개의치 않는다. 나는 눈치 안 본다. 경상남도를 위해 해야 할 일은 피하지 않고 할 것이다.”
―정치 현안에 관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박근혜 정부가 2년차에 접어들었다. 어떻게 평가하겠나.
“박근혜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처음 인사 문제에서의 부적절한 등용, 또 박근혜 정부와는 상관없는 전 정부 때 일어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1년 내내 발목을 잡혔던 부분이 컸다. 외교적으로나 내치로 보면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내치라면 어떤 부분을 말하나.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등 종북좌파들과의 전쟁, 그리고 철도노조 파업에 정면으로 대립한 부분은 잘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불법과 타협하지 않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과거 정부는 시민단체와 일부 종북좌파들이 준동하면 적당히 타협하곤 했는데 이제 그런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너무 강경 기조로 나가다 보면….
“강경 기조가 아니라 바른 방향인 것이다. 떼를 써 자기들 이익을 옹호하는 기득권 세력을 인정하고 미온적으로 덮어주는 것은 이제 안 된다. 지금 방향이 맞다.”
―야권에서는 불통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 떼쓰고 억지 부리는 사람들 말을 들어주는 게 소통인가. 소통은 상식적인 국민과 하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도 야권 정치인들이 나를 두고 ‘불통 도지사’, ‘불통 도정’이라고 말한다. 본인들 억지가 안 통하니까 불통이라는 거지.”
―집권여당 내부 분위기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텐데.
“당이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게 좀 부족한 것 같다. 150석이 넘는 거대 여당이 한마음이 되어 좀 밀어줬으면 한다. 당·청 관계에 있어 당이 주도권을 쥐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초·재선 의원들이 정치 현안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뛰어들었으면 좋겠는데 몸을 사리는 느낌이 있다.”
―오늘(12월 31일) 여야가 국정원 개혁안에 합의했다.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이제 국정원 문제는 법에 맡기고 정치인들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2011년 11월 당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일요신문 DB
“나는 반대다. 지금 지방선거가 4개 부분(기초의회·기초단체장·광역의회·광역단체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같은 헌법 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공천을 하려면 다 같이 하든지 안 하려면 다 같이 안 해야 한다. 기초는 무공천하고 광역만 공천한다? 헌법 논리에 맞지 않는다. 나중에 제기될 위헌소송은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인가. 난센스다.”
―정치권에서 나름대로 절충안을 낸 거 아닌가.
“만일 무공천 한다고 해도 어느 정당에서 무소속 A 후보를 뒤에서 밀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있나. 공천은 안 했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상황을 막을 도리가 없다. 또 기초단체장이 전부 무소속으로 나오면 결국 사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상 사조직은 불법이다. 아마 선거 끝나면 절반 이상이 구속되고 난리가 날 거다.”
―‘정치인 홍준표’ 하면 강성 이미지가 떠오른다. 현재 지역 언론들을 상대로 민사소송 중이기도 하다.
“기자들이 단편만 보고 하는 이야기다. 나는 강성이 아니라 바르게 살고 바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그럼 기자는 책상에 앉아 거짓말로 남을 명예훼손해도 면책이 되어야 하나.”
―최근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같은 발언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그건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을 상대로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했던 이야기를 빗댄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캠프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를 비판하는 우리 당을 향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논평을 했다. 본인들은 해 놓고 나는 안 되나, 그건 말이 안 되지.”
―YS가 만든 신한국당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 여야 모두 영입에 공을 들였다고 들었다.
“1995년 10월 검사를 그만두고 1996년 4월 선거에 나왔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요청이 왔다.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김대중 총재가 러브콜을 보냈다.”
―왜 DJ가 아닌 YS를 택한 것인가.
“불과 몇 달 전까지 공무원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요청하는데 어떻게 노(No)를 하나. 엉겁결에 오케이(OK)해 버렸지.”
―도지사를 마치면 대권이든 은퇴든 정치 인생 후반기를 생각할 시점이다.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는 자유인이다. 자유롭게, 거침없이 살았던 사람이다. 그냥 그런 사람이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홍준표 가 본 야권 지도자들
“안철수 새정치, 이미 구정치 됐다”
<일요신문>과의 인터뷰 내내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거침없었다. 초반에는 영락없는 행정가의 면모를 뽐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저격수’ 특유의 야성을 드러냈다. 특히 야권 지도자들에 대한 평은 냉혹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이 최대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하는 새정치는 이미 구정치가 되어버렸다. 안철수 신당이 하는 일이란 게 호남 땅따먹기, 즉 민주당과의 세력 다툼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을 만들어 민주당을 대체하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경남지역에서 새정치 영향력을 전혀 못 느끼나.
“전혀 그런 움직임은 없다.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 대체 정당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차기 집권 가능성이 안 보이니까 호남에서 안철수 쪽으로 쏠리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호남과 무슨 관계가 있나.”
―바꿔 말하면 민주당이 그만큼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게도 선거가 끝나면 정쟁은 잊고 생업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민주당은 1년 동안이나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발목을 잡았다. 무슨 일인들 되겠나.”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김한길 대표는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친노도 아니고 DJ의 적자도 아니고, 순전히 개인 인기로 대표가 돼서 지금 뒷받침하는 세력이 없다. 김한길 대표가 지금 당 대표를 유지하는 것은 대여 투쟁전선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의미인가.
“지금 민주당 안은 지도부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으면서 김한길 대표가 혼자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대여투쟁을 강하게 하고 있으니 뒤에서 못 흔드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능력도, 인기도 있는 정치인인데 참 딱하다.”
―‘뒤에서 흔드는 세력’이란 친노그룹을 의미하는 듯하다.
“친노그룹에서 앞으로 정부여당과 화해무드가 조성되면 바로 김한길 대표를 갈아 치우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현 지도부는 계속 고(Go)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친노그룹 구심점으로 거론되는 문재인 의원은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의원은 지도자라기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사였다. 더는 지도자로 부각되기 어렵다. 오히려 앞으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친노의 적자로 나설 가능성이 많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여러모로 합리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같은 도지사라 편드는 건 아니고(웃음).”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안철수 새정치, 이미 구정치 됐다”
<일요신문>과의 인터뷰 내내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거침없었다. 초반에는 영락없는 행정가의 면모를 뽐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저격수’ 특유의 야성을 드러냈다. 특히 야권 지도자들에 대한 평은 냉혹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이 최대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하는 새정치는 이미 구정치가 되어버렸다. 안철수 신당이 하는 일이란 게 호남 땅따먹기, 즉 민주당과의 세력 다툼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을 만들어 민주당을 대체하려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경남지역에서 새정치 영향력을 전혀 못 느끼나.
“전혀 그런 움직임은 없다.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 대체 정당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차기 집권 가능성이 안 보이니까 호남에서 안철수 쪽으로 쏠리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호남과 무슨 관계가 있나.”
―바꿔 말하면 민주당이 그만큼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게도 선거가 끝나면 정쟁은 잊고 생업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민주당은 1년 동안이나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발목을 잡았다. 무슨 일인들 되겠나.”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김한길 대표는 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친노도 아니고 DJ의 적자도 아니고, 순전히 개인 인기로 대표가 돼서 지금 뒷받침하는 세력이 없다. 김한길 대표가 지금 당 대표를 유지하는 것은 대여 투쟁전선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의미인가.
“지금 민주당 안은 지도부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으면서 김한길 대표가 혼자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대여투쟁을 강하게 하고 있으니 뒤에서 못 흔드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능력도, 인기도 있는 정치인인데 참 딱하다.”
―‘뒤에서 흔드는 세력’이란 친노그룹을 의미하는 듯하다.
“친노그룹에서 앞으로 정부여당과 화해무드가 조성되면 바로 김한길 대표를 갈아 치우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현 지도부는 계속 고(Go)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친노그룹 구심점으로 거론되는 문재인 의원은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의원은 지도자라기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사였다. 더는 지도자로 부각되기 어렵다. 오히려 앞으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친노의 적자로 나설 가능성이 많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여러모로 합리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같은 도지사라 편드는 건 아니고(웃음).”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