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19일 사고현장을 방문한 김석수 국무총 리(오른쪽)와 조해녕 대구시장(왼쪽). | ||
대구지하철 탄생의 산파역은 이 지역을 연고지로 87년 13대 대선에 출마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민정당 후보였던 당시에 공약사항으로 대구지하철을 내세웠다. 대구지하철의 착공이 이뤄진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임기를 약 1년 앞둔 91년 11월. 14대 대선을 1년 앞두고 전격적으로 강행된 대구지하철 공사는 민자당의 정권재창출을 염두에 둔 ‘선거용’ 공사의 성격이 짙었다. 정치적 일정에 맞춰지다 보니 엄밀한 사전 실사와 충분한 재원 확보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비난도 뒤따른다.
이번 사건이 터지자 대구 지역에서 “정치적 고려만 생각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무리한 강행이 낳은 예고된 결과”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해녕 대구시장 또한 대구지하철의 악령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조 시장은 지난 95년 터진 대구지하철 참사 ‘1탄’인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 직전에도 대구시장직에 있었다. 다만 첫 지자체 선거였던 6·27선거에 민선 시장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시장직을 막 사퇴했을 뿐이다. 따라서 사실상 시장이었던 그에게 당시 경쟁 후보들의 안전 소홀에 대한 공격은 집요했다. 사건 발생 직후 조 시장은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계기로 대구의 위상을 높이려고 했는데…”라며 이미지 실추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의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된 대구지하철공사의 윤진태 사장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더군다나 윤 사장은 사고 직후인 지난 23일이 외동아들의 결혼식이어서 잔칫집이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로 돌변해 버렸다.
이번 사고로 ‘태생적 부실 덩어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대구지하철이 과연 계속 운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대구시 입장에서 봐도 대구지하철은 미운 오리 새끼에 불과하다. 당초 예상의 배가 넘는 1조4천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현재 부채만도 1조3천억원에 달하고 있고, 당초 기대치를 밑도는 승객들로 인해 하루 1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번 참사가 터지면서 약 4백60억원으로 추산되는 복구비용이 들게 됐다. 또한 사고 원인이 된 인원 부족 충원과 불연성 내부자재로의 교체 비용도 1천4백억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참사로 시민들에게 외면받는다면 적자액은 더욱 커질 것이 뻔하다. 대구지하철 관계자들은 “사고 시점이어서 서로 입조심을 하는 상황이지만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감]